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은 지난 9월 8일부터 10월 5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극단 학전과 함께 <박물관으로 간 지하철1호선展>을 공동 개최하여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무대 장치, 의상, 대본, 포스터 등 각종 공연 물품과 자료들을 전시하였다. 서울역사박물관은 그동안 2009년 수립된 박물관 재탄생 계획에 의거하여 다양한 서울 근현대 문화유산의 수집활동을 벌여오고 있었는데, 이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공연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공연 자료에 주목하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극장 뮤지컬로서 15년 동안 4,000회의 공연을 통해 71만 4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정도라면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으로 손색이 없지 않을까?
그러나 막상 박물관에서 <지하철 1호선>을 전시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비록 근 한 달간의 전시라고는 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두 가지 점에서 파격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첫째, 전시의 대상. 으레 사람들은 박물관을 귀한 유물들을 전시하여 역사를 객관적으로 재현해 내는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서울역사박물관 역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도시역사박물관으로서 서울이라는 지역을 쉽게 알 수 있도록 가장 객관적이고 대표적인 자료를 전시해야 하는데, 문제는 <지하철 1호선>이 객관적이며 대표성을 띄느냐는 점이다. 어쨌든 혹자들에게는 좌파 딱지가 붙어 있는 김민기의 불온한 <지하철 1호선> 아니던가. 그러나 이에 대해 강홍빈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지하철 1호선>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평한다.
“<지하철 1호선>은 겸재 정선, 혜원 신윤복 못지않은 강력한 예술적 성취를 이룬 작품일 뿐 아니라 개발 시대에서 새로운 밀레니엄으로 넘어가는 혼란기인 1990년대 서울의 중요한 시대적 기록” 모든 예술작품은 항상 그 사회의 반영물이다. 따라서 그것은 객관적인 동시에 주관적이며, 일반적인 동시에 특수하다. 어떤 사회를 하나의 관점으로 재단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면, 그만큼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 시대를 재구성하는 데 합리적인 일인데,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하철 1호선>의 관점은 중요하다. 많은 이들이 <지하철 1호선>을 본 만큼 시대의 대표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시대의 문제. 대게 박물관은 고대부터 시작해 근대에서 끝나기 마련이다. 현대의 역사는 누락되거나 축소되기 마련인데 이는 박물관이라는 존재 자체가 이데올로기의 첨병인 이상 얼마 되지 않은 역사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와 같은 분단사회는 아직까지도 해방 이후 역사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익관계에 따라 역사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다. 예컨대 1950년 전의 이승만 대통령은 현 정부 들어서 독재자에서 국부로 부활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중고등학생 때 국사 시험을 보면 한국전쟁 이전 시기만 나오는 것도 결국 이와 같은 맥락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1990년대 서울을 조망한다. 어느 도시건 지하철 1호선은 그 도시의 산업화의 시작이요, 또한 도시가 확장되고 중심이 변화되면서 나타나는 도심공동화 현상의 현장일 수밖에 없는데, <지하철 1호선>은 그와 같은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었던 1990년대 서울을 서울역~청량리역을 배경으로 그려낸다. 이념에서 소비의 시대로, 사회의 헤게모니가 강남으로 넘어가는 1990년대 서울, 그리고 퇴락해가는 지하철 1호선의 구도심. 이와 같은 맥락에서 중국동포인 선녀, 노숙인 문디와 땅쇠, 포장마차 상인 곰보할매, 운동권 학생 안경, 창녀 걸레 등 <지하철 1호선>에 유독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그만큼 당시 서울이란 공간이 매우 역동적이고 변화의 물결 속에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의 <지하철 1호선> 전시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1990년대를 연구함에 있어서 <지하철 1호선>은 가장 중요한 자료로 계속해서 언급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