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지앙쑤(江蘇)위성TV의 <페이청우라오(非誠勿擾)>진심이 아니면 나서지 마라는 짝짓기 프로그램은 방영 첫날부터 숱한 화제를 뿌리며 2010년 상반기 동안 총 열다섯 차례 전국 위성TV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유행하게 된 데는 최신유행의 패션, 출연자들의 화려한 언변, 그리고 긴장감 있는 편집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동시에 빠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를 위주로 하는 출연자 섭외가 중요한 이유를 차지한다. 중국은 현재 바야흐로 ‘한 가족 한 자녀’ 정책의 첫 세대인 소위 빠링허우가 사회에 진출하고 결혼을 준비하는 시기다. 모든 시대, 모든 남녀에게 있어 결혼은 중요한 인륜지대사겠지만 특히 빠링허우에게 있어 결혼은 특히나 어렵고 특수해 보인다. 주말이면 티엔탄(天壇) 공원에 나와 자기 자식을 위해 짝을 찾는 백발의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고, 또 빠이허왕(百合網), 쉬지지아유엔(世紀佳緣) 등 각종 이성친구 찾기 사이트가 인터넷 공간에 범람한 지도 이미 오래다. 그리고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푸롱지에지에(芙蓉姐姐)자신의 일기와 사진을 공개해 인기를 얻은 인터넷 스타, 마누어(馬諾)<페이청우라오>를 통해 유명해진 인물 등은 ‘결혼하고 싶어 안달이 난 여자’의 모습으로 유행하면서 빠링허우가 직면한 결혼문제를 음으로 양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편 많은 신혼부부들 혹은 결혼을 준비하는 남녀들은 불경기 속에서 주택마련과 취업의 부담을 떠안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빠링허우에게 있어 결혼은 이미 달콤하고 따뜻한 보금자리나 가족을 지켜줄 견고한 성(城)이 아니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과도 같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베이징(北京)의 이혼율은 이미 40%에 달하며, 그중 이제 갓 결혼했을 빠링허우의 이혼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빠링허우의 결혼은 인터넷, 신문, TV 프로그램 등 각종 매체에 빈번히 출현하면서 점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의 결혼은 전위적인 결혼관, 고소득, 높은 지위, 경제적 위기 등 내외적인 요소로 인해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빠링허우의 결혼이 과연 어떠한 특수성 혹은 어떠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지 최근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신조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인터넷을 달군 각종 빠이진뉘
지앙쑤위성TV의 <페이청우라오>는 많은 ‘막장’ 유명인을 탄생시킨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들은 동시에 빠링허우의 결혼관이라는 절박한 현실문제를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 “나는 (자전거 뒤에 타서 웃느니)차라리 BMW에 타서 울겠다”라는 말로 일약 화제의 인물이 된 마누어는 빠이진뉘(拜金女)배금주의에 빠진 여성을 일컫는 말의 대표주자로 그녀가 남긴 ‘명언’은 빠링허우의 물질중시 풍조에 대한 토론을 격발시켰다.
빠링허우의 결혼조건 중에서 물질이 최고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것은 이미 새로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결혼준비에 있어 배우자의 성격이나 취미, 집안배경 등이 중요한 요소였지만 최근 인터넷, 신문 상의 이성친구 만남주선, 혹은 공개구혼 등에서는 월급, 주택소유의 유무 등 각종 물질적 조건이 거리낌 없이 ‘계약’의 조건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누어 같은 각종 빠이진뉘들이 인터넷 공간을 후끈 달구고 있는 것이다.
2008년 당시 23세였던 루어위펑(羅玉?)은 상하이(上海)에서 공개구혼을 했다. 그녀는 자신을 먼저 “시화에 능하고 고한어(古韓語)에 통달하며, 아홉 살 때부터 독서에 매진하여 아이큐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나에게 비길 사람이 없을 정도”라 소개하면서 자신의 배우자가 될 사람의 조건, 즉 “베이징대(北京大)나 칭화대(淸華大) 경제학 석사 이상, 국제적 시야와 국제경험, 키 176~183㎝, 잘생긴 외모, 동부연안 대도시 출신, 25~28세 등”을 나열했다. 이와 같은 배우자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은 “키 148㎝, 전문대 졸업, 충칭(重慶) 지방 소도시 출신”이라는 그녀의 별 볼일 없는 이력은 물론 별로 아름답지 않은 얼굴과 가공할만한 ‘낙차’를 보이면서 그녀를 곧장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마누어와 루어위펑 외에도 푸롱지에지에 등이 모두 이러한 빠이진뉘로 명성이 높은 인물들이다.
물론 이 빠이진뉘라는 칭호에는 상당한 조소가 깔려있으며, 또한 그 바탕이 되는 정서는 배금주의에 대한 경계다. 하지만 이들을 그저 결혼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못생긴 여자들이라 손가락질만 하기에는 어딘가 뒷맛이 씁쓸하고 또 작금의 세태를 확대경을 통해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여 이들 빠이진뉘에게서 두드러지는 것은 결혼조건에 있어 물질조건을 최우선하는 세태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공개구혼, 선 등의 요구조건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주택, 월급 등 경제조건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심지어는 2011년 2월 16일 베이징 시가 새로운 부동산 매매제한 정책을 발표한 이후 주택이라는 조건에 덧붙여 “최소 5년 내 납세증명”까지 요구하는 정도에 이르고 있다.

도전과 선언으로서의 루어훈
빠링허우의 결혼에서 두드러지는 이러한 물질조건의 최우선, 심지어 배금주의에까지 이른 풍조에 대해 물론 그 세대만을 탓할 수는 없다. 무릇 결혼이 하나의 가정, 하나의 세대를 이루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라면 이 새로운 생활에 최소한의 공간과 물질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여 이러한 결과는 1980년대 이래 심각해지고 있는 물가상승과 더불어 부동산가격 상승, 그리고 혼인비용의 비약적인 증가, 빠링허우의 경제능력 감소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까닭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빚더미를 짊어진 결혼을 진행할 것이냐 아니면 맨몸으로 결혼을 할 것이냐의 기로에서 후자를 택하는 빠링허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이른바 루어훈(裸婚)맨몸으로 결혼한다는 뜻이다. 그간 중국에서는 결혼할 때 관습적으로 남자 측에서 집과 인테리어, 결혼예물(필히 다이아몬드)을, 그리고 여자 측에서는 차와 가전제품을 준비해왔다. 그런데 최근 그 외 결혼식 식장대여와 식사값, 그리고 웨딩사진의 가격 등이 천정부지로 높아진 탓에 웬만한 월급쟁이 월급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렇게 상상을 초월한 결혼비용 때문에 경제적 능력이 없는 젊은이들의 경우 부모의 돈을 뜯어 먹거나이른바 컨라오족(?老族)으로 불림 혹은 30년 장기대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최근 세태에 반대하여 요즘 젊은이 사이에서는 루어훈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른 바 3무(無), 즉 ‘집과 차, 그리고 저축이 없는’ 상태에서 맨몸으로 결혼등기 및 간단한 식사를 통해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 루어훈이라는 말은 2008년 처음 등장하여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루어훈은 물론 결혼비용이 없는 현실적 조건에서 나온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자체로 애정을 결혼의 필요충분조건으로 한, 관습적인 결혼형식에 대한 도전이며, 또한 평생 집값대출의 상환에 허덕이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이기도 하다.     

쿨한 싱글들, 셩난셩뉘
최근 중국에서는 셩난셩뉘(剩男剩女)재고남 재고녀라는 신조어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말인즉슨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겨 ‘남아있는’ 남자와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미 셩난셩뉘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제작, 방영되고 있으며, 인터넷을 중심으로는 셩난셩뉘의 등급, 정의, 구분 등에 대한 활발한 토론까지 진행되고 있다. 논자에 따라 등급과 연령, 성격, 조건에 대한 정의가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 고학력, 고소득, 고연령, 까칠한 성격 혹은 바람기 등의 이유로 결혼정글에서 ‘자연도태’된 사람들이 모두 포함된다. 높은 눈, 까칠함 등 구체적인 습성이나 성격 등이 이야기되고는 있지만 이 셩난셩뉘 현상의 핵심은 어쩌면 고학력 고소득에 따른 결혼시기의 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1970년대 중반 이래 산아제한 정책에 따라 한 가족 한 자녀가 일반화되면서 집안의 유일한 자녀로 자란 빠링허우는 보다 집중된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교육을 받지 못한 부모세대들의 높아진 교육열이 빠링허우의 고학력을 더욱 부추기게 되었다. 이처럼 대학과 대학원 교육을 받은 고학력의 빠링허우가 늘어나면서 결혼시기를 뒤로 늦추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따라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셩난셩뉘라는 말속에는 결혼이라는 게임에서 도태된 남녀라는 의미 외에도 능력은 있지만 일부러 결혼을 늦추고 있는 쿨한 싱글이라는 의미까지 보태져 있다.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몇 가지 신조어를 통해 빠링허우의 결혼 풍속도를 그려 보았다. 이들의 물질 만능주의는 어김없이 결혼에도 적용되지만 그것이 때로는 물질이 아닌 둘 사람간의 애정만으로 루어훈을 이루기도 하고, 또 스스로 결혼을 미루어 셩난셩뉘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빠링허우의 결혼세태에 대해 일괄적으로 가치평가를 하는 것은 진정한 문제해결의 방법이 아니다. 그것은 이러한 변화를 추동하는 그 무엇, 즉 사회가치관의 급변과 빠링허우가 직면한 가치의 위기를 사고할 때 비로소 그 해결의 실마리를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다.

번역_ 金正秀 베이징대학교 중문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