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역동성을 관찰하는 일은 흥미롭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스타일이 쇠퇴하는 듯 보이다가도 내부적 또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생명력을 얻는다. 그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마치 유기체의 진화과정 같다. 그 중심에는 시대를 상징하는 음악인이 있다. 그들은 시대의 아이콘이며 다름을 규정짓는 염색체다.
2010년 11월, 영국 인디차트와 록차트에는 생소한 이름의 밴드가 등장한다. 반짝이는 눈동자라는 뜻을 가진 밴드 비디 아이(Beady Eye)는 첫 싱글 <브링 더 라이트Bring The Light>를 영국 인디차트와 록차트 1위에 올린다. 그리고 2011년 2월 마지막 날, 정규앨범 《디프런트 기어, 스틸 스피딩Different Gear, Still Speeding》을 공개한다.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은 이들의 데뷔에 주목했고, 열광했다. 이들은 다름 아닌 오아시스(Oasis)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영국록의 대안을 제시하며 등장한 오아시스는 제2의 비틀즈(Beatles)라는 평가를 받으며 브릿팝(British pop)영국의 다양한 음악적 전통을 되살려 영국그룹들이 연주하던 1990년대 대중음악의 부흥기를 선도한다. 활동기간 내 발표한 일곱 장의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영국차트 1위에 올랐고, 전 세계적으로 7,0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영국 역사상 ‘가장 빨리 팔린 앨범’, ‘가장 많이 팔린 데뷔앨범’,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앨범’ 등의 기록을 세우며 1990년대 청년문화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비틀즈의 아성을 넘어서는 것이 아닐까라는 복고팬들의 우려가 허언이 아닌 활동모습이었다.

하지만 오아시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낙원에서 추방된 인류가 겪었던 최초의 갈등을 내포하고 있었다. 카인과 아벨에 비견할 바는 아니겠지만 밴드의 주축이던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와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 형제의 난은 밴드를 바람 잘 날 없게 만들었다. 형제간의 갈등은 연일 언론에 노출되었고 밴드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아슬아슬하게 활동을 이어가던 이들은 결국 2009년 노엘 갤러거의 탈퇴와 공식해체를 선언하게 된다.
어찌 보면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노엘 갤러거를 제외한 멤버들은 해체와 동시에 스튜디오로 들어간다. 리암 갤러거와 겜 아처(Gem Archer), 앤디 벨(Andy Bell) 그리고 오아시스를 거쳐 간 크리스 샤록(Chris Sharrock)을 영입한 작업은 유투(U2)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스티브 릴리화이트(Steve Lillywhite)의 손길을 거쳐 정제된다.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공개한 데뷔 싱글 <브링 더 라이트>와 이 후 공개된 싱글 <포 레터 월드Four Letter World>, <더 롤러The Roller>는 오아시스의 해체에 서운해 하던 록팬들을 흥분시켰다. 2011년 3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Glasgow)에서 시작된 유럽투어는 성황이었고, 유수 록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head liner)로 초대받는다. 노엘 갤러거의 부재를 무색게 할 만큼의 성공적인 반응이었다.
비디 아이의 데뷔 앨범은 초창기 로큰롤(Rock’n’roll)을 듣는 것 같다. ‘다른 장비로 여전한 속도를’이란 앨범 타이틀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이들은 본향을 잊지 않고 있는 듯하다. 오히려 로큰롤의 원형에 접근한 소리를 들려준다. 이들이 오아시스의 해체와 동시에 선택한 스튜디오 잠행이 모태로의 회귀로 보이는 까닭이다. 오아시스라는 화려한 이름을 벗어버리고 반짝이는 눈동자를 빛내며 찾아낸 방법은 로큰롤을 잉태했던 원래의 자궁으로 돌아가는 일이었다. “비디 아이의 음악은 오아시스의 초기 음악과 같다. 이미 만들어 놓았지만 앨범과 맞지 않아 빠진 곡, 앨범에 수록되긴 했지만 관심을 끌지 못했던 곡을 복원했다”는 리암 갤러거의 인터뷰 또한 오아시스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비디 아이의 출발을 의미하는 말일 것이다.
비디 아이의 음악이 오아시스의 연장선일지 아닐지는 지켜볼 문제다. 하지만 데뷔앨범에서 감지할 수 있는 모습은 기대를 높여준다. 시작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영리하게 판단한 듯 보이기 때문이다. 복고와 회귀가 현재의 장에서 대안이라면, 비디 아이의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만일 그들이 성공을 거둔다면 우리는 또 다른 염색체 하나를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