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송(金海松, 1911~1950?)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정국에서 대중가요 작곡가 및 편곡자, 가수, 기타 연주자로 활발히 활동했던 대중음악인이다. 그는 1935년 대중잡지 <삼천리>에서 실시한 인기가수 투표에서 남자 인기가수 5인 중 1인으로 선정되면서부터 대중가요계에 존재를 알리기 시작하였다. 이후 오케(Okech) 레코드, 콜롬비아(Colombia) 레코드를 중심으로 1940년대 전반까지 활동했고, 해방 정국에도 케이피케이 악극단을 조직하여 공연예술계의 초석을 닦는 등 대중가요의 영역을 확장하였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대 납북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부에서는 월북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1911년생인 김해송의 본명은 김송규(金松圭)이다. 그는 평양숭실학교 재학 시절부터 이미 음악적인 재능을 발휘하였고, 클래식 기타와 하와이언 기타 연주에도 능했다고 한다. 특히 재즈의 한국 내 수용에서는 거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공법을 두고 여러 우회로를 거쳐야 한다. 대개의 경우 그를 가장 간단하면서도 쉽게 알리는 문구는 ‘<목포의 눈  물>(1935)을 불렀던 가수 이난영(李蘭影, 1916~1965)의 남편’이라는 표현일 것이다. 무언가 부족하다 싶으면, ‘한국인 최초로 라스베가스 무대에 섰던 디바 김시스터즈의 아버지’라는 부연 설명이 따른다. 그러나 독자가 삼십 대 중반 이하의 인물이라면 이러한 설명도 그다지 유효하지 못하다. 그러면 전략을 바꿔 ‘<오빠는 풍각쟁이>(1938)를 만든 사람’이라고 운을 떼면 그제서야 ‘아~’라는 반응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말 역시 김해송의 극히 일부분의 진실만 재현할 뿐 그의 진면목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대중음악을 본격적으로 접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오빠는 풍각쟁이>란 노래는 분위기를 띄우거나 단박에 반전시키는 엽기 황당 코믹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노래는 오랫동안 잊혀졌던 노래이기도 하다. 원작자 미상 혹은 다른 인물의 노래로 알려졌던 노래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3)를 통해 비로소 봉인을 해제할 수 있었다.
 

 김해송을 친근하게 알릴 수 있는 이 노래는 그의 운명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망각, 미상, 오류로 점철되었던 이 노래의 운명은 ‘집단적’ 망각과 오해의 대상이 되었던 초창기 대중가요의 운명과도 너무나 닮아있다. 이 시기 대중가요를 둘러싼 난맥상의 원인이 주로 작곡가. 작사가의 월북과 납북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그리고 김해송이 바로 그 장본인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대중가요에 도사린 강점과 분단의 역사를 헤아리게 된다. 최근에는 일제강점기 때 활동했던 대중음악인과 공연예술인을 둘러싼 친일협력 혐의까지 부가되면서, 재조명 작업도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처지이다. 김해송, 최승희(崔承喜, 1911~?) 등 1911년에 태어난 대중음악인과 공연예술인의 ‘탄생 100주년’이 참으로 적적하게 흘러갔던 것은 이러한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예술인의 작품과 행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될까?”라는 의문을 남긴다.
 

<가문의 영광-김해송, 이난영 그리고 김시스터즈>라는 기획은 한 대중음악인 가문의 영상기록과 관련 영화를 통해 우리가 모르고 있거나 잊고 있었던 대중문화사를 복원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대중음악사 초기를 풍부하게 일구었던 천재 싱어송라이터, 20세기 최고의 디바로 군림했던 그의 아내 이난영, 미국 라스베가스 쇼 무대와 TV 쇼 프로그램에서 재능과 끼를 드러냈던 김시스터즈와 김브라더즈는 그야말로 한국 대중문화 최고의 로열패밀리를 이루는 면면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해송, 이난영, 김시스터즈 일가를 주제로 한 영상 기획전은 ‘김해송 탄생 100주년’이라는 상징성에 힘입은 바 크지만, 이와 상관없이 언제든 한번은 이루어질 기획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기획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김해송, 이난영, 김시스터즈 일가의 흔적이 남아있는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이고, 다른 하나는 김시스터즈와 김브라더즈의 미국 활동이 담긴 영상기록을 공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김시스터즈와 그다지 상관없는 미미시스터즈의 공연이 있었다.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작품들 간에도 차이가 보인다. 김해송이 직접 주제가를 작곡한  <그대와 나> (1941), 소녀 시절 김시스터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청춘쌍곡선>(1956) 같은 영화도 있지만, 대부분 김해송의 음악이 영상 사이 인상적으로 드러나는 작품들로 선별되었다. 필름의 잔해를 발굴하여 20여 분의 분량으로 편집된 <그대와 나>는 김해송이 생전에 관여한 영화 중 유일하게 필름이 남아있는 작품이라는 점, 그가 작곡한 동명의 주제가 외에도 노래라는 장치가 효과적으로 구현된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이 작품으로 데뷔한 감독 허영(許泳, 1908~1952)이 김해송 못지않은(어쩌면 능가하는) 문제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김해송의 음악이 사용된 영화는 주로 2000년대 이후 작품에 집중되어 있다. 영화계에서 김해송에 주목한 시기는 일제강점기 대중음악사가 ‘발굴’과 ‘연구’의 대상이 되면서, 김해송의 재능, 감각, 탁월한 음악성을 조명하기 시작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김해송의 음악이 놀랄 만큼 월드와이드한 감각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에도 충분히 소통 가능한 세련미를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 <라듸오 데이즈>(2008)는 OST 전체가 ‘김해송에 대한 오마쥬’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김시스터즈의 맏언니 김숙자(金淑子) 씨가 제공한 영상은 한국 대중들에게 최초로 공개되었다. <애드 설리번 쇼Ed Sullivan Show>의 막바지에 이난영이 깜짝 등장하여, 김시스터즈와 <알렐루야alleluia>를 부르는 대목은 <가문의 영광-김해송, 이난영 그리고 김시스터즈>의 하이라이트로 삼을 만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장엄하기까지만 이 장면은 가정사적으로 불우했던 한 대중음악 명문가의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인 동시에 다소 호들갑스럽게 전개되는 한류 열풍의 기원을 충실하게 성찰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미지 제공_ 장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