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 실린 글을 먼저 읽어 본의 아닌 ‘스포를 당한’ 후 트렌디드라마 <솔직하지 못해서>를 보게 되었다. 다섯 명 등장인물들이 만나게 된 일등공신은 역시 트위터(Twitter). 주인공 하루와 학창시절부터 친구였던 피치를 제외하고는 같은 도쿄 하늘 아래 살뿐 만난 적도 없었던 이들이 트위터를 통해 만나 서로의 일을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걱정하며, 용기와 도움을 줄 수 있는 진짜 친구가 된다. 하지만 이들을 매개한 트위터의 기능은 그들을 만나게 하는 역할에서 사실상 종료된다. 만나기 전까지는 트위터를 통해 소통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바깥세상에서 서로를 확인한 후에는 아니나 다를까 휴대전화를 이용한다. 그 후의 트위터는 정모 공지용으로만 이용되었으니, 이건 인터넷채팅이나 동호회의 정모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실시간으로 연락이 이루어진다는 장점을 논할 것이라면 애초에 문자메시지나 전화여도 괜찮았다. 한 시대의 새로운 소통창이자 이슈거리인 트위터가 고작 이목을 끄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나 인터넷카페와는 분명히 다른 트위터의 무한한 특성을 드라마에 녹여내지 못한 점이 아쉽다. 물론 하루와 피치는 트위터(에 남긴 한마디)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린다는 트위터(로 인한 만남)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에피소드로 감싸기에 트위터의 세계는 너무나 무한하지 않은가.

임용시험에서 떨어진 임시교사이면서 자신을 단지 ‘고교 교사’라고만 소개한 하루, 삼류 에로 잡지사에서 어시스트를 하면서도 실력 있는 카메라맨처럼 자신을 포장한 나카지, 스튜어디스라 속인 잡화점 아르바이트생 피치, 의료기기를 팔기 위해 갖은 굴욕을 겪는 영업사원이지만 의사라고 거짓말을 한 닥터. 인터넷 상에서의 자기포장은 세계 어느 나라나 같은가 보다. 요즘은 “키보드만 두드리면 나도 이건희, 나도 하버드 박사과정, 나도 람보르기니 오너”라는 말이 있다. 싸이월드(Cyworld)는 어느 날인가부터 허세월드라 불린다. 반만 믿어야 할 온라인 인맥들이 둘도 없는 애인이며, 친구가 되었다는 꿈 같은 결론이 매력인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