이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많은 무속인과 음악인이 등장한다. 우선 호주의 유명 드러머인 사이먼 바커(Simon Barker)가 등장한다. 그는 우연히 듣게 된 한국의 무속음악, 그중에서도 무형문화재 제82호 동해안별신굿 기능보유자인 김석출 선생의 타악기 연주에 매료되어 자신의 음악적 스승으로 삼고 그를 만나기 위해 열일곱 차례나 한국을 찾는다.
그 다음으로는 재즈가수 엠마 프란츠(Emma Franz)가 등장한다. 그녀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면서 느꼈던 자신의 경험, 문화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연결시켜주는 음악적 경험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그녀의 공연에 드러머로 참여한 사이먼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녀는 그것이 보물을 찾아 먼 길을 떠나는 고전영화의 이야기와 같다고 생각하며, 그의 여정을 다큐멘터리로 찍기로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김석출 선생을 찾아 떠나는 사이먼 바커의 이야기인 동시에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감독 엠마 프란츠의 여행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의 모험은 조력자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한국의 언어와 지리에 문외한이며, 김석출 선생 역시 한국 내에서 유명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조력자의 도움은 필연적인 것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인물이 김동원원광디지털대학교 전통예술학과 교수이다. 그는 1980년대 학생운동을 하다가 운명적으로 전통음악을 만나 그 자신이 연주자인 동시에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사이먼을 소개받아 김석출 선생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단, 선생을 만나기 전에 한국 전통음악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단서조항을 단다. 그래서 김석출 선생을 찾아가는 물리적인 공간의 여정은 동시에 한국 전통음악의 뿌리를 더듬어보는, 공간과 시간을 아우르는 철학적인 여행이 된다.
영화의 한 장면
기(氣)와 음양(陰陽), 호흡과 이완된 힘 그리고 졸박미(拙朴美)로 대표되는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정리와 소개는 부산에 살고 있는 김석출 선생을 만나러가는 여정 내내 계속 이어진다. 그렇게 우리는 폭포수 밑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삼 년 동안 가다듬은 배일동 명창을 만나고, 정치인과 예술가의 차이를 간단하게 정리해버리는 박병천 선생의 소박함과 혜안을 만나고, 세습무(世襲巫)조상 대대로 무당의 신분을 이어받아 된 무당와 강신무(降神巫)신이 내려서 된 무당의 차이를 알게 되며,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우리 전통문화의 소박하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아름다움을 지켜보게 된다.
자신의 음악세계를 재창조하게 해준 미지의 스승을 찾아가는 사이먼의 지극히 개인적인 여정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로서 음악을 정의하고 싶어 하는 감독의 의도와 맞아 떨어지게 된 이유는 현실에서는 흩어져 있던 여러 가지 요소들을 하나의 다큐멘터리 구조 안에 흥미롭게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먼이 김석출 선생을 만나기 위해 배일동 명창의 목소리 수련과정을 관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배일동 명창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사이먼의 여정을 지켜보고 있고, 그의 여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야말로 그에게 변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수많은 영화를 통해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만남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아낸 것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 제작과정이 마련한 인위적인 기회라고 보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깝다. 감독이 음악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주장하기 위해 주인공의 인위적인 만남을 만들어내고, 그 만남들을 통해 음악의 본질을 관객들에게 경험하게 하는 이 영화의 구조는 다큐멘터리와 현실의 관계를 잘 설명해준다. 사이먼의 여정으로 보지 않았다면 흥미롭지 않았을 대상을 애정을 가지고 보게 해주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역할이다. 그것이 아무리 인위적인 것이라 해도 말이다. 하여 현실에서는 아무 연관도 없던 세 사람이 다큐멘터리라는 예술장르 안에서 만나고 자신의 개인적인 동기를 실현시켜나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며, 또한 제목이 암시하는 바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