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 출시된 리위춘(李宇春)의 신보 《춤 출줄 아는 문예청년(會跳舞的文藝?年)》이 중국 내 가요음반 판매순위 1위에 올랐다. 이는 이 음반의 ‘창립자’이자 2005년 <차오지뉘셩(超級女聲)>후난(湖南)위성TV의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 리위춘이 여전히 놀랄 만큼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다. 2004년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이 바다를 건너 중국에 상륙했고, 이는 <차오지뉘셩>으로 변모했다. <차오지뉘셩>은 중국 TV프로그램의 형식을 바꾸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대중이 스타를 만드는’ 놀랄만한 기적을 창조해냈다. 이러한 리얼리티 쇼는 한편으로 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1998)처럼 사람들의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진 것 없는 서민층에게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이처럼 중국에서 리위춘은 대중이 만들어낸 스타의 신화이며,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녀는 이미 “나는 유명해질 거야”1)의 전형적인 인물이 되었고,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분투하며 추구하는 목표가 되었다.

리위춘이라는 우상
1984년에 태어난 리위춘은 전형적인 빠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로 쓰촨음악학원(四川音樂學院)을 졸업한 보통 학생이었다. 그런 그녀의 애초 계획은 졸업 후 베이징(北京)으로 가서 떠돌며, 지하실에서 살고 라면을 먹으며 몇 년 뒤에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차오지뉘셩>에 참가신청을 할 당시만 해도 그녀는 단순히 경험삼아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것은 외모와 노래 모두 ‘최고’가 아니었던 그녀가 계속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2005년 8월 26일 그녀는 결국 352만 8,308건의 문자투표로 <차오지뉘셩>의 우승자가 되었지만 한편으로 오디션 당시 그녀의 외모는 일찌감치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75㎝의 키, 늘 짧게 자른 머리에 하얗고 마른 여성이 여러 여성 팬들을 불가사의한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것이다. 그 프로그램에서 리위춘만이 유일하게 “여성성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확실히 상징적인 역할을 맡고 있었다. 위안이 되는 사실은 그녀의 모호한 성별특징 덕분에 <차오지뉘셩>이 남성들을 관중으로 한 미녀선발 프로그램과 같은 저속한 유행을 따르는 프로그램이 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리위춘은 신속하게 일반인 엔터테인먼트의 우상으로 정의되었고, 그녀의 팬들은 위미(玉米)2)라고 불렸다. 특히 오디션 과정 중 위미가 표를 끌어 모으기 위해 소리쳐 응원했던 장면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위미 중에는 여성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데 이 중성적인 우상은 그녀의 독립적이고 강한 자아를 여성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남성의 모습과 일치시켰다. 물론 그녀에게서 가끔씩 드러나는 여성 특유의 감성과 매력 또한 팬들을 실망시키지는 않았다.
리위춘은 의심의 여지없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탄생시킨 스타 중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데뷔 1년 만에 미국 <타임TIME> 지 아시아판의 표지에 등장했고, 3년 만에 중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 중 한 명이 되었으며, 5년 만에 아시아 최고 가수상3)을 받았다. 또한 이미 열네 차례 단독 콘서트를 열었고, 서른여섯 개의 1위곡과 다섯 장의 최고 판매량의 음반이 있으며, 두 편의 영화에서 조연을 맡기도 했다. 새 음반 《춤 출줄 아는 문예청년》은 그녀가 자신의 작업실을 만든 후 창작한 첫 번째 음반으로, 이 음반의 여섯 곡이 그녀의 손을 거쳐 완성되었다. ‘우상의 창작품’이라는 점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 음반을 통해 무엇보다 우리는 오디션 당시 개성 넘치던 여자아이가 여전히 자기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리위춘은 태도가 있고, 개성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의 음악에는 없었다. 과거에는 없었다. 그녀의 음악은 뭐지? 내 생각에는 음악적인 이미지가 없었던 것 같다. …… 그래서 새 음반에서는 반드시 완전하게 새로운 음악적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예술인과 부합하고, 벗어나지 않는” 매 음반은 모두 그녀 자신을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증명하는 것은 상상보다 훨씬 어려웠던 것 같다.
리위춘의 음악적 성과와 재능은 일치하지 않는다. 첫 번째 음반 《황후와 꿈(皇後與夢想)》이   1년 동안 137만 장 판매된 것부터 《춤 출줄 아는 문예청년》이 또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것까지, 이는 온전히 음악에만 의지한 가수가 도달할 수 있는 판매량이 아니다. 지금껏 그녀의 신분은 가수도 연기자도 아닌 우상이었다. 그리고 이 일반인 우상은 심지어 기층민주(基層民主)의 대변인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사람들의 뜻이 반영된 문자투표수로 우승했기 때문이다. 위미들은 정치선거처럼 거리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선전했으며, 이것이 길거리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그들로 하여금 그녀에게 투표하게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과 유성시대
<차오지뉘셩>을 통해 여러 방송국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놀랄만한 시청률을 목격했고, 이 때문에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하지만 이와 함께 오디션에 대한 간섭과 조작도 계속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재력과 권력이 있는 계층이 돈으로 많은 표를 사들이기도, 다른 한편으로는 방송국들이 오디션 과정을 조종하기도 했다. 하여 오디션 프로그램의 장외투표가 금지되자 사람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었다. 동시에 그러한 인기에 영합하려는 투자기업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연예기획사의 공간으로도 변질되기 시작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리위춘의 성공은 많은 가장들로 하여금 자녀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하룻밤 사이에 유명해지는 것을 독려하도록 했고, 스타의 꿈을 가진 많은 아이들을 학업을 중단하고 오디션에 참가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기형적인 오디션 달인이 계속적으로 출현하는가 하면 유명해지고 싶은 젊은이들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속칭 후이궈러우(回鍋肉)4)로 불리게 되었다. 2007년 광전총국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國家廣播電影電視總局)은 결국 이러한 프로그램을 규제하고 규범적인 진행을 촉구했다. “저속한 바람을 철폐함”으로써 오디션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수익을 얻은 방식(문자이용료 등)과 프로그램 과정(다량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에 치명상을 입게 되었다. 광전총국은 심지어 이들 프로그램을 황금시간대에서 축출하기도 했다. 만약 <차오지뉘셩> 후에 급속도로 생겨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옥석혼효(玉石混淆)라는 점, 나아가 그것들이 가져온 부정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조치는 다소 이해될 수 있다. 이는 <진심이 아니면 나서지 마(非誠勿擾)>쟝쑤(江蘇)위성TV의 짝짓기 프로그램가 인기를 얻은 후 광전총국이 짝짓기 프로그램에 제동을 건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예능 프로그램이 사회를 동요시키고 전체적인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특징을 세분화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확실히 평범한 사람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무대이자 공평한 방법인 까닭에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쿠아이러뉘셩(快樂女聲)>, <쿠아이러난셩(快樂男聲)>, <차이나스 갓 탤런트China's Got Talent>, <송이송이의 꽃들(花兒??)>, <멍시앙중구어(夢想中國)>, <싱구앙따따오(星光大道)> 등 가수 오디션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내용은 이미 ‘노래 부르는 것’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춤, 요리 심지어 더 전문화된 곤극(崑曲)경극(京劇)보다 앞서 발달한 중국의 전통극 오디션까지 모두 고정 프로그램이 되어있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이 늘어나도 리위춘과 같은 스타는 다시 탄생하기 힘들다. 대량의 준(準) 스타가 양산되어 나왔지만 그토록 많은 스타를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유성(流星)시대로 진입했다. 신속하게 다량의 진짜 팬과 가짜 팬(인기가 모든 상황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심지어 어떤 홍보회사는 아르바이트 팬을 고용해 인기를 높이기도 한다)을 끌어들이고 잊히기 전에 재빨리 한몫을 본 후, 신속하게 잊히는 것이다. 만약 운이 좋거나 그럴듯한 중개회사를 만난다면 좀 더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종합예술 프로그램의 사회자가 될 수도, 가수로 오랫동안 살아남아 그럭저럭 싼시앤(三線)5)의 신분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 그들은 여전히 ‘유명한 축’에 속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사람들은 리위춘 같은 우상이나 위미처럼 열렬한 팬들을 의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위미들은 우상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증명하게 위해 자선기금까지도 만들었다. 2006년 중국 적십자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가수 팬클럽이 세우고 명명한 전문적인 기금 ‘위미애심기금’을 설립했다. 2011년 3월 26일까지 이 기금의 모금총액은 이미 750만 위안한화기준 약 12억 원을 넘었으며, 이는 ‘팬’이 부정적인 뜻만을 지닌 명사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우상과 팬의 측면에서 리위춘은 확실히 독보적이다. 리위춘이라는 우리시대의 대표자는 완전한 기적을 창조했다. 이 기적은 그녀가 일반인 오디션 프로그램 시대의 유일한 증인이라는 점에 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에 의지하여 다량의 팬들을 확보했으며, 이 많은 팬들 역시 자신들의 역량에 의지하여 그녀를 왕좌에 앉혔다. 그녀의 성공은 곧 팬들의 성공이며, 관중의 성공이다. 이러한 일체성은 다시 보기 힘들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녀가 심하게 성공했다는 그 사실 때문에 ‘리위춘’이라는 상징은 너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허구적인 승낙을 견디고 있다. 그녀의 뒤에는 우리시대가 가진 가장 큰 고통이 있는 것이다. 벼락출세가 복제될 수 없다는 사실이.

1) <워야오청밍(我要成名)>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제목에서 유래된 말이다. 
2) 옥수수라는 뜻으로 리위춘의 위(宇)와 위미의 위(玉)가 같은 음을 가지고 있어 그녀의 팬클럽이 위미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중국 연예인의 팬클럽 이름은 연예인의 이름과 겹치는 단어가 들어간 음식명을 주로 사용한다.
3) 리위춘은 2009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 송 페스티벌(Asia Song Festival)에 중국 대표로 참가했다.
4) 삶은 고기를 썰어서 각종 재료를 넣어 볶은 요리로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에 계속적으로 참가하는 사람을 비유하는 유행어다. 후이(回)는 ‘되돌아오다’, 궈(鍋)는 ‘솥’, 러우(肉)는 ‘고기’를 뜻하며, 솥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고기는 참가자를 빗대어 의미한다.
5) 중국의 연예인은 인기도순으로 이시앤(一線), 얼시앤(二線), 싼시앤(三線)으로 나뉜다. 이시앤이 가장 인기 높은 스타다.

번역_ 權度暻 베이징대학교 중문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