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작년에 비해 수준이 낮아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올해는 평자의 할 말 또는 문제설정에 있어 참신한 글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감정과 주장을 적절히 통제하여 객관성과 설득력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부족한 글이 많았다. 의미 있는 글이 되기 위해서는 상식으로부터 출발하면서도 상식을 뛰어넘는 주제와 입각점이 요구된다. 남들이 다 해놓은 이야기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또한 공적매체를 통해 발표되는 비평은 블로그와 같은 개인적 공간에 발표하는 글과는 달리 감정과 주장을 앞세우기보다는 논증을 통한 설득을 통해 목표에 도달하는 절제감이 필요하다.

최종적으로 두 편의 글에 대해 심사숙고를 했다. 조사라 씨의 「구미호, 현대판 괴물을 말하다-‘여우누이뎐’을 통해 보는 현대의 부모상」은 구미호와 같은 괴물을 그 사회의 화자로 읽어내는 지점이 지나치게 평이했지만 그 괴물이 부모로 설정되어있음에 착목한 점이 참신했다. 그러나 그 참신한 지점을 심도 있게 분석하는 것이 부족했으며, 논지의 전개와 문장이 거칠었다. 또한 함께 보내온 단평은 상식적인 윤리적 잣대를 주장하는 차원에 그치고 있었다. 김원 씨의 「인생은 아름다워-김수현의 가족극, 동성애에서 자폭하다」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동성애를 다룬 방식에 대해 여태껏 호평일색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이것이 보수적 가족주의의 관점 속에 포획되어 있음을 지적한 문제설정의 입각점이 참신했다. 또한 전반부를 제외하고는 문장이 상대적으로 매끄러웠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대상작품에 대한 감정이 과도하게 드러난 것이 큰 흠이었다. 따라서 공중파 TV의 가족극이 지니는 표면적 주제와 그 이면의 다양한 측면을 균형 있게 읽어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두 편 모두 가능성이 돋보였으나 고민 끝에 당선작을 내지 않기로 했다. 허나 가능성의 싹이란 소중한 것, 잘 키워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