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환의 「영화로 구성된 북한의 이미지」는 연평도 사건으로 시국이 뒤숭숭한 때라 그런지 유난히 관심이 갔던 글이었다. 민족이라는 이름은 숭고하며 훼손되지 않아야할 의무와 가치를 지녔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상황은 분단이라는 이름하에 민족이 둘로 나뉘어 방황하고 60년이라는 시간동안 점차 조금씩 소모되어 너덜너덜해진 민족성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런 느낌과 시각은 영화 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북한의 이미지는 안시환이 말한 것처럼 ‘사이에 끼어 있는’ 존재다. 훼손되어서는 안 될 민족성과 한 민족이라는 애틋함, 그러나 어긋난 이데올로기에 대해 총을 겨누고 결국에는 죄책감과 자괴감으로 얼룩져 있는 엔딩과 눈물들. 글에서 언급한대로 민족에 관한 숭고한 판타지에 관한 잔상이 초기에 남아있다면 후기 영화들은 그런 숭고한 판타지를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듯 보인다. 더 나아가 이제는 영화 속에서 숭고한 판타지는 남한만이 이루고자 하는 욕망으로 변질됐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통한 북한의 이미지는 결국, 우리가 꿈꾸는 통일에 대한 우회적인 바람이 아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