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9일 인천문화재단에서는 <문화예술의 자생성 확보를 위한 세 가지의 큰 흐름>이라는 제목으로 문화예술 협력네트워크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날의 심포지엄은 ‘문화예술의 자생력’을 주제로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에 대한 국내외 사례를 알아보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단체들과 관련 현안을 공유하며 향후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1세션: 사회적 기업-문화예술의 가치확산, 사회와 공존하다>에서는 영국의 스트릿와이즈 오페라(Streetwise Opera) 엘리노어 레이몬트(Eleanor Raymont)를 통해 노숙자들이 오페라 창작 참여를 통해 사회적 배제를 겪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에 대한 발표가 이루어졌다. 가정붕괴, 실업문제 및 주택문제 등으로 노숙을 하게 된 사람들이 오랜 노숙생활로 인해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잃고 자신의 삶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게 되는 문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숙자들과는 오히려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예술형태인 오페라를 통해 삶의 자신감을 회복하고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나가도록 돕는 스트릿와이즈의 활동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오페라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엘리트적이며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페라를 통해 노숙자들이 자기 삶의 목표를 보다 높이 설정하고 자기 능력의 한계치에 대한 도전하며 오페라의 드라마틱한 캐릭터 및 스토리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내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의 위치를 고양시킬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노리단 류효봉 대표이사의 발표에서는 경험과 사회적 관계망이 취약한 청년세대가 문화예술 분야를 통해 자기고용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지나온 7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놀이-학습이 순환하며, 공연을 통해 교육프로그램이 나오고 이를 통해 미디어콘텐츠가 생성되고 이 과정에서 생성된 공간디자인과 다목적의 조형물 작업이 지역 재생을 위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연결되어 최종적으로 수익창출로 이어지는 과정을 어떻게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혁신을 통해 진행해 왔는지를 생생한 사진과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두 명의 생동감 있는 발표에 대해 김종휘 사단법인 씨즈 청년단 단장과 이찬영 자바르떼 인천지부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문화예술단체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성과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스트릿와이즈는 프랜차이즈에 대한 어떠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때 프랜차이즈 형태로 진행하면 단체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단체 고유의 동질성을 지키는 것에도 애로사항이 발생하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을 스트릿와이즈 안에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 지역협력 파트너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노리단에 대하여는 지역으로 갈 때 지역과의 협업구조를 어떻게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연결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나왔고, 이에 대해 노리단은 현재 조직화의 단계를 넘어 조직구조 개발의 단계로 들어가는 과정에 있으며 지역으로 들어갈 때는 지역 커뮤니티에 어떠한 콘텐츠로 어떠한 도움을 줄 것인가에 대해 가장 먼저 고민한다는 내용과 함께 지역거점 운영을 통해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을 정교하게 만들고 사회적 경제적 지속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대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2세션: 마을기업&커뮤니티 비즈니스-지역과 함께 자생하는 문화예술>에서는 일본 고토랩(Koto-lab)의 오카베 토모히코(岡部友彦)를 통해 쇠락한 마을에 문화예술을 접목시켜 지역 경제를 되살리고 지역재생의 단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마을기업의 사례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인구 공동화를 겪고 있는 마을에 있는 간이숙박소의 빈 방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건축학도들이 예술적 관점으로 마을 이미지를 바꿔 나감과 동시에 마을의 자원을 재활용하여 국내외 여행자 및 예술가의 숙박을 유치하는 등 마을에 새로운 산업을 창출한다는 내용이었다.

장현정 부산 회춘프로젝트 총괄 코디네이터의 발표에서는 부산이라는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재정의하고 흩어져 있는 청년문화를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이들을 통해 생활형 문화기획 프로젝트를 어떻게 실현하였는지에 대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찾아가서 공연을 선보이는 <공연배달 프로젝트>와 100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쉼 없이 진행한 <100일 릴레이 공연>을 통해 어떤 특정한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문화예술이 아니라 생활환경 속에서 청년예술가들과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 나가는 ‘삶 속에서의 문화예술 창조’를 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두 명의 발제에 대해 이어진 토론에서는 유창복 성미산 마을극장 대표와 조성혜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 대표의 발제를 겸한 토론이 이어졌다. 유창복 대표는 마을기업의 지속성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토대는 해당 마을에서 직접 삶을 영위하면서 마을사람들과 관계성을 구축하는 것이라는 부분과 마을기업은 마을 구성원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스스로 만들어야 해당 사업내용이 지속될 수 있으며,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구성원들의 필요를 어떻게 만족시켜 나가는가 하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혜 대표의 토론에서는 지역에서 지역민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 제공시에 결국 문화예술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일상을 환기하는 역할로서의 문화예술의 기능적 측면을 다시 고찰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사람이 네트워크이고 네트워크가 결국 마을기업의 성공을 위한 가장 큰 자원이라는 것과, 마을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을이라는 공간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며 마을의 이야기를 만들고 마을 사람들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형성된 커뮤니티 거점이어야 마을 사람들이 진정으로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이어 일본의 고토랩과 부산의 회춘프로젝트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과연 주변에 볼거리가 없어도 고토랩이 시행했던 것과 같은 마을의 새로운 산업적 자원 만들기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물음과 전문가들이 토대를 만들고 떠나간 후에 해당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마을 활동가를 양성하였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부산 회춘프로젝트에는 프로젝트 시행을 통해 해당 마을에 어떤 변화의 파문이 생겼는지, 젊은 사람들의 외부 유출로 노인만이 남겨진 마을에 문화예술을 통한 노인문화의 활성화의 가능성이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더불어 마을에 노인들만 남겨져 청년들이 마을에 소속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청년들이 마을의 삶에 적응하여 마을기업으로서의 지속성을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은 앞서 진행된 유창복 대표의 토론과 연결하여 깊은 고민을 던져주었다.
<3세션: 협동조합-나누기와 공유하기>에서는 이탈리아 극단 라 바라카(La Baraacca)의 총괄 디렉터 로베르토 프라베티(Roberto Frabetti)를 통해 어린이를 위한 무대를 가꾸기 위해 시작된 작은 극단이 지역사회 안에서 무려 35년간이나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운영과 발전을 이룬 협동조합 운영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라 바라카의 사례에서 가장 경이로웠던 부분은 협동조합(Cooperative Assocation)이라는 사회적 기업의 운영형태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0세부터 18세까지의 모든 어린이들이 예술을 접하고 경험해야 한다는 것을 ‘권리규정’으로 정하고 실천하여 1989년 국제연합총회로부터 유소년 권리의 규정에 대한 협정(어린이의 문화, 예술적인 삶에 대한 전적인 참여권리)을 이끌어내는 라 바라카 구성원들의 높은 사회적 의무감과 실천력에 대한 부분이었다. 또한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지속적으로 이루어 나가기 위해 이에 동참하는 구성원들이 극단과 극장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면서 모든 업무를 구성원 전체가 나누어서 수행하고 그로 발생한 이익 또한 앞으로의 활동비용을 제외하고는 구성원 전체가 나누어 가지는 부분을 들으면서 3세션의 주제인 ‘나누기와 공유하기’의 의미와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을 사회적 기업의 발전된 형태로 꼽는 이유를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황덕신 이야기꾼의 책공연 공동대표의 발표에서는 공연을 통해 아이들이 책을 찾아가도록 유도하고 문화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거점을 찾아가는 방식에는 공감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작업방식이 왜 협동조합이라는 구조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설명이 명확히 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병준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가 이탈리아가 가진 오래된 협동조합의 전통을 이야기하면서 협동조합이 이탈리아 경제와 고용에 있어서 가지는 의미와 문화예술 분야에서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핵심적 요인과 협동조합의 장점과 문제점에 대한 질문 등이 이어졌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는 이탈리아에서는 공공의 비전을 가져야 하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서 협동조합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시작하게 되었고, 이탈리아에서는 같은 분야의 협동조합들이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서로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얘기하면서 이들 협동조합 네트워크와의 협동이 없으면 존재 자체가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 또한 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또한 모든 문화예술 분야를 협동조합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각각의 문화예술 분야가 추구하는 가치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그 가치들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들이 그룹별로 존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더불어 라 바라카도 비즈니스 측면이 아닌 어린이들의 삶을 예술을 통해 향상시키겠다는 관심에서부터 이 모든 활동들이 시작되고 운영되어 왔다는 본질적 이야기로 답변이 마무리되었다.
이어서 관객 질문에서도 라 바라카의 고유한 가치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예술교육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던 0세부터 3세까지의 영아들에 대해 예술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사명감에 대해 놀라워하는 의견들이 나왔다.
문화예술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사회적 기업의 다양한 형태와 그 운영사례를 살펴본 이 날의 심포지엄에서 가장 크게 깨달았던 것은 문화예술단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이 궁극적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며 그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참여의식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문화예술의 자생력은 결국 문화예술 그 자체의 정체성과 고유한 동질성을 잃지 않는 것에 가장 큰 전제를 두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과정 속에서 확보될 수 있다는, 너무나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