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 인구를 가진 국가로 2억 1,000만 명의 인구 중 88%가 이슬람교인이다. 이러한 사실은 국제사회 내에서 인도네시아가 이슬람의 종교적 가르침을 엄격하게 실천하고 있는 국가라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이렇게 전통적인 이슬람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1998년 권위적인 군부정권의 몰락 이후 국가재건의 과정에서 주요하게 재현된 것일 뿐, 그 역사적 전통이 오래된 것은 아니다. 이슬람 국가로서의 정체성은 오히려 미국의 9·11 사건 이후 세계정세 속에서 외부의 정치적 기제들에 의해 강화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도네시아가 가지게 된 이슬람과 관련된 여러 전형들은 내재적으로 확립되어있기보다는 실은 매우 파편화되어 있고 복잡하게 얽힌 사회적 갈등들을 내포하고 있다. 약 2억 명의 인도네시아 무슬림들 역시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그들의 종교적 실천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또 어느 정도까지 종교적 원칙들이 재전유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그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일부다처제의 실행이다.

영화 <아야트-아야트 친타>와 일부다처제
무슬림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일부다처제가 결혼의 일반적인 형태일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재의 사오십대에게 일부다처제가 현실적인 결혼형태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사실이다. 종교적으로도 이슬람에서 일부다처제를 인정하는 만큼 어느 누구도 공적인 발언을 통해 일부다처제를 심하게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다수 여성들은 일부다처제가 남편이 이혼이라는 절차 없이 또 다른 여성을 만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한편 젊은 세대에게 일부다처제는 그들의 결혼생활에 있어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을 만큼 구세대의 관습으로 받아들여진다. 서구의 대중문화와 미디어의 영향을 받은 이 세대는 일대일의 배타적 관계에 기반한 사랑의 신화를 보다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다른 국가의 젊은 세대와 차이가 있다면 결혼 배우자의 여러 조건으로서 동일한 종교를 필수적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물론 교육수준, 재정적인 상태 등도 중요한 결혼조건이지만 다른 종교를 가진 이성간의 결혼은 거의 불가능하다. 즉 무슬림과 비무슬림간의 결혼은 어느 한쪽이 개종을 하지 않는 이상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0년대 후반 일부다처제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일부다처제를 둘러싼 공적인 담론이 인도네시아인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인도네시아의 인기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아야트-아야트 친타Ayat-Ayat Cinta>사랑의 시(2008)가 개봉되었을 당시 관객들은 소설에 보여주었던 애정으로 이 영화를 환영했다. 이 영화는 곧 현대 인도네시아인들에게 동시대의 ‘이슬람’ 혹은 ‘일부다처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화가 되었다. 영화의 내용은 이집트 카이로(Cairo)의 대학에서 유학중이던 엘리트 청년인 파흐리페디 누릴 분가 첫사랑인 아이샤리안티 카트라이트 분와의 결혼에 이어 자신을 사랑하던 마리아카리사 푸트리 분라는 여성과 두 번째 결혼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일부다처제의 상황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때 두 번째 결혼은 첫 번째 부인인 아이샤는 물론 파흐리가 원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록 아이샤가 적극적으로 제안하기는 하지만 이는 복잡한 일련의 오해와 사건들로 인해 두 번째 결혼만이 파흐리와 마리아 둘의 생명을 구할 뿐 아니라 파흐리와 아이샤 사이에 생긴 아이가 아버지 없이 자라지 않도록 해주는 방편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의 상당부분은 마리아가 병으로 죽을 때까지 이들 부부의 일부다처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묘사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일부다처제에 대한 인식과 변화
외부의 시선에서 본다면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곧 일부다처제에 대한 긍정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소재로 인도네시아의 대중문화를 연구한 바 있는 아리엘 헤리얀토(Ariel Heryanto) 교수는 이 영화의 주관객들이 일부다처제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모호성을 지적한다. 가령 영화의 한 장면에서 두 부인이 파흐리에게 서로 자신의 방에서 자라고 이야기하자 난감해진 그는 거실에서 잘 것을 선택한다. 첫 번째 부인인 아이샤는 결국 어느 순간에 이르러 파흐리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성에게 상냥하게 대하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고 잠시 집을 떠난다. 파흐리는 두 부인을 동등하게 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자신의 시간과 관심을 두 부인에게 공평하게 배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다행히도 감독과 작가, 그리고 파흐리는 두 번째 부인인 마리아의 병사(病死)로 이러한 문제적 상황을 자연스럽게 해결했지만 현실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즉 관객들이 이 영화에 끌렸던 이유는 일부다처제를 결혼형태의 당연한 사례로 묘사하기보다는 이를 현실에서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세 명의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례들로서 끊임없이 재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세대별 수용의 태도를 살펴보면 사오십대의 주부들은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부다처제의 결혼생활에 대해 공감한 반면 이삼십대의 젊은 세대는 이를 현실적인 가능성이 아닌 주인공들의 러브 스토리를 더욱 애절하게 만든 영화적 장치로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일부다처제가 항상 이슬람과 연계되었던 것은 아니다. 이는 종교적인 원칙보다 주로 왕족들 사이에서 이루어져왔고, 따라서 여러 부인을 둔다는 것은 권력과 남성적인 용맹함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가령 인도네시아의 첫 번째 대통령수카르노(A. Sukarno, 1901~1970)은 여러 명의 부인을 두고 있었으나 이것은 이슬람을 비롯한 어떠한 종교적인 성향과도 연계되어 해석되지 않았다. 한편 두 번째 대통령이었던 수하르토(H. M. Suharto, 1921~2008)는 종교를 중시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는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다섯 가지의 공식적인 종교 중 하나를 필수적으로 선택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의 경우 한 명 이상의 부인을 두지 못하도록 했다. 즉 대다수의 국민들이 일부다처제를 허용한 이슬람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지도층이라 할 수 있는 공무원들에게는 일부다처제를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일부다처제가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담론과 긴밀히 연계되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그의 독재정권이 막을 내린 이후부터다. 또한 이때부터 종교지도자, 학계인사, 정부관계자들 사이에 일부다처제를 둘러싼 공적인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다음의 두 가지 사례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되겠지만 이처럼 일부다처제는 인도네시아의 오랜 전통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포함하고 있는 논쟁적인 주제라 할 수 있다.

평등주의와 일부다처제
일부다처제를 옹호하는 캠페인을 가장 활발히 펼치고 있는 활동가로 푸스포 와도요(Puspo Wardoyo)라는 54세의 사업가가 있다. 그는 유명 레스토랑 체인을 가진 사업가로서 자신의 인생을 특징짓는 두 가지 스토리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했다. 우선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사업가가 된 그의 성공 스토리가 있다. 가장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해주는 공무원이 된 이후에도 레스토랑 운영의 꿈을 위해 고군분투한 그는 1986년부터 시작한 사업이 점차 성공을 거두어 2004년에는 두 곳의 해외지점을 포함, 총 서른세 곳의 레스토랑 지점을 열게 된다.
두 번째 스토리는 바로 일부다처제다. 그는 17년간 유지했던 첫 번째 부인과의 결혼생활 이후 1996년에는 두 번째 부인, 이후로는 다른 두 명의 여성과 결혼을 했다. 일부다처제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남성들이 보통 이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사업 성공 이후 네 명의 부인이 있음을 오히려 부각시켰다. 레스토랑에서는 ‘폴리가미(polygamy)일부다처제 주스’나 ‘폴리가미 볶음요리’ 등과 같은 메뉴를 등장시키는가 하면 일부다처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과 남성을 위한 상담사무소를 열기도 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일부다처제 사회(Indonesian Polygamy Society)를 설립하고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밝힌 『다수의 아내를 둔 성공: 푸스포 와도요의 네 명의 부인과의 경험The Success of Having Many Wives: Puspo Wardoyo’s Experience with his Four Wives』이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그에게 더욱 큰 유명세를 안겨준 것은 그가 재정적으로 후원한 일부다처제 시상식(Polygamy Award)으로 이는 2003년 최고급 호텔에서 호화롭게 개최되었다. 이 시상식은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일부다처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에게 명예를 수여코자 하는 취지로 개최되었는데 이는 곧 여러 부인을 ‘정의롭고 공평하게’ 대하며, 이들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남편 상(狀)을 뽑는 것이었다.
푸스포 와도요는 자신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사업가이자 일부다처제의 롤모델로 재현함으로써 일부다처제를 소수의 귀족과 왕족의 전유물이 아닌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도 수행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전유하려 했고, 이런 측면에서 일부다처제를 ‘평등’의 문제로 재정의(물론 젠더의 불평등 문제는 제외하고)했다. 이러한 재정의는 물론 이미 언급한 것처럼 수하르토의 독재정권이 막을 내린 후에야 가능해진 담론의 공간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 질서에 대한 그의 저항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그의 레스토랑 체인들과 브랜드는 아직 다른 지역에서는 유명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도인 자카르타(Jakarta)에서는 일부다처제에 대한 여성들의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해 그 인기를 잃고 있다. 그가 지원했던 시상식 역시 일회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사회적 측면에서 그의 일련의 행보는 사회의 엘리트 계층과 일부다처제의 연관성을 약화시킨 대신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측면과 연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일부다처제
이슬람 종교지도자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나이가 많은 남성으로 신자들이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의 권위를 가진 인물이다. 이에 비해 2001년 종교지도자로서 유명해진 압둘라 짐내스티어(Abdullah Gymnastiar)는 기존의 권위적 종교지도자들과 차별성을 두고 있었다. 당시 39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였던 그는 호감을 주는 외모에 종교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보다 아짐(Aa’ Gym)으로 불리는 것을 선호했는데아(Aa)는 그의 고향에서 ‘큰형’을 의미하는 말 이는 주로 친밀한 사람들 사이에서의 호칭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그가 권위보다 친밀함을 내세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슬람의 종교지도자이자 여러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라는 독특한 배경에서 나온 그의 설교는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인도네시아인들이 고민하는 현실적인 이슈들, 가령 가족과 일 사이의 균형, 성공적인 커리어의 추구와 자녀교육의 문제, 자기계발 등에 대해 유머를 곁들인 명료한 설교를 통해 종교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일곱 명의 자녀를 둔 그는 종종 그의 아내와 함께 설교를 하기도 했는데 그의 가정적인 이미지는 인도네시아의 중산층에게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종교지도자로서의 그의 인기는 사업의 성공으로도 이어져 그는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네 시간 정도 걸리는 그의 고향에서 기숙학교, 라디오 및 텔레비전 방송국, 출판사, 고아원, 상점, 모스크, 그리고 매일 몰려드는 방문객들을 위한 쉼터 등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런 인기 덕분에 2006년에는 여러 정당들이 2009년 부대통령 후보자로 그를 지명하려 했다.
그러나 2006년 12월, 모델로 활동하고 있으며 세 명의 자녀를 둔 미망인과의 두 번째 결혼발표 이후 그의 인기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를 따르던 이들은 실망과 분노를 감출 수 없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두 번째 부인을 맞이하는 것이 그의 종교적 가르침과 모순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인기의 하락은 그의 상승세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었고, 그의 비즈니스 역시 급격히 위축되었다. 결국 2011년, 그가 첫 번째 부인과 이혼하게 되자 미디어와 여론은 일부다처제가 왜 성공할 수 없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이를 적극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그를 지지하던 그룹의 상당수인 기혼여성들은 그의 두 번째 결혼이 발표되자마자 그의 설교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하고 이를 촉구하는 문자메시지를 조직적으로 퍼트리기도 했다. 평범한 주부들인 이 여성들은 그들이 일하던 사무실이나 자주 가는 시장에서 강한 어조로 그를 비난했는데 이러한 사적영역에서의 그에 대한 저항은 정치적 그룹에서의 비난보다 더 거센 반향을 이끌어냈다.

논쟁의 중심에 선 일부다처제
인구의 다수가 무슬림이지만 일부다처제는 인도네시아에서 항상 논쟁의 대상이다. 이러한 논쟁 자체가 공적인 장에서 가능하게 된 데는 수하르토 정권의 종식 이후 가능해진 담론의 공간이 큰 몫을 차지한다. 다수의 담론들이 일부다처제를 두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페미니스트들은 젠더 평등을 위해 일부다처제를 반대하고 있다. 대중문화의 장에서는 한 명의 배우자에 대한 배타성을 강조하며 영원한 사랑이라는 신화를 재생산하고 있다. 이때 일부다처제는 그저 구시대의 관습으로 치부될 뿐이다. 한편에서는 푸스포 와도요가 주장했듯 평등한 사회계층의 실현을 위한 방편으로 일부다처제를 지지한다. 인도네시아의 국가적 정체성을 둘러싼 논의에서도 세속성과 이슬람적 가치의 중요성을 둘러싸고 항상 일부다처제가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다. 종교적 측면에서는 코란이라는 종교적 텍스트를 충실히 따르려는 원칙주의자들이 일부다처제를 지지하는 반면 코란을 현대사회의 맥락에 맞춰 재해석하는 이들은 일부다처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들을 넘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문제가 한 여성과 남성간의 관계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무슬림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에서 일부다처제라는 현상은 외부에서 바라보듯 당연하게 여겨지는 전통적인 규범이 아닌 아직 끊임없는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대상이라는 점이다.

번역_ 金志允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