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극장(鳥の劇場)은 돗토리(鳥取) 현 돗토리 시 시카노(鹿野)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공연장임과 동시에 극단의 이름이기도 하다. 2008년 NPO법인으로 인증, 현재는 배우 및 기술 스태프를 포함하여 열네 명의 멤버가 풀타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새의 극장이 있는 돗토리 현은 인구 약 60만으로 인구가 가장 적은 현이며, 돗토리 시는 현의 동부에 위치한 인구 20만의 도시다. 근래에는 인구감소 및 고령화, 지역경제의 쇠퇴 등이 지역의 심각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한편, 돗토리와 항구로 연결된 한국의 동해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를 잇는 국제 정기화물 여객선의 취항,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2011)의 로케이션 등 한국과의 교류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시책 또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카노는 2004년 시정촌 합병에 의해 돗토리 시에 편입된 지역으로 인구는 약 4,000명이다. 이 지역은 16세기 후반부터 형성된 작은 죠카마치(城下町)1로, 40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시카노마츠리(鹿野祭)시카노 지역에서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로 유명한데 시카노마츠리가 어울리는 마을을 콘셉트로 한 지역주민에 의한 경관보전 활동, 마치즈쿠리(まちづくり)주민주체의 새로운 지역 만들기 운동가 활발한 지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금도 죠카마치 특유의 T자 혹은 L자의 격자 마치야(町屋)중간계층의 전통적인 주거형태, 도로변을 흐르는 수로 등이 남아있어 독특한 분위기가 풍기는 곳이다.
새의 극장의 대표이자 연출가인 나카지마 마코토(中嶋諒人)는 돗토리 현 출신으로 대학진학 후 도쿄(東京)를 거점으로 연극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부터는 시즈오카(靜岡) 현 무대예술센터에 소속되기도 했으며, 국내외 투어 참가 및 코치(高知) 현에서의 공동제작 등을 거쳐 평생의 업으로서 직업 연극인을 꿈꾸던 차에 지방도시에서의 활동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2006년부터 돗토리에 돌아와 새의 극장을 설립했다.
나카지마가 돗토리로 돌아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었다. 극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큰 건물이 필요한데 돗토리에는 그에 해당하는 민간소유의 물건이 거의 없다. 하여 관청에 극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물이 있는지를 문의했고, 이에 소개를 받은 구(舊) 시카노 유치원과 구 시카노 초등학교 체육관을 거점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옛 유치원 공간은 직원실을 극단 사무실로, 놀이방을 스튜디오로 사용해 70~80명 규모의 상연 및 연회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옛 초등학교 공간은 체육관을 200석의 공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에어컨 및 전기관련 공사는 전문업자에게 의뢰했지만 기본적으로 무대기구 및 객석공간을 포함한 대부분은 극단멤버들이 직접 만들었으며, 조금씩 작업을 거듭하여 현재는 연극공간으로 진화되어 있다.
새의 극장은 오프닝 이벤트로서 2006년 9월부터 12월에 걸쳐 <인형의 집Et dukkehjem>입센(H. Ibsen, 1828~1906) 作 및 <오해Le Malentendu>카뮈(A. Camus, 1913~1960) 作, <아오이노우에(葵上)>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1925~1970) 作 등의 작품을 한 달 단위로 상연했다. 나카지마는 도쿄에서는 공연장에서 시간을 들여 연습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상연하는 곳에서 집중적으로 연습할 수 있다는 점에 가장 감동했다고 한다. 또한 당시는 공연장을 ‘창작의 장’으로 보고 우선적으로 작품의 창작에 집중한 시기였다고 한다. 필자 역시 돗토리 현 출신으로 2006년 9월부터 자원봉사자로서 새의 극장 활동에 참가하고 있는데 지역에 수준 높은 예술창조의 거점이 형성되어 근방의 사람들부터 현 외의 사람들에 이르는 다양한 이들이 모이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커다란 두근거림을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
2007년 5월부터 7월 동안에는 ‘우리들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서’라는 테마를 설정, <요리승강기The Dumb Waiter>핀터(H. Pinter, 1930~2008) 作 등의 부조리극을 중심으로 월 단위로 세 작품을 상연했다. 또한 이 시기부터는 초등학교 터의 체육관 또한 독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전까지는 지역 스포츠단체가 번갈아가며 이용했던 까닭에 체육관 이용 시마다 객석 및 무대설비 전부를 이동하여 상연이 끝나면 철거하는 작업을 되풀이해야만 했다. 독점사용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체육관 외에도 스포츠단체가 이용 가능한 대체시설이 있었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새의 극장이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인식이 지역 내에 퍼졌기 때문이다.

2007년 가을부터는 작품보다 오히려 새의 극장이라는 장소의 존재를 크게 인식하고 그에 초점을 맞춘 활동이 전개되었다. 그 활동의 중심으로서 <만드는>, <부르는>, <함께하는>, <시도하는>이라는 네 가지의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만드는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새의 극장이 공연했던 연극을 창작하는 것이라면 <부르는 프로그램>은 새의 극장 외의 예술가 및 단체를 불러 상연을 행하는 것이며, 또한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상연 외의 방법으로 무대예술의 재미를 체험하게 하는 워크숍 중심의 프로그램이다. <시도하는 프로그램>은 창작의 폭을 넓히기 위한 실험적인 시도를 행하는 것으로 극장 소속배우 및 스태프들이 연극을 연출하는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2010년도부터는 여기에 예술활동의 나아갈 길에 대해 배우고 토론하는 <생각하는 프로그램>도 추가되었다. 한편 2007년 11월에는 처음으로 새의 극장 외의 상연으로서 JCDN(Japan Contemporary Dance Network)의
<춤추러 간다!!(踊りに行くぜ!!)>가, 12월에는 도쿄의 신국립극장에서 <주검(鑄劍)>루쉰(魯迅, 1881~1936) 作, 새의 극장에서는 <검을 벼리는 이야기>로 개칭의 상연이 열려 새의 극장이 전국의 예술단체 및 극장과 이어지는 장소이자 극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 새의 연극제(鳥の演劇祭)가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이후 이 연극제는 돗토리 현, 돗토리 시, 새의 극장으로 이루어진 3자 협력에 의한 실행위원회 주최로 매년 9월에 개최되고 있다. 국내외 연극컴퍼니에 의한 상연과 함께 <돗토리 체험 프로그램>으로 명명된 돗토리의 자연과 문화를 즐기는 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열리고 있다. 나카지마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포함시킨 까닭에 대해 상연으로서 연극의 본질을 전달함과 동시에 축제로서의 성격을 강조하여 연극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접근하기 쉬운, 지역이 활기를 띠는 상황도 함께 만들어내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새의 연극제에서는 한국 극단 목화의 <로미오와 줄리엣>(2009), 극단 뛰다의 <하륵 이야기>(2010)가 각각 상연되기도 했다.
작년에 열린 새의 연극제 3에서는 ‘사람에 닿다, 도시에 닿다, 연극에 닿다’를 테마로 일본 국내외 여덟 개 단체의 상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워크숍, 앞서 언급한 <돗토리 체험 프로그램> 등이 열렸으며, 또한 <새의 연극제 쇼케이스>라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었다. <새의 연극제 쇼케이스>는 시카노 지역 내에 만들어진 세 곳의 가설극장에서 이틀간 열한 개의 단체가 공연하는 것으로 지역 내 문화홀 관계자와 극단·무용컴퍼니 사이에 만남의 장을 조성하여 서로의 입장에서 앞으로의 사업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을 주요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질 높고 독자적인 시도를 계속하는 새의 연극제는 서서히 지역 내로 정착하여 올 가을에도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 들어 새의 극장에서는 1월부터 3월까지 <어린이를 위한 작은 새 학교>라는 어린이용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고력과 창조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사이의 학생 총 열 명이 참가했다. 강좌는 배우는 반과 만드는 반으로 나뉘어 있는데 배우는 반에서는 시, 사회, 연극, 몸, 미술, 음악 등 여섯 분야의 제일선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어린이에게 배우면서 동시에 창작하는 기쁨을 전달했으며, 만드는 반에서는 새의 극장의 배우들과 함께 <숲은 살아있다(森は生きている)>원제 <열두 달의 요정>, 사무일 마르샤크(Samuil Y. Marshak, 1887~1964) 作를 원안으로 한 연극을 제작, 3월 말에 상연했다.
또한 3월에는 전국 아트 NPO 포럼 in 돗토리가 새의 극장, 일본 내 아트 NPO를 중간에서 지원하는 NPO법인 아트 NPO링크교토(京都), 돗토리 시민들로 구성된 포럼 실행위원회의 3자 주최로 개최되었다. 필자가 실행위원장으로 참여한 이 포럼은 당초 예술을 축으로 삼는 돗토리 시 중심시가지를 목표로 전국 아트 NPO에 의한 상점가 및 폐건물을 이용한 워크숍, 예술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를 테마로 한 토론회 등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3월 11일 발생한 도호쿠지방 태평양연안지진(東北地方太平洋沖地震)에 따라 내용을 일부 변경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예술과 NPO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테마의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을 경험한 칸사이(關西) 지방의 아트 NPO관계자들로부터 당시의 경험을 듣고 그것을 기초로 예술 및 NPO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토론했다. 코베(神戶) 시에서 무용공연장을 운영하는 한 NPO관계자는 지진 직후부터 피해를 입은 보육원을 돌면서 무용워크숍을 열었으며, “어른과 어린이가 하나가 되어 몸을 움직이는 순간, 딱딱하게 굳어있던 이재민들의 표정이 풀렸다”고 발언했다. 역시 고베 시에서 예술지원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NPO로부터는 “지진 직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재민을 격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재민 곁에서 함께하는 형태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견이, 그 외 참가자들로부터는 “지진 후 예술계의 활동을 자중하자는 움직임이 있지만 피해를 받지 않은 사람들이 평소대로 활동해서 어린이들에게 질 높은 예술 활동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틀간의 토론을 거쳐 정리한 폐회사는 다음과 같다.

전국 아트 NPO 포럼 in 돗토리
<돗토리에서 마주치다> 폐회사
「돗토리에서 마주치다-서로의 지혜를, 미래로」

2011년 3월 11일 미야기(宮城) 현 연안에서 발생한 도호쿠지방 태평양연안지진에 따라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재해가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발생 후 일주일 이상이 경과했지만 현지의 피해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이번 재해에서는 그 피해가 광역적인 것이라는 점과 더불어 국가가 추진해온 원자력 정책의 어두운 단면도 드러났습니다. 유사 이래 다양한 생명체 및 문화와 공생하며, 극히 문화적인 삶을 영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근 이백 년 동안 스스로의 손으로 가꾸어온 고도문명과 경제활동에 의해 자기 자신의 미래의 문을 닫아버리는 위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아트 NPO들은 돗토리라는 땅에 모여,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 예술과 NPO가 할 수 있는 일’을 이틀간에 걸쳐 이야기하며, 구체적인 액션플랜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한신 대지진을 경험한 아트 NPO는 ‘현지에 달려가서 춤을 춰 봤자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무력함’을, 도쿄를 거점으로 하는 예술가는 ‘소소한 즐거움의 기회조차도 자중해야 하는가 하는 허무함’을, 오전 중에 열린 워크숍 참가자로부터는 ‘너무나 즐거운 나머지 지진을 잊어버리고만 죄책감’을, 각각의 생각들을 생생한 언어로 토로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재해는 슬픈 것입니다. 하지만 아트 NPO들은 단지 슬픔에 젖어있기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실제로 한신 대지진 때는 몸을 하얗게 칠한 무용단이 현지에서 춤을 추는 것을 통해 사람들이 웃음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예컨대 워크숍의 방식을 통달한 아트 NPO가 그저 오시쿠라만쥬(おしくらまんじゅう)2를 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에 대한 확실한 실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들 아트 NPO들은 재해 순환의 긴급·구명기 뒤에 찾아 올 구원과 재건단계를 향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자원 및 전문성을 기초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곁에서 희망에 찬 미래를 창조하는 풍요로운 문화적 실천을 행해나갈 것을 이곳에서 밝힙니다.
우리들은 이 피해를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들 역시 갑자기 피해를 입은 수많은 사람들, 물건들, 문화, 지역의 유족이기 때문입니다. 재해에 의해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들에게 깊은 추도의 뜻을 표함과 동시에 직·간접을 막론하고 재해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위로의 뜻을 담아 이렇게 모일 수 있었던 사람들의 확고한 연대를 서로 약속합니다.

2011년 3월 20일
전국 아트 NPO 포럼 in 돗토리

이상과 같이 새의 극장은 연극을 축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단체의 재정 등 남아있는 과제는 많지만 지역의 공연장이라는 가치를 사회에 어떻게 전할 것인가, 연극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공연장의 필요성을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전개해 나가는 이 활동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에도(江?)시대에 유래를 두는, 성 아래 형성된 도시. 상업, 방어, 행정 등의 역할을 한다. 
2 몇 명의 사람들이 서로 등을 마주하고 팔짱을 낀 채 밀어내는 놀이.

번역_ 全輝 오사카시립대학교 문학연구과 아시아도시문화학 석사과정
이미지 제공_ 새의 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