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리집의 역사>를 본 이유는 순전히 관심 있는 배우가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나는 <우리집의 역사>를 보려 한 것이 아니라 마츠모토 준과 기타 호화로운 배우들을 눈요기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 사실 우리집의 역사든 너희 집의 역사든 일본 역사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기에 드라마를 관통하는 줄거리 자체에는 큰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사실 당시의 일본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각별한 관심 없이 드라마를 이해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간간히 등장하는 당시의 일본을 대표하는 인물들은 너무나도 생소하게 느껴져 나에게는 조금의 감동과 향수도 전해지지 않았다. 하긴 애초에 나처럼 캐스팅 목록만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모니터 앞에 앉은 외국인 시청자를 위한 드라마는 아니니 후지TV측을 헐뜯을 생각은 물론 없다. 드라마 전체에 흐르는 눈물겨운 가족애와 러브스토리는 다소 진부하고 단조로웠고 결국 창피하게도 끝까지 보지 못하고 포기해 버렸다. 그런데 이번 호 <플랫폼>에서 이 글을 읽고 나니 다시 구미가 당긴다. 이렇게 깊은 뜻이 담겨있다니! 아무래도 <플랫폼>을 옆에 두고 다시 한 번 봐야할 것 같다. 이번엔 외국인 시청자가 아닌 일본의 백 년을 대변하는 ‘야메 집안의 역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청자의 입장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