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관리자제도란 무엇인가
지정관리자제도지방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한 단체가 공공시설을 ‘관리’하는 일본 내 제도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다양해지는 주민들의 요구에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방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주민이용시설의 운영관리 사업에 민간단체의 참여를 인정하는 제도다. 주민대상 서비스의 향상과 경비절감을 꾀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2003년 9월 지방자치법 개정에 의해 도입되었다. 그 대상 또한 미술관이나 극장, 공연장을 비롯한 문화예술시설 뿐만 아니라 스포츠 시설, 병원, 주차장 등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매우 넓다.
공공섹터의 비효율성을 개선한다는 목적 아래 이 제도를 통해 민간사업자의 노하우를 도입, 주민서비스 향상과 비용절감을 동시에 노릴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애초부터 문화예술시설의 사명과 특성을 고려한 것은 아니었기에 역으로 제도가 문화예술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도입한 지 7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서는 제도의 개요와 문화예술시설에 미치는 영향, 이후의 전망 등을 간단히 소개한다. 아울러 기타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로서 현재 소속된 단체의 견해와는 관련이 없음을 미리 밝히는 바다.

제도의 개요와 선정절차
종래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출연법인외곽단체(外郭團體) 등에 한정되어 있던 지방지방자치단체 설치시설의 관리·운영사무 자격이 지정관리자제도의 도입으로 민간단체주식회사, 비영리민간단체(NPO)로까지 확대되었다. 그리하여 지방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시설의 운영관리주체를 정할 때는 반드시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거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관리자지정관리자가 운영’하는 방식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데 직영하지 않는 경우에는 무조건 지정관리자제도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결과에 이른다.<그림1-①> 참조
지정관리자가 될 수 있는 것은 민간기업, NPO법인, 지방자치단체출연법인 등의 단체뿐이며, 개인에게는 그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복수의 단체가 공동사업체(Consortium)를 구성해 지정받을 수도 있다. 예컨대 요코하마(橫濱)의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みなとみらい) 홀은 약 2,000석 규모의 대형 클래식 공연장인데 요코하마시 예술문화진흥재단을 비롯하여 건물관리회사, 무대기술회사 등으로 구성된 공동사업체가 지정관리자로 지명되어 있다. 또한 이 제도는 지방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시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국립시설, 민간기업 등이 세운 극장이나 박물관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시설의 지정관리자를 선정하는 방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제시하는 사양서(仕樣書)에 기초하여 복수의 사업자가 응모, 경쟁하는 형식의 ‘공모(公募)방식’과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단체를 지정하는 ‘비공모방식’으로 분류된다.<그림1-②> 참조 나아가 공공서비스에서도 민간 노하우의 도입을 추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 공립문화예술시설에도 공모에 의한 지정관리자 선정이 추가되었다. 2009년 통계에 의하면 위와 같은 시설의 약 27%를 공모에 의해 선정된 지정관리자가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표1> 참조
공모선정 절차는 일반적으로 <그림2>와 같이 진행된다. 민간사업자는 모집개요에 따라 운영방침, 사업계획, 수지계획 등을 기재한 제안서를 작성하여 제출한다. 이에 지방자치단체가 구성한 심사위원회가 제안서를 심사하여 후보를 결정하며, 의회의 의결에 따라 최종 당선자가 결정되는 방식인 것이다.

시설에 대한 운영
지정관리자는 제안서에 기초하여 시설을 운영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사후 시설운영 실태를 파악·평가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정관리자가 구체적인 운영상황을 보고하고 문제점과 개선책 등을 토론하는 정례회의모니터링 미팅를 가져 원만한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처럼 지정관리자제도는 ‘지정관리자가 제안내용 실현을 최대 목표로 하여 스스로의 판단으로 시설을 운영하고 사후평가를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한다는 골격을 갖추고 있으며, 지정관리자에게는 창의공정을 살린 사업의 전개가 요구된다. 한편 지방자치단체는 시설의 전체적인 사업방향성 등에 관하여 지정관리자와 충분한 의견조율을 거쳐야 하며, 개별사업 실시에 관해서는 지정관리자에게 일체 위임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정관리자는 그 활동에 따른 수입입장료 수입, 시설이용료 수입, 조성금 등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수입지정관리료을 재원으로 시설을 운영하고 사업을 실시한다. 지정관리료의 액수는 기본적으로 제안한 수지계획서를 검토하여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지정관리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지는 수입실적이 경비를 웃돌 경우흑자인 경우에는 차액을 지정관리자 본인의 수입으로 인정해 준다. 그러나 지출된 경비가 수입을 뛰어 넘었을 경우적자인 경우에는 손해금액을 지방자치단체 측이 부담하지 않는다.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는 예외 그러므로 지정관리자는 본인의 판단력과 책임감을 다하여 시설을 운영해야만 한다.

문화예술시설에 미치는 영향
민간사업 노하우 접목에 의한 행정서비스의 향상과 경쟁원리 도입에 따른 행정비용의 절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지정관리자제도지만 개인적으로 문화예술시설에 공모형 지정관리자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이점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문화예술시설의 지정관리자를 공모한 예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논해본다.
일반적으로 지정관리기간경영기간은 5년 안팎으로 설정되어 있다. 5년 후에 또다시 선정과정을 거쳐 지정관리자를 변경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여 지정관리자는 언제나 떠날 것을 염두에 둔 채 사업을 전개해야만 한다. 중장기적 시점으로 문화예술의 발전에 몰두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또한 지정관리자가 고용하여 시설에서 근무하게 된 직원들 역시 5년 후의 일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뜻 있는 직원들은 보다 안정된 자리를 찾아 서둘러 이직하는 것이 낫다”, “애써 경험을 쌓은 능력 있는 직원들이 5년 후에는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라는 말이 나도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지정관리자제도가 아트 매니지먼트에 종사할 인재양성에 어느 정도 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지역문화예술의 발전을 지원하거나 단체를 육성할 경우에는 문화시설의 직원과 지역주민 간의 신뢰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것이 결코 단시간에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많은 부분에서 곤란을 겪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한편 공모선정 단계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채점기준 항목에 준하여 제안서를 검토하고 최우수 제안자를 결정한다. 항목 중에는 특히 ‘수지예산’과 ‘사업운영내용’이 가장 큰 배점을 차지하고 있는데, 따라서 대다수의 지원자들에게는 서비스 향상과 비용절감이라는 쌍방의 적절한 조율이 요구된다. 그러나 비용절감을 우선시 한 제안서의 사업내용은 입장료 수입을 확보하기 쉽도록 집객율과 지명도가 높은 기획을 중심으로 구성되기 마련이다. 어느새 점점 문화예술진흥이라는 본질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지정관리자제도로 운영중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홀

향후 제도에 대한 전망
지정관리자제도가 도입된 지 7년 여, 이미 제1기 지정관리기간이 완료되어 2기에 돌입한 시설도 많지만 개중에는 제1, 2기의 운영단체가 모두 교체된 사례도 있다.시가(滋賀)현 릿토(栗東)시 릿토문화예술회관 사키라(さきら)가 그 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특히 문화예술분야는 중장기적인 프로젝트가 요구되므로 기간이 종료되면 운영단체가 바뀌어야만 하는 지금의 제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후 제2기, 제3기 지정관리자 선정이 진행에 있어서는 ‘공모방식을 통해 채용해도 문제가 없는 문화시설’과, ‘사업내용으로 보아 지정관리자의 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예상되는 문화시설’을 구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여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제도도입 초기에 제정된 ‘문화예술시설을 포함한 모든 시설의 지정관리자의 선정은 공모를 기본으로 한다’는 지자체의 방침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실제로 제2기 선정 당시 ‘시설의 설치목적과 사업특성 등을 고려하여 비공모방식을 채택’한 일부 시설들의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지방자치단체의 차원으로 대응하는 예 또한 문화예술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예술창조활동에 착수하는 극장과 공연장의 설치근거가 되는 법률가칭 극장법을 비롯하여, 국가가 극장과 공연장을 지원하는 제도를 확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러한 논의 중에는 지정관리제도와는 또 다른 별개의 제도로 문화예술시설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국가 법률의 차원으로 대응하는 예
그러나 이와 같은 사례들은 극히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예이거나 장래구상에 지나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방향성이 잡혀 있지는 않다.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문화예술의 진흥을 지향하는 문화예술시설에 지정관리자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아직 문제점이 많다. 막연히 ‘문화예술이라는 분야에는 이 제도가 적합하지 않다’고 호소해 봐도 궁극적인 문제해결로는 이어질 수 없을 것이다.
현 제도 산하에서도 지정기간을 장기화한다거나 비공모방식을 장려하는 등 대두된 허점들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의회와 유권자들, 나아가 일반시민 한 사람 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시설은 단기적인 아이디어나 비용절감이 최종 목적은 아니며, 장기적으로 문화예술의 발전에 일조하는 거점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널리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지역의 문화예술진흥을 목표로 하는 문화예술시설이 장수할 수 있는 왕도가 아닐까. “미술관 같은 곳에 잘 다니지는 않지만 이 마을에 미술관이 하나 있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라며 마음으로나마 지원해 주는 시민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이 바로 지역사회가 문화예술시설에게 바라는 사명일 것이다.
정보유통의 증대, 정치경체의 다극화 등에 따라 현대사회의 가치관은 다양해지고 복잡해져만 간다.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를 이해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문화예술이 시민사회 속에서 다해야 할 역할과 책임은 대단히 크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발달한 독창적인 문화예술을 왕성하게 교류하는 일, 또한 이를 위해 문화예술시설이 그 능력과 가능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제도가 실현되는 일, 이상의 두 가지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번역_ 崔盡娥 인천문화재단 홍보출판팀 행정인턴
中西健一 1967년 일본 도쿄(東京)생. 요코하마시 예술문화진흥재단 경영전략팀장. nakanishi@yaf.or.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