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사내결혼. 이 두 단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일견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이들은 한때 일본의 결혼문화를 상징하는 키워드였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란 결혼적령기 여성에 대한 비유로 크리스마스 이브까지는 비싸게 팔리던 케이크가 25일이 되면 반값으로 처분해도 팔리지 않는 관행에 빗댄 것이며, 여성의 나이가 25세 이상이면 결혼하기 힘들다는 일종의 은유기도 하다. 또한 사내결혼이란 ‘회사인간’으로 유명한 일본의 샐러리맨들이 결혼을 위한 연애조차 할 시간이 없어 사내에서 항상 얼굴을 맞대는 OL(office lady)들과 결혼하게 되는 풍조를 빗대 말하는 것인데 1980년대 중반까지 통용되었던 이 용어들은 그러나 2010년대에 접어든 지금 어느새 잊힌 지 오래다. 이를 대신하여 새롭게 등장한 것이 바로 콘카츠(婚活)다.

콘카츠의 등장
콘카츠라는 용어가 일본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사주간지 <아에라AERA> 2007년 11월 5일자에 실린 「결혼하고 싶다면 ‘결혼활동’을」이라는 기사의 제목에 등장한 것이 최초인데 가족사회학자인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와 저널리스트인 시라카와 도코(白河桃子)가 만들어낸 용어로 알려져 있다. 이후 콘카츠는 이를 주제로 삼은 드라마 방영 및 콘카츠 관련서적 출판과 관련보도 등에서도 드러나듯 매스 미디어(mass media)의 주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지자체 및 시민단체까지도 생겨났다. 그 결과 2008년 일본의 성혼건수가 수년 내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경향신문될 만큼 사회적인 여파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때 콘카츠란 결혼활동(結婚活動)의 준말로 말 그대로 결혼을 하기 위한 일체의 활동을 의미한다. 이 용어를 고안하는 데 직접적인 배경이 된 것은 취직을 위한 일본 대학생들의 일체의 준비와 활동을 일컫는 용어 슈카츠(就活)취직활동(就職活動)의 준말다. 즉 구직이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듯 과거 남성이든 여성이든 적령기에 이르면 자동적으로 결혼했던 것과는 달리 이 또한 그에 맞는 준비와 활동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현실인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더불어 이때 결혼을 위한 활동으로 주로 거론되는 것은 상대방이 원하는 조건이나 특성을 배양하는 노력, 예를 들면 경제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배양,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외모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한편 일본의 매스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콘카츠에 열중하는 사람의 이미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 결혼을 하고 싶어도 상대를 찾지 못해 고민에 빠진 삼십대 이상의 미혼여성들과 둘째, 소위 초식남(草食男)으로 불리는, 남성다움을 결여하고 수동적이며 자기만의 길을 걷고자 하는 남성들이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시각은 우호적이라기보다는 희화적이거나 비판적인 것들이 많다. 삼십대 이상의 미혼여성을 ‘분수를 모르고 조건 좋은 상대를 찾다가 결혼을 못한 여자들’로 바라보거나 최근의 젊은 일본남성들을 ‘과거세대와는 달리 남자다움을 결여한, 패기 없는 젊은이들’로 비하하는 등 만혼(晩婚)화와 저출산을 이들의 개인적인 성향이 불러온 사회병리로 간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현재 일본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저출산 문제와 관련하여 전자의 여성들을 비난하는 의견 등은 인터넷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이들의 개인적인 성향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과연 최근의 일본인들이 과거와 달리 이기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결혼을 회피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콘카츠의 배경과 한계점을 통해 찾아보고자 한다.

콘카츠의 배경과 격차사회
콘카츠가 논의되고 있는 사회적 맥락을 살펴보면 우선 1990년대 이후 현저해진 일본사회의 만혼화와 저출산, 혼인율 저하를 이유로 들 수 있다. 콘카츠가 매스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을 때 지자체와 시민단체까지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콘카츠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혼화와 저출산, 그리고 혼인율 저하가 콘카츠를 낳은 직접적인 원인일까. 그 답은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인구학적 전환이라 불리는 이런 현상은 일본사회에 국한된 현상이라기보다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권 및 한국, 중국 등의 개발도상국 사회에서도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전 세계적 흐름이며, 또한 앞서 소개한 야마다와 시라카와에 따르면 일본사회의 경우도 1975년을 기점으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현상들은 콘카츠가 주목을 끌게 된 배경의 일부로는 볼 수 있지만 이들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찾기는 힘들다.
그보다는 콘카츠의 등장이 전제로 삼고 있는 상황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콘카츠가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은 결국 결혼이 하기 힘들어졌다는 현실을 짙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정리하자면 결혼을 할 만한 상대방, 즉 자신이 원하는 결혼상대자를 찾기 힘들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혼을 성인이 당연히 거쳐야 할 통과의례중 하나로 인식했던 고도성장기에는 자신의 희망과는 별개로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는 것이 모든 성인 사회구성원에게 기대되는 사회규범이었다. 그러나 고도성장기를 지배했던 남편은 밖에서 일을 하며 가계를 지탱하고 아내는 육아와 가사를 담당한다는 성별분업 시스템은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으며 나타난 실질임금의 하락과 이를 보전하기 위한 기혼여성의 노동시장 유입증가로 동요하기 시작했다. 돈도 벌고 집안일도 전담해야하는 상황에서 여성들의 결혼에 대한 가치관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80년대 중반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되고 난 뒤 직업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이 증가한 경우다. 이들이 결혼 후에 동등한 가사분담을 요구한 데 반해 남성들의 가치관은 과거 고도성장기의 역할모델에 머물러 있었고, 이러한 가사를 둘러싼 갈등과 그로 인한 이혼율 상승은 사회문제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후 고도성장기와는 달리 같은 시대를 살아간다고는 해도 결혼에 대한 기대가 성별에 따라, 그리고 계층에 따라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사회적 차원으로 문제를 살펴보자. 최근 일본사회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것이 바로 ‘격차사회’의 진전 및 ‘하류사회화’다. 전후 급격한 고도성장과 산업화를 거친 일본사회는 1980년대 버블경제 시대에 이르러서는 소비를 통한 평등을 구현했다고 평가되기도 했다. 당시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1억 총중류화사회’라는 캐치프레이즈였다. 국민의 대다수가 소비를 통한 평등의 구현을 믿고 자신이 중류층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시대는 그러나 1990년대 초반 버블붕괴와 함께 사라졌다. 이후 지속되는 장기간의 경제불황에 이어진 신자유주의적 개혁은 중류층의 하류전락 및 계층 간의 격차를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울 만큼 확대시켰다.  
이러한 경제적 측면에서의 변화가 콘카츠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우선 과거와 같이 남자가 혼자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는 세대 간의 고용형태의 차이 및 소득격차의 심화로 요약될 수 있는데 버블붕괴 이전에 고용된 세대, 특히 중년층 이상은 정규직이 다수인 데 반해 그 이후의 청년세대에서는 비정규직이 늘어나 경제적 불안정이 심화되었고, 그 결과 혼인율이 전체적으로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증명되는데 2009년에 실시된 노무라 종합연구소의 「생활자 1만 명 앙케이트」에 따르면 20세부터 49세까지의 미혼남성 중 연수입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기준선인 400만 엔한화기준 약 5,200만 원 이하인 경우가 전체의 83.9%를 차지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 2009년 고용형태와 혼인율의 관계를 조사한 후생노동성의 통계는 조금 더 충격적인데 비정규직 남성의 혼인율이 정규직 남성 혼인율의 절반 이하라는 것이다. 즉 안정적인 직업 및 일정 정도 이상의 수입은 결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며,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결혼의 가능성이 점점 더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반면 여성의 경우는 고용형태 및 소득격차의 차이가 결혼여부와 크게 관계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지만 이 또한 결국 취직이 어려워진 경제상황 속에서 도피처로서의 결혼을 꿈꿀 수밖에 없는 많은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콘카츠의 한계와 미래
콘카츠의 등장은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일본인에게 결혼이란 과거와 같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선택의 대상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선택은 순수하고 자율적인 본인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많은 부분 경제적인 상황과 사회적인 압력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콘카츠가 개인적인 문제해결뿐만 아니라 저출산이라는 사회문제의 해결책으로 환영받은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시사적이다.
<아에라> 2008년 11월 16일자에 실린 「불황이 초래한 콘카츠 초빙하기」라는 기사를 살펴보자. 기사에 소개된 30세 여성은 다음과 같이 솔직하게 말한다. “이럴 때(불황) 독신은 불안하다고 생각하지만 불안해질수록 결혼상대의 경제적 조건을 양보할 수 없어서 더욱 인연이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슬슬 결혼조건의 규제완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런 그녀의 ‘양보할 수 없는 결혼조건’은 연수입 700만 엔한화기준 약 9,100만 원 이상, 안정된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다. 결코 찾기 쉬운 조건은 아니지만 이 조건을 꺾을 수 없다는 데 여성들의 고민이 있다.
이처럼 삼십대 이상의 일본여성들은 경제적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사회에서 독신으로는 불안하지만 불황이야말로 이들이 결혼을 생각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까닭이기에 상대방의 경제적 조건에 대한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이중모순에 빠져 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불황형 콘카츠’를 행하고 있는 이 독신여성들은 바로 그 콘카츠로 인해 오히려 결혼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어떠한가. 이들의 경우 어디까지나 경제력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므로 혼자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 정도의 고액연봉자 외에 대다수는 아예 결혼대상에서 제외된다. 자신의 경제적 처지와 여성들의 기대를 알고 있는 이런 남성들이 과연 진심으로 콘카츠를 통해 결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겠는가.
실제로 야마다와 함께 콘카츠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시라카와는 2009년 한 잡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콘카츠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선언했다. 콘카츠는 결혼이란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어렵다는 의식, 또한 결혼은 남편이 주로 가계를 지탱하는 ‘쇼와(昭和)시대’ 식이 아니라 부부합산연봉의 ‘남녀공동참가형 부부’를 향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두 가지 의식의 전환을 도모하기 위해 제창되었는데 현재는 정반대의 국면, 즉 “독신여성에 의한 극소수의 고액연봉남성 쟁탈전”이라는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점점 더 많은 남성들이 결혼 후에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아내를 찾고 있지만 여성들은 그런 상대를 거부하고 자신을 부양해줄 상대방을 찾고 있다는 엇갈린 기대가 빚어내는 결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콘카츠의 한계는 주로 여성들에게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즉 여성들의 의식개선, 다시 말해 결혼 후에도 일하면서 동등하게 가계를 책임지는 태도가 중요한 것으로 부각된다는 점이다. 이는 일면은 맞지만 일면은 틀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여성들이 결혼 후 일자리를 기피하는 것은 지금까지 그들이 해왔던 일들이 결혼 후에도 유지하고 싶거나 유지 가능한, 소위 ‘자아실현’의 수단이거나 사회적으로 선호되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성에 비해 훨씬 높은 비정규직 비율, 결혼과 출산 후 현재 수준의 보수와 직급을 유지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 그리고 동등한 경제적 부담과는 별개로 여전히 부과되고 있는 가사부담 등 일본의 여성들은 더 이상 결혼과 직업을 동시에 유지할 메리트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남성들도 마찬가지다. 일방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는 결혼을 굳이 선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동시에 상대방에 대해 직업을 유지할 것을 기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가사노동에 대해서는 회피하고자 하는 태도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의식변화에 주된 초점을 맞춘 콘카츠는 처음부터 한계가 분명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이 경제적인 문제로 환원될 수는 없다. 사실 경제적 불안과는 상관이 없는 일부 고액연봉의 아라포(アラポ)around forty의 준말, 35세~45세의 독신 커리어우먼들이 콘카츠에 뛰어드는 까닭은 점차 친구들이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발생하는 고독감과 더불어 결혼을 하지 않은 비혼(非婚)여성들을 칭하는 단어 마케이누(負け犬)패배한 개에서도 알 수 있듯 성공을 했더라도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편입되지 못했다는, 즉 남성에 의해 선택받지 못한 존재라는 일본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편견 때문이다. 다시 말해 콘카츠가 사회적인 현상으로 부각된 배경에는 경제적 불황과 뿌리 깊게 남아있는 과거의 결혼관이라는 이중적인 원인이 있다. 후자는 개인의 의식적인 노력으로 바꿀 수 있지만 전자는 사회적 차원의 해결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나아가 설령 콘카츠로 결혼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경제적인 불안정으로 위기가 지속된다면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는 힘들다. 이는 소득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일본 하류계층에서 어린 나이부터 임신, 속도위반 결혼과 이혼, 재혼을 반복하는 패턴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콘카츠로 인한 혼인율 증가를 기뻐하기 전에 과연 결혼이 당사자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결혼이라는 제도를 특권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콘카츠의 열풍 속에 저출산으로 인한 혈통의 단절이라는 민족주의적 두려움이 무의식적으로 투영된 것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해봐야할 시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콘카츠의 등장과 쇠퇴는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과 살기 힘들어지는 현실 속에서 결혼 또한 그 예외일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