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韓寒)은 지금 중국에서 가장 핫(hot)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외모가 준수한 카레이서이며, 또 음반을 취입하여 가수로 활동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상업광고 모델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는 성공한 블로거다. 그의 블로그 방문자 수는 4억 5,000만에 이르는데, 이는 다른 인터넷 매체에 필적할만한 수치다. 그의 팬층은 주로 빠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와 지우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로 이들의 인터넷 투표를 통해 한한은 2010년 미국 <타임TIME> 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으로 선정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특히 한한이 2010년 야심차게 준비한 문학잡지 <뚜창투안(獨唱團)>은 제1호 발간 당시 150만 부의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잘 나가던 <뚜창투안>이 제2호 발간준비 과정 중 정간(停刊)을 하게 되었는데 그 사정이 자못 궁금하다.

한한

 현재 중국에서 한한이라는 이름이 갖는 문화적 파급력은 앞서 언급한 수치만으로도 짐작이 가능하겠지만, 한편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중국의 교육체제와 정부의 부패에 대한 비판을 겁 없이 실어왔다는 점은 <뚜창투안>의 정간에 정부의 압력이 있지 않는가라는 의심을 들게 한다.

한한의 데뷔작 『싼총먼』

블로그를 통해 자리매김한 저항자 이미지
 한한이 중국사회에서 처음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은 2000년 전후다. 그는 한 문학잡지가 주관한 신개념작문대회에서 우승을 한 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중국의 교육체제를 풍자하는 소설 『싼총먼(三重門)』을 발표하여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었다.
 당시 CCTV에서도 소위 ‘한한현상’을 주목했다. <뚜이후아(對話)>라는 프로그램에서 긴 머리를 한 열여덟 살의 한한은 전문가와 방청객들의 날카로운 비판에 직면했는데, 이 장면은 흡사 문혁프롤레타리아 문화대혁명 때의 대중비판대회 같았다. 한 교육 전문가는 한한에 대해 “파괴적인 창조력”을 가지고 있으며, 만일 한한이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난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장학금을 받은 한한의 동년배 여학생을 초청, 그녀가 피아노 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그녀를 중국 교육체제의 성공으로 부각시키기도 했다.
CCTV의 이 프로그램은 2010년 투또우(土豆)나 요우쿠(優庫)1 등 중국의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다시 한 번 열띤 토론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와는 달리 많은 네티즌들은 그때 한한의 모습이 CCTV에 대한 성공적인 도발과 조소였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로써 십여 년간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한한현상은 마치 결론이 난 것처럼 보인다.

한한의 블로그

 즉 중국의 교육개혁은 실패했으며, 중고생들은 대학입시의 중압감에 시달리지만 정작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한이 신개념작문대회 우승 이후, 십 년이 넘도록 ‘작가’로서 이름을 날리게 된 데는 그의 ‘저항자’ 이미지가 크게 기여했다. 처녀작 『싼총먼』이 중국 현대작가 치엔쫑슈(錢鐘書)의 『웨이청(圍城)』을 본 따 중국의 교육체제를 비판한 것으로 인기를 끈 데 이어, 후속작인 『창안루안(長安亂)』이나 『1988:나는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我想和這?世界談談)』 등을 통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1989년 학생운동톈안먼사건과 연결시키면서 한한에게 정치비판의 이미지를 덧씌웠다. 하지만 그를 진정한 저항자로 자리매김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블로그였다.
 2006년 3월, 한한은 그의 블로그에 문학평론가 빠이예(白燁)를 통렬히 비판하는 글을 올렸는데 이에 대해 빠이예가 이에 대한 호응으로 한한이 저속하다고 글을 올렸고, 한한은 다시 빠이예가 위군자(僞君子)라고 맞받아쳤다. 이와 같은 격렬한 인터넷 논쟁에 이어 원로작가 루티엔밍(陸天明)과 그의 아들인 영화감독 루추완(陸川) 등이 한한에 대해 전방위적인 공격을 펼치면서 이 싸움은 기존 매체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매체가 한한의 편을 들지 않은 반면 한한의 팬, 즉 네티즌들은 한한의 적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무차별 공격함으로써 그들의 블로그를 최종 함락시켰다. 이렇듯 한한이 지닌 비판의 칼날은 빠이예로부터 시작하여 루티엔밍, 그리고 현대문학의 대가인 마오뚠(矛盾)과 라오셔(老舍)에게까지 미치면서 소위 정통문학의 아성에 도전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공공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는 2008년 원추완(汶川) 대지진 때 직접 재해지역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동시에 현지정부가 재해복구를 위한 모금액을 도용하여 호화 자동차를 구입했다고 블로그에 폭로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2009년 항저우(杭州)의 치쉬마(欺世碼) 사건2, 상하이(上海)의 띠아오위쥐파(釣魚執法) 사건3, 2010년 상하이 엑스포의 방대한 예산집행, 그리고 팍스콘(foxconn) 기업 노동자 자살사건 등 중국사회 내 굵직한 사회문제에 대한 첨예한 비판을 블로그에 발표하면서, 소위 ‘공공 지식인’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한은 이제 더 이상 하나의 문화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체제로부터 독립된 지식인의 상징이 되었으며, 많은 젊은 네티즌들은 그를 ‘청년의 대리자’, ‘새로운 영웅’, 그리고 ‘21세기의 루쉰(魯迅, 1881~1936)’으로 추앙하기에 이르렀다.

<뚜창투안>의 우여곡절
이렇듯 한한은 반항하는 고등학생에서 성공한 카레이서, 그리고 소위 ‘오피니언 리더’로서 거듭나게 되었다. 거기다 준수한 외모와 함께 거액의 인세수입까지 더해지면서 한한의 이미지는 거의 완벽에 가까워졌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 그의 영향력은 “한한은 일반대중들이 거대한 고통을 짊어지도록 하는 통치집단에 맞서고 있는 영웅이다. 따라서 우리는 반드시 그를 지지해야 한다”라는 말로 집약될 수 있다. 이러한 심리는 한한을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과 맞서는 ‘영웅’으로 만듦으로써 현대사회에 대한 불만을 그에게 투사하는 환상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현재 중국사회에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다. 이러한 환호성은 그가 준비한 잡지 <뚜창투안>이 창간되었을 당시 최고조에 달했다.

 <뚜창투안>창간호
 2009년 5월, 한한은 자신의 블로그에 <뚜창투안>의 투고와 편집원 모집공고를 냈다. 이에 대한 호응은 대단했으며, 이와 함께 출판사들도 한한이 가진 상업적 가치에 앞다투어 투자하고자 했다. 그런데 이러한 호응 속에서도 <뚜창투안>은 출판과정 중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맞게 되었다. 그것은 ‘검열’이었다. 한한은 2010년 홍콩(香港)의 한 도서박람회에서 가진 독자들과의 만남에서 <뚜창투안> 심사과정의 황당한 경우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떤 소설에서 “한 사람이 식당에서 양고기를 주문했다”라는 문장을 대해 출판사는 “이 말은 통과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사람이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주문하지 않은 것은 곧 그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으며, 그것은 곧 그가 회족(回族)일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장이 소수민족의 종교문제를 건드린다”는 이유로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출판사 측의 과도한 몸 사리기 때문에 한한은 잡지의 원래 의도를 살리기 위해 몇 번이나 출판사를 바꾸어야 했다고 한다. 이렇듯 <뚜창투안> 창간호는 1년여의 시간을 끌면서 출판사를 여러 번 바꾸고 편집진의 자금을 바닥내면서 출간되었다.
 <뚜창투안> 창간호는 50만 부 인쇄, 한 권당 16위안의 가격으로 2010년 7월 6일 출간되었는데,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열 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예매     1위에 링크되었으며, 24시간 내 1만 부가 예매되었다. 또 베이징(北京)에 할당된    2만 2,000부 역시 20분 만에 다 팔려나갔다. <뚜창투안>은 출간되자마자 인터넷과 블로그 등에서 가장 주목받는 화제가 되었다. 이에 중국의 각종 포털사이트는 <뚜창투안>에 대한 특집뉴스란을 만들어 이 잡지가 환영받는 이유에 대해 ‘안전한’ 해석을 내놓고자 했다. 하지만 <뚜창투안>이 출간되기 하루 전, 중국 인터넷 관리 감독기관은 <뚜창투안>에 대한 긍정적인 보도나 블로그의 평론들을 사이트의 메인화면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는 중국정부가 인터넷 여론을 인도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뚜창투안>이 창간되었을 당시, 한편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빠링허우 작가들이 각 인터넷 사이트에 “한한의 <뚜창투안>은 허구로 조작된 잡기장 같은 것이며, 한한 본인 역시 ‘진보와 독립’의 청년 이미지로서 사람들을 현혹하는 사람”임을 골자로 한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당 관리기관과 반대파의 훼방에도 불구하고 <뚜창투안>은 150만 부라는 경이로운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후 한한과 편집부는 곧바로 제2호 발행준비를 시작하면서 <뚜창투안>을 월간지로 발행하고자 했다. 하지만 제2호는 결국 발행되지 못했고, 12월 26일 밤, 잡지의 주편인 마이무(馬一木)는 편집단의 해체를 선포했다. 곧이어 한한이 이를 확인함으로써 <뚜창투안>은 정식으로 정간(停刊)되었다. 발행에서 정간까지 반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 걸린 것이다. 한한과 대중 그리고 정부 사이의 미묘한 관계

카레이서로도 활동하고 있는 한한

 이와 같은 <뚜창투안>의 정간은 문화검열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뚜창투안>의 정간에 대해 출판사 측은 “협상의 과정이나 혹은 인쇄와 출판의 과정에서 갑자기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일이 종종 있다. 나는 이에 대해 잘 이해한다. 다만 오해를 방지하지 위해 여러 곳을 알아보았다. 지금으로서는 <뚜창투안>의 정간이 결코 출판기관 혹은 선전기관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다”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물론 표면적으로 볼 때 <뚜창투안>은 정부의 압박이 아니라 출판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신문매체와 인터넷 매체에서도 <뚜창투안>의 정간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모종의 압력과 그 압력에 대한 자기검열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하지만 한한에 대한 중국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대한 지적 못지않게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다. 그가 자신의 블로그를 거점으로 중국의 교육체제와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정부의 ‘관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한의 블로그는 그 자신과 중국강권의 충돌이 기묘한 평형을 이루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먼저 한한은 류 샤오보(劉曉波)나 위지에(余杰)와 같은 반체제 인사가 아니며, 그 자신 역시 애초부터 반체제 인사가 되려는 뜻이 없었다. 하지만 저항자 혹은 반항아로서의 이미지는 그의 문화적 영향력을 강화시켰으며, 하여 그것이 불러온 자신의 상업적 가치의 상승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강권을 도발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줄곧 평형을 유지해왔으며, ‘현명하게도’ 류 샤오보와 1989년 학생운동 등과 같은, 선을 넘는 화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면서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만 조롱과 풍자를 진행해왔던 것이다.

 공공 지식인으로서의 지속적인 활동은 사실 저항자로서의 한한과 그에 대한 대중의 열렬한 호응, 그리고 정부의 관용이라는 3자 구도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그는 저항자의 이미지로서 공공 지식인이라는 명예와 그에 따른 부를 향유하며, 대중은 한한을 소비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불만을 상상적으로 해소한다. 또 정부는 이러한 한한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관용함으로써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중국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1989년 학생운동 이후 중국의 역사는 현재 거대한 단절과 사회적, 집단적 실어증의 상태에 처해있다. 아무리 사회모순이 점증하고 통치자의 공신력이 땅에 떨어졌다고는 해도 중국이라는 이 거대한 함선은 여전히 정해진 항로를 운항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권위적인 통치방식이 계속되는 가운데 관료들의 부패는 이미 극한에 달했으며, 법제의 부재와 인성에 대한 억압, 또한 계급충돌과 소수민족 문제 등은 지속적으로 만연하고 있다. 높은 세금과 빈약한 복지 시스템 속에서 사람들의 인내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아무리 사정이 이러해도 중국 공산당의 탁월한 정치권력의 핵심은 여전히 억압적인 상명하복 식의 운영을 하고 있으며, 이는 신비한 각종 통치기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시민사회 역시 통치집단의 거시적인 계획의 일부분일 뿐이다. 인터넷 상에서의 적정수준에 대한 용인은 국민들 속에 비등하는 불만의 유효한 출구가 되는 한편, 중국 공산당이 표방하는 언론의 자유라는 허상을 창조하기도 한다. 한한이나 전통매체가 아무리 현(縣)급 관원의 부패나 만행을 끊임없이 폭로한다고 해도 정치체제 등 핵심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금기의 영역이다. 튀니지나 이집트의 학생운동에 대한 보도 역시 엄격히 제한되고 있는 것처럼.
이처럼 대중의 한한이라는 문화영웅에 대한 소비, 그리고 그에 대한 정부의 용인 속에서 한한은 오늘도 여전히 ‘꿋꿋하다’.

 1 유투브(Youtube), 페이스북(Facebook) 등 국제적인 인터넷 사이트는 중국에서 모두 봉쇄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 네티즌들은 주로 투또우나 요우쿠를 많이 이용한다.
 2  2009년 항저우에서 폭주에 의해 지나가는 행인이 즉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부유층의 자제인 스무 살 후삔(胡斌)으로, 경찰은 당시 행인이 5m 공중에 뜬 이후 20m 밖으로 떨어졌다는 목격자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차의 속도가 70㎞였다고 발표하여 의혹을 샀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경찰이 발표한 속도 치쉬(七十)의 발음을 따서 세상을 속이는 차속도(欺世碼) 혹은 진실을 속이는 차속도(欺實碼)라고 풍자했다.
 3  이른바 낚시수사. 사복경찰이 도로에서 지나가는 운전자에게 어디까지 태워다 달라는 식의 도움을 요청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약간의 돈을 지불하는데, 이때 운전자가 돈을 받으면 그곳에 잠복해 있던 경찰들이 그를 불법자가운영죄로 체포하는 것을 말한다. 2009년 상하이의 쑨쫑지에(孫中界)는 이에 대한 자신의 무고를 주장하기 위해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을 벌이기도 했다.

번역_ 金正秀 베이징대 중문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