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예술이 결합된 전시, 교육, 체험의 공간  ‘풀잎’
2011년 7월, 수원시에 어린이생태미술체험관 풀잎이 문을 열었다. 풀잎은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니라 보고, 듣고, 체험하고, 표현하는 다기능 복합문화예술 체험공간이다. 풀잎은 수원미술전시관의 북수원 분관으로 “자연과 예술이 결합한 전시를 바탕으로 한 통합교육프로그램 운영”이라는 취지하에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생태의 리듬을 오감으로 체득하고 경험하는 삶의 교육공간이자 전시학습공간”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풀잎의 주 이용자는 수원을 중심으로 주변의 의왕, 용인, 안양, 군포에 거주하는 만 5세 이상부터 초등학생들이다. 어린이들은 풀잎을 방문하여 전시를 관람하고 다양한 생태 체험교육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오늘날의 예술활동이 단순히 미적 감수성을 표현하는 활동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큰 세계 속에서 보고 느끼고 체험한 모든 것들을 표현하는 활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풀잎은 개관전으로 <그린 프렌즈(Green Friends), 그대로 멈춰라!>(2011.7.19~12. 30)를, 전시연계 프로그램으로는 <안녕! 살아있는 모든 것들(Hello Friends)>, <안녕! 새롭게 만난 자연(Hello Eco)>, <안녕! 예술가와 함께 만나는 자연(Hello Art)>을 마련하였다. <안녕!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기본교육으로 관람예절·도슨트 투어·자연재료를 이용한 전시연계 미술체험교육이고, <안녕! 새롭게 만난 자연>은 심화교육으로 야외체험학습·전시감상·자연체험바탕 미술교육이다. 그리고 <안녕! 예술가와 함께 만나는 자연>은 예술가가 직접 준비하고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풀잎은 상시 프로그램으로 방명록에 적는 식물관찰일지인 ‘생태방명록’과 지구를 위한 짧은 메시지를 적는 ‘내 손으로 지구 지키기’ 등 생각하는 생태미술체험을 운영하고 있는데, 상시프로그램은 사전예약 없이 휴일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이용할 수 있지만 기획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향후 풀잎은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로 생태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기획전시를 분기별로 개최해 나갈  예정이고 전시와 함께 전시연계 프로그램과 도슨트 투어, 상시 프로그램을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그린 프렌즈, 그대로 멈춰라!> 제발...
풀잎은 개관기념 전시로 <그린 프렌즈, 그대로 멈춰라!>를 개최했는데, 풀잎의 설립목적에 맞는 적절한 전시였다고 생각된다. <그린 프렌즈, 그대로 멈춰라!>는 멸종위기 혹은 멸종된 생명체를 통해 우리 삶에서 생태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자 하는 전시로 이번 개관전시에는 강민규, 이승태 두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생태미술체험관의 앞마당에는 마치 이구아나를 닮은 거대한 동물 조각들이 기어 다니고 체험관의 벽에는 도마뱀 같은 것들이 붙어 있는데, 이것들은 작가 강민규가 만든 메가레니아(Megalania)라는 미지의 동물들이다. 작가가 기존 동물들을 모델로 상상력을 가미하여 만들어낸 이 신비의 동물들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생명체들에 대한 여러 가지 다른 상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만든 작품들이다. 동물들이 살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마련된다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수많은 동물들이 태어날 테니까.
전시장 내부에는 이승태의 동·식물 조각, 설치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네거티브 조각 방식(陰刻)으로 마치 실체는 없고 흔적만 남은 듯 표현된 새나 벽에 표정 없이 박제된 모습으로 걸려 있는 동물은 이미 그것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암시하는 듯하다. 그렇다. 그것들은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지금은 사라져 버린 파란 영양, 도도새, 일각돌고래, 오록스들이다. 작가는 자신의 조각작품들을 담배 필터와 같은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물질들을 이용해 만들었는데, 그것은 그런 물질들이 소중한 생명체들을 파괴시켰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그린 프렌즈, 그대로 멈춰라!>는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에서 기획되어 전시의 취지와 생태미술체험관의 성격을 잘 살렸다고 생각된다. 아마 아이들도 이런 작품들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왜 생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를 충분히 깨달았을 것이다.

생태미술, 참 삶(生)으로 가는 길 
생태미술이란 쉽게 말하자면 생태와 미술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로 생태미술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을 소재로 하고 자연에서 관찰하거나 느낀 것을 작품으로 꾸미거나 만드는 미술인 셈이다. 사실 생태미술이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찾아냈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과거 인간과 환경의 관계는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하던 그런 관계였으니까. 

생태학은 1869년 헤켈(Ernst Heinrich Haeckel, 1834~1919)에 의하여 만들어진 말로 ‘생물과 환경 및 함께 생활하는 생물과의 관계를 논하는 과학’이라고 정의되었다. 생태학은 생물과 환경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그리스어의 ‘사는 곳’이라는 뜻의 ‘오이코스(oikos)'와 학문이라는 뜻의 ‘로지(logy)’가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라고 한다. 생태미술이란 결국 지구의 생명들과 환경이 좋은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예술활동인 셈이다.  
19세기는 과학기술의 시대였다. 고도의 과학기술을 손에 넣은 인간은 자연과 우주의 비밀까지도 과학기술로 설명해낼 수 있고, 그 과학기술이 인류에게 장밋빛 미래를 선사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20세기 자기 표현의 시대에 이르자 인간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으로 자기의 의견이나 주관적 감정, 느낌 등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을 최고의 가치인 양 살아왔다. 그러나 믿었던 과학기술이 인류의 문명을 파멸시키는 재앙을 가져오고 유아독존적인 자기 표현은 소통 불능의 사태를 가져왔다. 20세기 후반, 인간은 깨닫게 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지구 생태계는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지구가 파국을 맞게 된다면 과학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이며, 또 예술은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이제 인간은 안다. 주변 환경과 그리고 그 속에 사는 다른 생명체들과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을.
최근 환경의 중요성, 예술적 창의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이러한 때에 수원에 어린이생태미술체험관 풀잎이 개관하게 되어 정말 반갑다. 그리고 그것이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교육시키는 공간이라는 것이 더 반갑다. 생태미술체험관은 아이들에게 미술이 단순히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거나 자기의 주관적 느낌이나 감성을 표현하는 차원을 넘어서 거대한 자연의 활동 중의 일부라는 것을 깨우쳐 줄 것이다. 생태미술체험관이 당장에 어떤 굉장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알게 해줄 것이다.
자연과 예술을 연계하여 새로운 문화, 새로운 예술을 만들 전초기지가 될 생태미술체험관 풀잎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래서 풀잎이 “자연과 예술이 결합한 전시를 바탕으로 한 통합교육프로그램 운영”과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생태의 리듬을 오감으로 체득하고 경험하는 삶의 교육공간이자 전시학습공간”을 지향한다는 설립취지대로 잘 운영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미지 제공_ 풀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