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달빛’을 다룬 모든 텍스트에서 도입부가 되는 ‘88만 원 세대’에 대한 언급이 요즘처럼 시의적절할 때도 없다. 어제오늘,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촛불이 불을 밝혔고(조건이 좀 많았어도 좋지 않았을까) 이에 맞서는 정부와 다음 대선의 표밭을 미리 일구려는 정치권의 립서비스가 있었고, 하지만 더욱 낯이 뜨거운 풍경은 집회에서 젊은이들이 아직도 흘러간 노래로 자신들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음악장르의 특성이란 것이 있으니, 그것은 아이돌이 양산해 내는 음악으로는 정부를 겨냥하는 돌팔매를 할 수 없는 이유이며(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축제 섭외 1위는 소녀시대) 데스 메탈(Death Metal)이 적확한 한마디의 구호보다 위력적인 소음이 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슬픈 세속에서는 애써 존중을 실천하려 해도 개인이 기품을 갖는 것과 사회를 품위 있게 만드는 것 사이의 틈새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살아남는 것이 시급한 세속에서 시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개인들로서는 우선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는 것 외에 달리 뾰족한 방법이 있을까.
-박준석, 「김애란을 ‘기품’의 소설로 읽기 위한 하나의 시론」중에서
자고로 삶이 비루할 때 마음의 근육을 단련해주는 것으로는 노래만 한 것이 없고-백결선생(百結先生)의 방아타령이 대표적이다-최저임금을 받는 알바생과 금융권 대졸사원을 ‘취향’으로 묶어줄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날에는 모두 아웃백으로 가는 취향은 무언가)
(비판하고자 하는 뉘앙스는 아니고)옥상달빛의 노래에는 항상 낯간지러움이 존재한다. 최근의 홍대여성 뮤지션들의 레시피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낯간지러움을 구사하는데 그 지점이 벼랑 끝이라는 점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 낙지볶음 위에다 슈팅스타를 한 스쿱 정도 올려놓는 식인데, 어색한 것 같으면서도 반복해 듣다보면 그 조합이 설마 의도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것이 그들의 새로운 문법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옥탑라됴》(2010)의 수록곡 <하드코어 인생아>와 새 앨범에서 <보호해줘>가 대표적이다) 한 스쿱의 아이스크림은 자위의 용도가 아니라 오늘의 청춘들이 곱씹어 웅얼거리는, 나는 아직 기품있다의 표현은 아닐는지.
<없는게 메리트>가 이번 앨범의 정서와 레시피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역시 낯간지럽다. 있는 게 젊음뿐인데 벼랑 끝에서 두 팔을 벌려 세상을 껴안고 달려가겠다는 게 과연 건전한 긍정일까라는 의문도 들지만. <그래야할때>, <보호해줘>의 곡에서 그 긍정이란 사실 오늘 하루의 알바를 끝내고 모여 앉은 친구의 옥탑 자취방. 그곳의 저렴한 안주와 소주 몇 병 그리고 각자의 취향을 반영한 수입 맥주. 달빛이라는 가장 저렴하지만 정작 제일 아름다운 조명 아래 피어나는 진실게임과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재미보다는 눈물이 더 많이 피어나는 요즘의 청춘들의 자화상이다.
옥상달빛이 현재의 음악 씬(scene)에서 포지셔닝 하는 위치에 대해서는 약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했다면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요계의 실력있는 싱어송라이터로 편입됐을 텐데 이제 더 이상 그들을 두 팔 벌려 받아줄 소속사도, 판을 사줄 조숙한 십대들도(조금 로맨틱한 이십대도) 없다. 인디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발표하지만 그 정서에 있어서는 유희열로 대표되는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오는 고급가요에서 크게 벌어져 있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가수다>는 결국 옥상달빛을 포함하는 인디 씬에는 문을 열지 않을 것이다. 옥상달빛이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에서 한 코너를 맡고 있고, 이는 앨범마다 수록된 만담트랙인 <옥탑라됴>에서 비롯되는지 아니면 홍대의 공연장과 페스티벌이 아닌 라디오라는 한물간, 하지만 여전히 특화된 필드에서 ‘고정출연’이라는 타이틀로 명맥을 유지하려는 것이 아닌지 조금 의문시된다. 그것은 바로 다음 앨범의 결과물로 판단될 것이다. 그래서 벼랑 끝에서 아이스크림을 핥아먹을 수 있는 그녀들의 다음 앨범을 기대해 본다. 그때도 여전히 우리의 청춘은 반값이 되지 못한 등록금에 허덕일 것만 같은 불안한 예감이 감도는 오늘이고, 옥탑에 머무른 채 오늘도 진실게임을 하며 눈물을 흘릴까봐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