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회적기업은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어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기에 모두들 착한 사회적기업을 내세우는가에 대해 우리는 당연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도 사회적기업의 육성 및 지원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약을 내지 않은 후보자가 없을 정도로 우리사회에서의 사회적기업은 마치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이제는 우리가 처한 사회적 문제의 원인요소 중의 하나였던 대기업들도 이를 직접 설립·운영하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우리는 명백히 정부가 담당해야 할 공공사업이 사회적기업에 던져져 시장논리에 맡겨지는 것을 보기도 한다. 포커스를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에 맞추었으니 일자리 수 말고는 성과를 따지는 지표조차 제대로 개발되어 있지 않다. 이렇다 보니 많은 사회적기업의 수준은 기존의 공공근로 등 단순한 일자리제공에 그치고 있으며, 정부에서 지원하는 인건비가 중단되면 곧바로 도산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기업과 예비 사회적기업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정책당국은 매우 좁은 의미의 사회적 비즈니스만 인정한다. 그것도 정부가 직접 인증을 한다. 착한 사회적기업 활동을 하겠다는데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인증이 없는 곳은 사회적기업이라는 이름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규제한다. 그러나 일단 정부의 인증만 받으면 각종 세제혜택과 인건비와 같은 직접지원을 받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스스로 만든 시장진입 장벽이나 특혜에 대한 시비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사회에 필요한 사회적기업이란 무엇인가
사회적기업에 대한 우리사회의 시선은 매우 다양하다. 이는 사회적기업이 지니는 복합적 성격이 아직 우리사회에 익숙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한 해외 사회적기업들의 다양한 유형과 활동으로 인해 이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로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고 정부의 제도적 지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유럽에서는 복지정책의 일환 속에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밖에 많은 나라에서도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사회적기업을 바라보는 미국과 유럽의 차이는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차이를 반영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사회적기업이란 시민사회가 주체가 되어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공공적 성격의 기업을 의미하며, 정부-기업-시민사회의 관계가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되는 한 지점에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최근에는 복지에 관한 수요와 더불어 경기침체와 빈곤, 실업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제3섹터 제1섹터인 공공부문과 제2섹터인 민간부문의 공통영역을 지칭하는 개념와 정부의 공동 대처방안으로서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장애인과 같은 소외계층의 일자리 창출 또는 창출된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취약계층을 노동시장에 편입시키려는 의도로 설립되기도 한다. 따라서 정부의 복지부담을 덜 수 있고 시장에서의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지역 거버넌스(governance)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기대할 수 있는 까닭에 이에 관한 연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산적 복지, 근로연계복지의 연장선에서 실업극복과 일자리 통합을 위한 정책적 과제의 하나로서 사회적기업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해외탐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2000년 이후다. 특히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되면서 외국에 비해 매우 빠르게 사회적기업이 탄생하고 육성되고 있다. 그러나 규모와 정책적 지원에 비해 장기간에 걸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외국의 성공사례를 소개하고 벤치마킹하는 경우에는 성공의 역사적 맥락과 제도적 틀을 고려해야만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던져야할 것은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사회적기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이는 ‘외국의 사회적기업 유형 그 자체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는가’와 ‘한국에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사회적기업의 유형은 무엇인가’라는 두 가지 형태의 질문으로 구분된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다양한 정의
사회적기업의 개념에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우선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사회적기업을 바라보는 유럽에서는 사회적기업을 ‘사회적 목적을 가진 기업’, ‘시민기업’, ‘커뮤니티 비즈니스’, ‘커뮤니티 복지기업’으로 표현하고 있다. EMES네트워크연구센터유럽의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기업에 관한 연구센터는 사회적기업이 기업적인 전략으로 조직되지만 주요목적은 이윤 극대화가 아닌 사회·경제적 목표의 달성이며, 사회적 소외와 실업에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공익적 민간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OECD 역시 사회적기업을 기업가정신으로 조직되어 사회·경제적 목적을 모두 추구하는 단체로 보고 있으며, 나라마다 그 법적형태는 다르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밖에 영국의 통상산업부(DTI) 또한 사회적기업을 사회적인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며, 창출된 수익을 사회적 목적달성을 위해 주로 기업 자신이나 지역사회에 재투자하는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비영리적 측면을 강조하는 미국에서는 비영리조직으로서의 이윤분배 제한(Non Profit Organization)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로버츠기업개발재단(REDF)은 저소득자에게 경제적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모험적인 사업으로서 수입을 창출하는 것이 사회적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기업 컨설팅업체인 버추벤처스(Virtue Ventures)는 사회적기업의 활동을 시장실패나 사회문제를 감소 또는 완화시키는 사회적 목적 및 민간부문의 사업에서 재정적인 훈련과 변혁, 결정 등을 통하여 생성되는 사회가치를 위해 만들어진 모험적인 사업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육성법(제2조 제1호)에서도 사회적기업을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으로서 인증 받은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도 광범위한 차원의 개념에 대한 합의는 존재하지만 아직 사회적기업 부문에 대한 논의는 국가마다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사회적기업의 출현배경이 국가와 사회의 특성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사한 시스템을 가진 국가들 간에도 각국의 정치·문화·사회적 특성에 따라 관련정책, 법, 지원방안, 구조 등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럽형 모델과 미국형 모델의 차이

사회적기업의 발전모델은 크게 유럽형과 미국형 모델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사회적기업 정책에 대한 특징을 두 가지로 구분하면 대륙권의 유럽국가들은 공공성과 국가적 개입을 강조하는 반면 영미국가들은 개인주의적 전통에 의해 정부의 직접지원 보다는 사회적기업 자체의 자율성 및 독립성을 강조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우선 유럽형 모델은 법제도적 지원을 통해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과 사회복지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혜택 확대에 초점을 두고 지역사회 연계중심의 비즈니스 형태로 발전해 온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유럽형 모델은 다시 영국식과 이탈리아식으로 나뉘는데 영국식은 복지민영화 방식으로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하되 사회적기업이 영리기업 활동을 통해 취약계층지원과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토록 한다. 특히 영국정부의 법적·제도적지원은 체계적이고 포괄적이며, 프랑스, 독일,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도 이러한 영국식 모델 범주에 속한다. 반면 이탈리아의 사회적기업은 전통적인 협동조합 형태로서 구성원의 이익을 보다 우선적으로 중요시하며, 취약계층 고용창출과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성장해 왔다. 특이한 사항은 이탈리아의 경우 유럽국가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고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밖에도 스웨덴, 핀란드, 스페인, 덴마크, 포르투갈 등이 같은 범주에 속해있다.

이러한 유럽과는 달리 미국형 모델은 정부차원의 명문화된 제도적 지원이 없다. 그러므로 사회적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공익적인 사명으로 영리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은 모두 사회적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원래 미국의 사회적기업은 비영리조직의 별도 영리사업법인 형태로 발전했으나 1990년대부터 영리와 비영리 간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가치실현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벤처기업들까지도 사회적기업의 범주에 포함되고 있다. 또한 미국의 활발한 기부문화와 자원봉사는 사회적기업의 활동에 좋은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부와 관련하여 사회적기업도 민간재단으로부터의 기부를 투자유치 벤처자선(Venture Philanthropy)로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투자유치가 미국의 사회적기업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이 가장 활발하여 2003년 존스홉킨스대 시민사회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9.8% 유급상근인력 860만명 규모가 사회적기업에 자발적 노동력을 직·간접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사회적기업의 태동은 근대유럽이었지만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사회적기업은 미국의 성장과 더불어 발전해왔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편 영국식 모델 범주에 속하는 프랑스는 ‘근접(지역밀착)서비스’를 발전시키는 사회적기업으로 유명하다. 특히 집단적 보육과 가정기반 보육 등의 보육과 가정도우미 등의 제도는 사회복지분야와도 밀접하다고 볼 수 있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빅이슈>


영국의 사회적기업
영국의 사회적기업들은 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팔거나 정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사회적 목적을 가진 독립된 조직이다.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으로는 우선 빅이슈(Big Issue)가 있다. 빅이슈의 취지는 잡지출판 및 판매를 통해 노숙인에게 재활과 자립지원, 임시숙소 제공, 교육과 재취직을 지원하는 것으로 즉, 빅이슈는 일자리 창출형이다. 활동을 보면 시사월간지 <빅이슈The Big Issue>를 노숙자에게 싸게 공급하고 판매권한이 있는 노숙인이 정가로 판매한다. 고든 로딕(Gordon Roddick)과 존 버드(John Bird)가 미국 뉴욕(New York)의 거리잡지(street magazine)에 착안해 1991년 9월 월간잡지로 창간했고 이후 1995년 빅이슈재단이 설립되었다. 잡지판매원으로 자리를 잡은 노숙인들 중 일부를 빅이슈 본사에 취직시켜 잡지편집이나 취재활동 등의 업무를 맡기기도 했다. 이러한 빅이슈의 도움을 받은 노숙인만 해도 2007년까지 총 5,500여 명에 이르며,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7월 5일 창간호를 발행하여 노숙인들을 위한 다양한 수익사업과 자립지원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그린웍스(Green Works)는 2004년 등록된 자선단체이자 가구 재활용 사회적기업인데 대기업과 정부부처의 남은 사무용가구를 수거해 학교, 자선단체 등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설립목적은 환경적 목적 즉, 환경의 지속성이며, 2000년 설립된 뒤 150여 명이 이 회사에서 일자리를 찾았을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5,000여 곳에 가구를 공급해 연간 250만 파운드를 절약하고 폐기물 재활용 등으로 온실가스 감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따라서 그린웍스의 역할 또한 일자리 창출형으로, 환경 친화적인 사업을 미래사업으로 채택한 기업으로 볼 수 있다.

지역사회 조직이자 사회적기업인 리부트(ReBoot)는 원래는 해크니(Hackney) 시 소재 사회적기업인 부트스트랩(Bootstrap)에서 수립한 프로젝트로, 핵심사업은 개인과 조직들로부터 기부 받은 컴퓨터들을 재활용하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가 2000년 사회적 목적을 주목적으로, 영리활동을 부차적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설립된 것이다. 수집된 컴퓨터 부품들을 다시 업그레이드시켜 자선단체, 기업 및 개인들에게 판매하며, 또한 지역사회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과 교육 및 훈련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여 리부트 또한 일자리 창출형 기업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전국 및 지역 파트너십으로 활동하는 모범적인 개발기구인 글래스고웍스(Glasgow Works)의 경우, 1994년 장기 실업자들의 직업활동복귀를 돕기 위해 설립되었는데 방과 후 어린이 돌보기, 가전제품 재활용, 깃발 만들기, 청년들을 위한 훈련, 건설과 환경 등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글래스고웍스가 진행하는 사업은 종신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활동으로 계획된 것이 특징이다. 유급수혜자들은 인터뷰를 거친 후 채용되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노동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훈련과 기타지원을 받는다. 지난 1994년부터 1997년 1월까지 800여 명이 훈련을 받았고 일 년 계약을 완료한 사람들 중 62%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삼 년 이상 실업자였던 사람들 중 53%도 일자리를 찾게 되었다.

한편 1946년 시작된 공기업 성격의 사회적기업 렘플로이(REMPLOY)는 신체 장애인들이 일하는 영국의 국영 제조회사로 직원의 90%가 장애인들이다. 다수의 일류 영국기업들과 거래하며, 그 매출액이 1억 5,000만 파운드 이상에 이를 정도다. 정부에서도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1992년 이후부터는 다른 곳에서도 자금을 조달,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현재는 약 80여 개의 공장과 6,000여 명의 영구직원을 거느린 영국 최대의 장애인 고용기업이 되었다.


그린웍스의 활동 모습

또한 사회적기업의 일종인 와이즈(WISE)노동통합형 사회적기업에도 여섯 종류가 있는데 그중 하나인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 협동조합’은 그 수가 2002년 기준 420여 곳 정도로 추정되며, 1988년에서 1992년 사이에는 약 1만여 곳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또 하나의 와이즈인 ‘지역사회 공동체 비즈니스’ 역시 1980년대 스코틀랜드(Scotland) 농촌지역에서 처음 시작되어 영국 글래스고와 다른 지방으로 성공적으로 퍼져 나갔는데 1995년 무렵 그 수가 400여 곳에 달하고 약 3,500여 곳의 일자리를 제공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중간노동시장 조직(ILM)의 기업모델 또한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되었으며, 시간제한 상근 또는 비상근 노동자에게 훈련을 제공하고 실직자에게 사회적으로 유용한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예순다섯 가지 운영프로그램에서 약 5,300여 곳의 일자리를 찾아냈다. 또한 사회적 회사(Social Firm)는 대부분 공공 및 자원봉사분야 파트너십을 통해 발전되었는데 유럽연합에서 자금을 받는 경우도 자주 있다. 사회적 회사의 수는 약 38곳 정도이며, 각각 약 10명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기업은 수입의 50% 이상을 판매를 통해 달성하고 유급인력의 25% 이상을 장애나 기타 불리한 조건의 사람들로 고용한다. 이밖에도 일자리 및 훈련을 제공하는 ‘자원봉사조직’이나 ‘사회적기업의 일부로 노동통합이 되어있는 조직’ 등이 있다.

미국의 사회적기업
미국의 사회적기업들은 주로 비영리단체가 중심이며, 활동분야를 살펴보면 우선 실업자와 복지 수혜자들을 노동시장으로 통합하는 일자리 창출, 노인 돌보기와 ‘신종빈민’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의 제공, 그리고 취약한 도시 및 농촌지역의 발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루비콘프로그램즈(Rubicon Programs)는 1973년 캘리포니아(California)리치몬드(Richmond)에서 설립되어, 호텔·리조트·공원 등의 조경사업 및 베이커리 등을 통해 장애인과 노숙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루비콘조경서비스와 루비콘베이커리라는 두 곳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또한 장애인, 노숙인, 빈곤층을 주로 고용하여 주거지원은 물론 정신건강 치료서비스까지 병행하고 있다. 따라서 루비콘프로그램즈는 통합형 기업이라 볼 수 있으며, 실제로 2006년에서 2007년까지 약 1,000여 명에게 근로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이 중 약 34%가 취업에 성공했다.


루비콘프로그램즈 활동 모습


클락슨센터(Clarkson Center for the Human Services)는 1970년 뉴욕 버펄로(Buffalo)에 설립된 인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어린이와 노인을 포함하는 취약계층과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비영리단체다. 활동분야는 청장년들을 위한 직업훈련 실시 및 인턴기회 제공, 실업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요식조달 훈련과정 등이며, 1995년에는 훈련과정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클락슨푸드서비스(Clarkson Food Service)라는 일반요식 조달회사를 설립했다. 1975년 이후 1만 2,000여 명이 훈련과정에 참여해 직업을 구했으며, 특이사항은 훈련을 마친 인턴과 직원들 중 78%가 흑인이라는 점이다. 하여 클락슨센터는 이윤의 92% 가량을 사회교육 활동에 재투자하는 일자리 창출형 기업이라 할 수 있다.


파이오니아휴먼서비스의 홈페이지


또한 시애틀(Seattle)에서 1963년 설립된 후 1966년 파이오니아인더스트리(Pioneer Industry)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현재 보잉 사 협력회사로 활동하고 있는 파이오니아휴먼서비스(Pioneer Human Services)는 소외계층 지원을 목적으로 사회적응이 필요한 출소자나 장애인 등을 직접 고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일자리 창출형 기업이다. 직업훈련 및 취업, 사회상담, 주택, 약물중독 치료 등도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는 하나의 기업이 아니라 12곳의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그룹으로 성장했다. 파이오니아휴먼서비스의 특징은 수익사업으로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의 기부를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같은 성공원인은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사명감 인식과 더불어 대표를 비롯한 기관간부들의 기업경영 경험과 경영기법을 도입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
이상에서 살펴본 바를 바탕으로 사회적기업의 활동이 지니는 의미를 정리해보자면 먼저 사회적기업이 복지시스템의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더불어 고용창출의 효과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축척 및 취약계층의 사회적 배제에 대한 대처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 빈곤층의 삶을 보면 단지 소득이 낮은 것뿐만 아니라 교육과 각종 서비스 및 주거환경, 가족 및 사회적 관계, 노동시장 및 각종 정보 등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고 있거나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앞에서 열거한 사회적기업 활동의 의미는 분절되는 것이 아니다. 가령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복지제도를 통한 지원이며, 그중에서도 노동이 가능한 집단에게는 유급노동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급노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기회가 제공됨을 의미한다. 이처럼 노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고 사회적 관계망이 형성된다는 것은 사회적 배제를 완화할 기회를 얻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에스빠스(Espases)를 예로 들어보자. 파리(Paris) 근교 므동(Meudon)에 위치한 에스빠스는 지역경제의 주축이던 르노자동차가 철수한 뒤 황폐해진 센(Seine) 강변지역의 생태적 개발을 도모하고 있다. 청년실업자, 장애인, 노숙인, 이민자 등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는 이들이 에스빠스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노동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기도 하지만 에스빠스는 단지 유급노동의 기회만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목공업이나 식목, 정원 가꾸기 등과 관련한 교육을 일주일에 여덟 시간씩 받게 된다. 또한 주거 및 의료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자원봉사자를 비롯한 많은 시민들과 교류하게 되며, 직업능력을 향상시킬 기회를 갖게 된다. 노동참여를 통해 형성되는 관계망이 단지 작업장 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갖고 있지 못한 자원을 에스빠스가 연결해주면서 관계망의 확장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자본의 확대로 볼 수 있으며, 더불어 이러한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 자체가 생태적으로 개발한 강변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므로 활동의 성과 역시 지역에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와는 활동환경이나 사회시스템 자체가 다른 에스빠스의 사례를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에스빠스의 사례는 사회적기업이 유급노동에 참여할 기회와 사회적 자본의 함양을 통해 사회적 배제를 경험한 이들에게 이를 완화하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요소들의 유기적인 연결이다. 또한 사회적기업은 각국의 고유한 역사적 맥락과 제도적 특성에 기반하여 각기 독특한 정부-기업-제3섹터-사회적기업으로의 연계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사회적기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무엇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에 근거한 사회적기업이 출현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상황이 바탕 되어야 하며, 이를 활용할 진정한 사회적기업가(social entrepreneur)들의 출현과 그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기업 제도 전반을 우리의 ‘사회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재조정할 필요도 있다. 사회적기업의 의의와 가치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단순히 사회복지시스템의 한 유형으로 머물지 않게끔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증제 역시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기다. 정부는 사회적기업의 법적인정과 지원관리 외에도 사회적기업 펀드의 조성이나 정부사업 위탁제도화, 예비 사회적기업 제도 등을 통해 그들이 자생할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회적기업의 개념을 넓혀 사회적 목적을 가진 비영리기관과 기업을 폭넓게 인정하되, 인건비 등의 직접지원 대상은 공공성과 사회적 목적이 확실한 곳으로 한정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사회적기업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 정부는 기업적 비전과 역량을 지닌 사회적기업가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할 것이다. 제1섹터와 제2섹터가 처리할 수 없는 우리사회의 문제점들을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 기업적 해법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보다 선택적이고 집중적이며 과감한 지원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센 강변의 생태적 개발<에스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