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에게 미술이라는 분야는 어쩌면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다. 전시장이 주는 위압감과 더불어 난해한 작품들은 고상하고 수준 높은 문화생활이라는 반감이 주기도 한다. 물론 많은 미술관에서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위해 ‘소통’을 주제로 색다른 전시회를 여는 노력을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바쁜 현대인들의 생활 속에서 아직 전시회는 ‘여가’라기보다 ‘교육’이나 ‘교양’으로 분류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런 전시장을 호기심 가득한 체험공간으로 만든 전시회가 있었으니 바로 <플랫폼> 27호에서 소개했던 이동식 상영관 전시회 <H BOX>에 대한 글이었다. 우주선 모양같이 만들어진 독특한 상영관은 호기심을 넘어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놀이기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 세계를 이동하며 정말 우주선처럼 나타난 저 상영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궁금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대부분 사람들의 관심은 ‘이동식 상영관’에만 맞춰진 것이 아니었을까. 나 또한 이동식 상영관에 대한 호기심은 일었으나 그 안에서 어떤 영상미술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는지는 관심 없었다. 게다가 명품브랜드가 기획한 문화적 활동이라는 고급스런 이미지는 <H BOX>의 겉모습을 화려하게 만들었다. 작가가 영화학과 졸업작품 수준이라고 말한 영상미술 작품들의 평을 보니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떠올랐다. 독특한 방식과 함께 여러 나라의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 <H BOX>의 시도는 좋았지만 우주선 모양의 화려한 상영관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영상미술이라는 더 큰 과제를 안겨준 것은 아닐까. 김준희｜회사원｜서울 성동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