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현재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으며, 그 변화의 중심에는 점진적으로 노인인구에 편입되고 있는 이른바 베이비 붐 세대^{한국전쟁 이후 1955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가 있다.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10%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시점에서 약 9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베이비 부머는 인구변화를 가속화하고, 사회·문화적인 관심과 이슈가 되고 있으며, 더불어 사회복지 영역에서도 새로운 세대로 부각되고 있다.
 

오늘날 사회복지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구조에 따라 초기의 수혜적인 빈민구제를 넘어서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도와주는 범위까지 확대된 지 오래이며, 더 나아가 다양한 사회 참여활동은 물론 노인의 여가문화까지 포괄하고 있다.
 

사회복지 영역의 변화는 복지에 대한 사회 환경 및 사회적 인식의 변화, 그리고 사회복지 대상자들의 욕구 등이 기반이 되는데, 사회 구조적 제한으로 인해 일찍 사회 활동의 상실을 경험하였지만 교육과 문화에 대해 꾸준한 관심과 욕구를 가지고 노년의 여가문화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베이비 붐 세대의 욕구 역시 그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미디어,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도구
 

사회복지 현장은 다변화하는 시대와 그 시대를 살고 있는 대상자들이 지닌 욕구와 밀접하다. 때문에 현대사회를 이끄는 소통의 도구인 미디어를 매개로 한 노인 여가문화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다.
 

21세기 현재, 미디어는 다양한 매체를 바탕으로 문화 향유와 사회와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사회문화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미디어는 노인의 문화활동 지원 도구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미디어를 통해 노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표출하여 대중적 전달력을 가질 수 있고, 사회적 소외와 상대적 박탈감, 세대 간 소통 장벽 등의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즉, 노인층의 권리 확대와 사회적 참여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노인이 만들어낸 미디어 결과물은 노인 생애사가 담겨 있어 역사적 기록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생활 속 새로운 미디어는 노인들이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노인들이 새로운 미디어 활용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해 보려 해도 이를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디어 문화권에서 노인들은 여전히 과거 일방적 수용자의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미디어를 통해 신(新)노인문화를 꿈꾸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2001년부터 실시해 온 노인정보화 교육과, 2004년부터 실시한 탑골영화제 등 경험적 근거들을 통해 2005년도부터는 지역사회 미디어 교육기관과도 활발한 네트워크를 펼치며, 교육 및 사회복지적 전문성을 겸비한 노인 미디어 교육 체계를 마련하였다. 2005년에는 인터넷을 통해 어르신들의 목소리로 사회적 소통을 열어가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사이버 아카데미나 실버 영상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2006년과 2007년에는 미디어를 통해 노인 세대의 생각을 주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스스로 노년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3년간 미디어 교육의 평가가 기반이 되어 2008년 서울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사업으로 진행한 ‘노인 미디어 문화 활성화를 위한 역량강화 및 사회인식개선 프로그램 人terView(인터뷰)’를 통해 보다 체계화된 노인 미디어 교육 및 영화제를 실시할 수 있게 되었다.

신노인문화의 중심에 선 서울노인영화제
 

2008년 제1회 서울노인영화제는 노인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문화 역량을 확인하고, 미디어를 통한 신노인문화의 발전 가능성을 엿보는 시간으로, 무엇보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하고, 노인들의 문화적 역량과 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한껏 드높인 의미 있는 해였다.

첫 시도는 성과와 함께 서울노인영화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도 안겨주었다. ‘노인 감독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노인만을 위한 축제가 아닌 영화를 매개로 한 모두의 노인문화축제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고민을 안고 출발한 제2회 서울노인영화제는 젊은 감독을 위한 공모 분야를 새롭게 증설하여 젊은 세대가 바라본 노인세대에 대한 시각과 생각을 함께 나누고 교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제작자와 관객으로서 노인과 젊은이, 젊은이와 노인이 마주하는 ‘세대 간 소통의 자리’의 가능성을 보여준 제2회 서울노인영화제에 이어, 제3회 서울노인영화제는 영화제의 형태와 운영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해였다. 예선과 본선의 이중화된 심사구조와 영화감독, 영화평론가, 영상 미디어 교육자, 영화프로그래머, 사회복지학과 교수, 소설가, 노인복지 기관장 등 영화계 인사와 사회복지계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고루 배정하여 영화적인 기술력뿐 아니라 사회적인 소통의 매개로서의 의미를 갖는 작품이 높게 평가될 수 있도록 하였다. 더불어 홍보대사를 위촉하는 등 노인영화제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의 시도와 영화제로서의 체계성을 갖추기 위한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제4회 서울노인영화제는 다른 어느 해보다도 영화제의 정체성을 살리고 다양한 세대가 함께 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준비되었다. 영화제 출품작들에 대한 1차적 선별과정인 예심에서는 서울노인영화제의 정체성이기도 한 사회복지 시선이 반영되고자 사회복지 현장실무자를 심사위원으로 선정했다. 이는 서울노인영화제가 타 영화제와의 명확한 차별성을 반영하고, 초심을 잃지 않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또한 “영화, 세대를 뛰어넘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영화제가 지향하는 바를 알리고, 뉴스레터를 통해 사회복지와 영화계 학생 및 관계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고 더불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거리 홍보도 진행하였다. 공모작들을 평가해 보더라도 젊은 감독과 노인 감독들의 작품 내용이 다양화되고 출품작의 수도 전년에 비해 늘어나는 등 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반증되었다 하겠다.
 

이러한 일련의 준비로 인해 올해는 작품에서 드러난 노인 이야기와 노인 주제의 이야기들은 그 고민과 시선에 깊이를 더했으며, 그런 면에서 젊은 관객들에게 더욱 의미가 있는 자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서울노인영화제의 성과 그리고 과제
 

겨우 4회를 진행한 서울노인영화제는 단순히 영화제라는 모양새를 평가하면 이제 막 걸음을 시작한, 국내 수십 개의 영화제 중 하나에 불과하겠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들이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한 ‘영화제’로 그 의미와 성과는 아직은 미약하지만 여타 어느 영화제에 비할 바 없다고 자신한다. 더불어 서울노인영화제의 초심과 정체성을 잃지 않고 우리가 가야할 방향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과제도 가진다.
 

4차례의 영화제를 마치고 나서 서울노인영화제가 어떤 의미와 성과를 남겼는지, 단순히 특정 세대를 위한 축제, 관심 있는 소수의 관람객이 즐거운 자리가 아닌 세대가 함께 즐거운 축제로서의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서울시 소재 노인종합복지관의 미디어 교육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 ‘정보화 교육’이라는 분류 속에 컴퓨터, 카메라 활용법 등을 교육하고 있으나, 점차 늘어나는 미디어의 중요성과 그에 따른 노인의 욕구에 비해 미디어 영상 제작 관련 교육을 하고 있는 기관은 많지 않다. 그러나 서울노인영화제는 노인에 대한 인식 개선, 노인의 목소리를 표출할 수 있는 장으로 노인 감독의 성과물을 선보이는 자리이자, 지역 사회에 노인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노인문화복지 영역을 확대한 것에 의미를 갖는다. 
 

둘째, 영화를 제작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이야기의 소재를 자기 자신과 자신이 겪은 경험과 주변의 것에서 찾으며, 실제로도 자신의 삶을 회고하고, 이야기 속의 자신과 끊임없이 마주하며 현재의 자기 자신과 삶에 대해 새롭게 성찰하고자 노력한다. 이렇듯 노인의 미디어 활동을 장려하는 서울노인영화제는 노인의 자아성찰을 돕는 매우 세련된 사회복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영화제는 작품의 전문성 및 높은 수준을 요구하기에 이제 막 미디어 교육을 받고 제작을 시작하는 노인들은 타 세대와 경쟁하여 자신의 작품을 출품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자아성찰에 관한 이야기와 성숙한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와 역사의 이야기는 영화제에 상영될 기회조차 없다. 이렇게 노인들에게 서울노인영화제는 노인의 욕구와 목소리를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열린 장을 제공했다.
 

넷째, 한국사회의 노인은 고집스럽고 무기력하며 비생산적인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영화라는 세련된 도구로 자신이 하고 싶은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노장의 영화감독들은 주체적이고 활동적인 문화 생산자로서의 노인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일조하였다. 또한 많은 노인 관람객의 모습은 적극적인 문화 향유자로서 노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다시 말해, 서울노인영화제는 노인이 주체가 되어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노인상을 보여주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다섯째, 처음에는 노인 제작 영화만을 상영하였던 서울노인영화제가 2009년 2회 영화제부터 젊은 감독을 위한 공모 분야(노인을 주제로 한 영화)를 새롭게 증설하였다. 그 해에는 전체 출품작 49점 중 젊은 감독의 작품이 6점에 그쳤지만, 2010년 3회 영화제에서는 전체 출품작 91점 중 젊은 감독의 작품은 46점, 그리고 2011년 124편의 출품작 중 젊은 감독 작품은 66편으로 증가하며 젊은 세대의 관심을 반영했다. 젊은 감독의 작품 수는 단지 숫자의 의미보다 젊은 세대들이 노인 주제의 작품 제작을 통해 우리 사회의 노인에 대한 재조명의 기회를 갖게 해주는 데 의미가 있으며, 반대로 노인 세대는 젊은 감독의 작품을 통해 젊은 세대가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노인상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더불어 서울노인영화제는 노인이라는 특정 대상에 대한 화두를 던짐으로써 우리 사회의 노인 및 노인 문제, 사회적 고령화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환기를 통해 사회 통합의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
 

이처럼 4년간의 서울노인영화제는 그 출발은 노인 복지로 시작했지만 나아가 모든 세대가 함께 하는 사회복지와 문화복지로 지속,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서울노인영화제에 출품하는 노인 감독들은 지역사회복지관 및 지역 영상미디어센터 또는 유관 기관에서 운영하는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의 교육생이거나 직·간접적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복지관 및 지역미디어센터를 통해 문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디어 교육을 수강하면서 아마추어 제작활동을 하게 된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력이나 장비 등이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영상 미디어 교육이 활성화가 되어 있지 않다. 이에 노인복지계에서 노인의 영화 제작 활동을 돕기 위한 미디어 교육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사회복지적 가치

창출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며, 서울노인영화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또한 서울노인영화제를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1년 사업으로 영화제를 이해하고 준비하여야 할 것이며, 운영 및 전문인력 채용을 위한 재정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 서울노인영화제가 선도적, 비상업적 문화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그 가치를 지속적으로 발현해나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및 사회적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즉, 서울노인영화제가 가진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 이루어 갈 협력 기관이 필요하다.
 

서울노인영화제를 개최한 지가 4년밖에 안된 만큼 그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서울노인영화제가 모든 세대에 관심과 기대를 받을 수 있는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정체되지 않은 고민과 도전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