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디자인 산업을 진흥시키고 한국은 물론 세계의 디자인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 아래 어느덧 4회가 되었다. 그러나 2011년에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전시 제목인 “디자인이, 디자인이면 디자인이, 아니다圖可圖非常圖”1)로 그 대답을 하고 있다. 좋은 디자인은 디자인 산업에 기여하는 것만이 아니라 디자인의 안과 밖을 매개하는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것은 쓰임과 미에 대한 상상과 그 결과물이 아닌 건축과 디자이너의 시선에서 디자인을 구성하는 요소인 사람과 장소에 대한 사유의 여정이나 설계도를 그려보려는 의도일 것이다. 때문에 공간과 사람이 만드는 공공의 영역과 관계에 대한 성찰은 사회와 문화를 의식하고 있으며, 윤리적이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디자인 구현과 확장에 대한 의지를 표방한다. 그렇다, 좋은 디자인이 좋은 사회를 만들며, 누구나 디자이너라는 언술이 최신은 아니지만 다시 돌아볼 만하며 유효하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이러한 문제의식과 주제에 대한 해석이 유기적인 전시구성에서부터 첫인상으로 다가온다. 전시가 시각적이고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몸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즉 디자인 오브제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설치나 미디어, 조경과 공연 등의 다양한 매체로 공간을 구획하기도 하고 또한 전시의 소주제인 ‘유명, 무명, 커뮤니티, 광주 폴리’ 등은 주제를 풍부하게 하고 의미를 연결했다. 
 

소주제 중 ‘유명’은 디자이너들의 기존 명성의 체계를 재고하게도 하며, 과거 디자인을 현재에 맞게 재해석 한 작품을 다루기도 한다. 그리고 디자인이 자신의 경계 밖의 문제들을, 예를 들어 정치, 경제, 환경문제를 다루기에 적절한 도구임을 강조하고 사람과 아이디어가 디자인을 통해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무명’은 근본적으로 디자인을 재평가할 것을 요구한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여러 영역에서 사람들이 아이디어로 대응하며 디자인의 경계를 넘어서는 흥미로운 장면들을 재현한다. 그리고 ‘커뮤니티’는 공동체 개념을 확장하여 사회네트워크와 현장 진행형으로 형성되는 열린 공동체의 공간을 상상하며 구성했고 동시에 그 속에서 커뮤니티와 디자인의 입체적인 관계성을 제안한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지역에서 필요한 시설인 친환경적인 바이크행거 모형 앞에서, 이 명랑한 시설과 함께 즐거운 상상을 하는 관객들을 볼 수 있었고, 과거에 흔한 일상 도구였기에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대장간에서 만든 농기구, 사냥도구, 어구 등을 전시장에 무심히 걸어두어 뜨거운 쇠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강함, 쓰임에서 비롯된 조형미를 느껴보도록 제안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음식을 주제나 소재로 하여 우리가 어떻게 음식물을 기르고 생산하고 소비하는가, 또한 커뮤니티와 음식을 나누는 행위까지 다루며 디자인 이슈를 다루기도 하였다.  
 

공간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디자인 요소를 찾고자 했던 배경에는 거장 건축가인 총감독 승효상과 공동감독 아이웨이웨이(艾未未)가 있었고 그 역할이 기대를 만족시켰다. 특히 광주비엔날레의 특별 프로젝트의 일환인 광주 폴리는 이러한 건축적인 입장을 가지고 현장에서 구현된 것이다. 물론 현장에서 그들의 철학을 실험했느냐 실천했느냐는 시간을 두고 광주 구도심의 변화를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비엔날레를 계기로 광주 구도심에서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만든 파빌리온(pavillon)박람회 등의 전시관이나 국가 등이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일시적인 특설 가건물 공간과 가로시설을 볼 수 있다. 이 건축물들은 건축가들의 철학과 함께 도시의 새로운 요소로 개입되었다. 이것은 디자인으로 주변의 문화적 생성을 촉진하고 연관기능을 자극하는 데 도움을 주고 또한 구도심의 활력을 재생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더불어 광주읍성의 궤적을 따라 역사적인 맥락을 의식적으로 표출하고 있어 현재 광주 도심의 생태뿐만 아니라 광주에 대한 인식도 부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건축가들의 도시는 건축과 공간을 매개로 사람들이 사고하고 활동하며, 공간을 재생산한다. 그러나 실제의 삶에서 사람들이 생각하고 움직이고 공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조금 더 시간을 요구하고 단단한 건축보다는 유연한 대응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장 건축가들이 그들의 직관과 이전의 실험을 바탕으로 만든 공간과 이것이 파생할 프로그램으로 광주 구도심의 소통과 교감이 풍부해지는 삶을 기대해 본다.

이미지 제공_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