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파 이스트 무브먼트보통 Far★East Movement로 표현, 이하 FM의 싱글 <라이크 어 지식스Like a G6>가 빌보드(Billboard) 핫 100차트뿐 아니라 아이튠즈(iTunes) 다운로드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을 때 많은 한국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했던 것이 사실이다. LA(Los Angeles) 한인타운 출신의 힙합(Hip Hop)그룹이 미국 주류 대중음악계의 중심에 선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렇긴 해도 이들을 ‘국위선양’한 젊은이들로 대우한 우리나라 언론의 반응은 사실 조금 의외였다. 왜냐하면 이들의 성공은 미국음악계에서 거꾸로 특정 지역 출신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예전보다 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FM은 제이 스플리프(J-Splif)한국명 정재원, 프로그레스(Prohgress)한국명 노지환 등 두 한국계 뮤지션 중심이긴 하지만 단순히 한국인들로만 이루어진 그룹이 아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일본 혈통케브 니쉬, 필리핀 혈통DJ 버맨 등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의 인종적 뿌리를 상징적으로 아우르고 있다. LA 특유의 다인종적이고 다문화적인 힙합그룹에 한국교포가 두 사람 포함되어 있다는 정도로 바라보는 것이 실은 옳다. 게다가 이와 같은 다문화적인 접근을 통해 오바마(B. Obama) 시대를 사는 미국 대중 전체의 공감을 얻었던 것이기도 하다.
그들의 새 앨범 《프리 와이어드Free Wired》는 그처럼 다문화적이고 개방적인 시대적 코드의 핵심에 있는 자유로운 소통을 노래하고 있다. 지역이나 혈통의 한계를 벗어나 언제 어느 때건 우발적으로 하나의 타임라인(timeline)에 동기화되는 모바일 시대의 문화를 보여주는 사운드다. 이들의 힙합은 이른바 일렉트로-합(Electro-hop) 계열의 댄서블한 힙합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a)힙합의 대부이자 일렉트로 펑크(Electro-funk)의 선구자라 불리는 가수나 맨트로닉스(Mantronix)1980년대 힙합과 일렉트로 펑크를 주로 하던 그룹 같은, 힙합과 하우스(House), 테크노(Techno)가 분리되기 이전 혹은 그 무렵의 댄서블하고 펑키한 힙합 사운드에 기원을 두고 있다. 지금으로 따지자면 한국 걸그룹의 일렉트로닉 음악을 생산하고 있는 컴퓨터 중심의 사운드 시스템에서 출력되는, 달콤하고 소비적인 사운드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사운드는 사실 고전적인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자기정체성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 브롱크스(Bronx) 뒷골목 흑인들의 뼈아픈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나 LA 갱스터 랩(Gangsta Rap)의 고전인 N.W.A(Niggaz With Attitude)의 힙합 같은 공격성이 빠져 있는 대신, 즐겁게 놀고 소비하고 사랑하자는 메시지가 앞에 있다. 어쩌면 디스코(Disco) 시대의 힙합을 대변하는 슈거힐 갱(Sugarhill Gang)의 파티분위기로 돌아간 면도 없지 않다. 하긴 동네를 막고 놀던 1970년대 말 블록파티(bloc party)의 힙합은 아픔을 잊고 놀아보자는 메시지였다.
무엇보다 새 앨범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피처링(featuring) 아티스트들이다. 히트곡 <라이크 어 지식스>에는 데브(Dev)와 더 카타락스(The Cataracs)가, <로켓티어Rocketeer>에는 리안 테더(Ryan Tedder)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심지어 <이프 아이 워즈 유If I was You>에는 스눕 독(Snoop Dogg)이 피처링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명망 있는 여러 아티스트들을 기용함으로써 아시아계를 넘어 다양한 문화적 공감대를 끌어낼만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그만큼 FM이 유명해졌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피처링 아티스트의 적극적인 기용은 이들에게는 보편적 인기를 얻기 위한 필수 전략 중 하나이기도 했던 것이다.
FM의 성공은 체계화된 전략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치밀하게 움직여온 비즈니스의 결과이기도 하다. 교포 두 명과 고등학교 동창인 케브 니쉬가 LA 한인타운에서 함께 음악을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 주로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주류시장에 진입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은 2006년도의 히트곡 <라운드 라운드Round Round>를 통해서다. 2006년 첫 정규앨범 《포크 뮤직Folk Music》의 수록곡인 이 노래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패스트 & 퓨리어스-도쿄 드리프트The Fast And The Furious: Tokyo Drift>(2006)의 O.S.T에 실리면서 미국 전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FM은 그 이후에도 라든가 HBO의 히트쇼 <안투라지Entourage>, <가십 걸Gossip Girl>등에 꾸준히 음악을 선보이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체계적으로 높여 왔다. 하루아침에 지금의 명성에 이른 것이 아니라 대중의 수신망에 잡히기 위해 오랫동안 다양한 활동을 한 결과였다.
한 인터뷰에서 이들은 “일단은 플래닝(planing)이 중요하죠. 이와 함께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고, 사람들 역시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지는 등 시대적인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시대적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체계적 플래닝, 대중문화 분야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물론 그것이 음악성이나 진정성과 반드시 부합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힘을 갖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특히나 미국사회처럼 누가 어디 박혀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 거대한 곳에서 대중 전체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유니버설뮤직ㅣ2010

成耆完 1967년 서울생. 시인, 밴드 3호선버터플라이 멤버. 최근 글로 「영원한 현재진행형인 록의 신화」, 「68·87 플래시백」등.  kiwansung@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