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예술 네트워크란 무엇인가
VAN(Voluntary Arts Network)자발적 예술 네트워크은 영국과 아일랜드의 자발적 예술 관련조직 간의 연합체를 의미한다. 1880년대 이후 영국에서는 영국브라스밴드연맹, 레이스길드, 전국합창단협회, 전국오페라연극협회 등 다양한 자발적 예술단체들이 자생적으로 네트워크 등을 형성해왔고, 현재는 약 200여 개의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VAN은 1991년에 이러한 전국적인 자발적 예술단체들이 연합하여 만들어졌다. VAN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자발적 예술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자발적 예술단체들 간의 수평적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다.

 
VAN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발적 예술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발적 예술이란 자기개발, 사회적 유대, 여가와 유흥 등의 목적으로 시민들이 수행하는, 경제적 보상을 추구하지 않는 아마추어 예술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아마추어 예술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비공식예술(Informal Arts), 참여하는 예술(Engaging Arts) 등이 부상하고 있는데 이는 아마추어 예술이 지니고 있는 가치, 즉 시민의 정체성 증진, 집단적 유대형성, 문화적 전통의 계승, 경제적 가치창출 등을 주목하는 흐름들이 강화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2008년 영국 잉글랜드예술위원회와 문화부는 『창의적 재능: 잉글랜드의 자발적 예술과 아마추어 예술Our Creative Talent: The Voluntary And Amateur Arts In England』이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았다. 영국전역을 대상으로 자발적 예술활동의 규모와 더불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던 아마추어 예술활동의 가치를 조망한 의미 있는 보고서로 연구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 자발적 아마추어 예술그룹들은 예술생태계에 있어 전체 예술참여 활동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중요한 부분으로 영국의 전체적인 자발적 예술규모를 살펴보면 4만 9,140개의 그룹과 총 590만 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 자발적 아마추어 예술의 연간 수입금은 5억 4,300만 파운드한화기준 약 9,537억 원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공공지원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으며, 티켓판매 수입이나 회원가입비, 프로그램 북 판매 등 여러 가지 자체적인 재원조성 방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 

● 2006~2007년도에 이들이 펼친 71만 회의 공연과 전시는 1억 5,90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 자발적 예술분야는 지역 커뮤니티의 일반 지역주민들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고 생기 있고 통합적인 커뮤니티를 개발하는 데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며, 또한 자발적 그룹은 예술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지역사람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열어준다.

● 아마추어 그룹들은 전문 아티스트들의 장기고용 또는 특별고용에 1억 2,500만 파운드한화기준 약 2,195억 원를 지출하고 있다. 전문 아티스트들은 단지 고용의 혜택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작업방식을 경험하고 관객개발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면서 자신들의 창작작업을 발전시켜 나간다.

● 정책가들이 전문예술 영역을 과도하게 우선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일정부분 자발적 분야의 수준이 낮다는 선입견이 상당한 이유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정책가들이 사람들의 예술향유와 활동의 기회를 늘려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자발적 예술영역에 좀 더 효과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예술생태계의 한 구성요소로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적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던 자발적 예술의 현황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하고, 또 이를 문화예술 정책의 관심대상으로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이 보고서는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영국의 자발적 예술에 대한 공식화 작업에는 VAN의 역할이 크다. VAN은 이러한 자발적 예술 관련단체들을 모음으로써 영국에서의 자발적 예술분야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영국의 자발적 예술은 시민들이 각자 좋아하는 예술을 배우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악기를 배우는 사람들은 일정수준이 되면 자연스럽게 모임을 만들고 배움과 더불어 연주회를 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된다. 자발적인 예술학습 활동이 사회적 활동으로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인 행위로서의 자발적 예술은 시민의 문화자본을 개발하여 그들이 활동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한편 사회적 행위로서의 예술은 공동체의 사회자본을 육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시민의 삶과 공동체를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자발적 예술의 역할을 알리고 이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VAN의 중요한 기능이다.

 
또한 VAN은 자발적 예술조직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자원을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허브(hub) 역할을 수행하여 동종/이종 간 네트워크, 지역 내/지역 간 예술협력 체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관계망 형성을 통해 지역에서 고립되었던 개별적이고 자발적인 예술들이 상호 연결되어 문화 민주주의를 구현하게 되는 것이다.

자발적 예술가와의 만남을 회상하며
2009년 9월 15일 성남문화재단에서 개최한 ‘세계문화클럽포럼’은 영국, 독일, 불가리아, 일본, 미국의 생활예술 활동가들이 참여하여 국가별 시민들이 주도하는 아마추어 예술에 대한 현황과 전망을 공유했다. 이는 성남문화재단이 2006년부터 의욕적으로 정책지원을 하고 있는 ‘사랑방문화클럽’, 즉 시민들의 자생적 문화예술 동아리와 관련한 국제적인 협력망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영국을 대표하여 참여한 VAN의 대표 로빈 심슨과 만남은 이 세계문화클럽포럼에서 이루어졌다. 본인을 자발적 예술가라고 소개한 로빈 심슨은 자발적 예술에 대한 확고한 신앙을 가지고 있는 전도사였다. 자발적 예술이 전문예술의 하위개념이 아니라 독자적인 의미를 가진 고유한 예술영역임을 강조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로빈 심슨을 비롯해 여러 국가의 시민들을 위한 자생적 문화예술 창조활동에 헌신하고 있는 활동가들과의 만남은 예술경영 연구자인 본인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다. 시민들의 자발적 예술이 명백한 예술경영 연구영역으로 존재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발적 예술역량을 축척해온 영국처럼 우리 역시 지금부터라도 단계적으로 스스로의 맥락에 맞는, 자발적 예술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2011년 7월 인천문화재단의 요청으로 조사한 인천시민들의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에 대한 설문결과를 보면 현재 인천에는 1,724개의 문화예술 동아리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자발적인 음악활동을 하는 시민 534명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서는 음악활동을 통해서 행복해졌다는 응답이 92.6%나 되었으며, 음악활동에서 느끼는 행복도가 높을수록 인천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인천에서도 자발적 예술의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인천은 역동적인 시민에 의한 협력적 참여와 효율적 조화를 통해 함께 만드는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문화비전을 가지고 있다. 하여 VAN이 추구하는 자발적 예술가, 즉 시민들에 의한 네트워크 형성사례 역시 이러한 문화비전을 추진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