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도쿄(東京) 모리미술관(森美術館)에서 <메타볼리즘의 미래도시展: 전후일본, 현재 되살아나고 있는 부흥의 꿈과 비젼(メタボリズムの未?都市展： ?後日本·今甦る復興の夢とビジョン)>(2011.9.17.~2012.1.15)이 진행되고 있다.

본래 생물의 신진대사나 물질교대를 의미하는 메타볼리즘은, 1960년 일본 건축가 그룹이 자신들이 지향하는 도시와 건축 이념을 단적으로 가리키는 말로 사용했다. 도쿄에서 개최된 세계디자인회의를 대비하여 발간된 『메타볼리즘/1960-도시에 대한 제안(METABOLISM/1960――都市への提案)』(1960)은 이 메타볼리즘 그룹의 선언문이었다. 건축비평가인 가와조에 노보루(川添登)가 이론적 지주였으며, 건축가 기쿠타케 키요노리(菊竹?訓), 오타카 마사토(大?正人), 마키 후미히코(?文彦), 구로카와 키쇼(?川紀章), 산업 디자이너 에쿠안 켄지(?久庵憲司), 그래픽 디자이너 아와즈 키요시(粟津潔) 등이 참여했었다. 단게 켄죠(丹下健三), 아사다 타카시(?田孝), 오타니 사치오(大谷幸夫), 이소자키 아라타(磯崎新)도 이들과 관계를 맺으며 1970년대 중반까지 계속 활동을 이어갔다. <메타볼리즘의 미래도시전>은 사진, 설계도, 건축모형, 영상, 새로 제작된 컴퓨터그래픽 영상 등을 이용하여 이 메타볼리즘 건축운동의 개요뿐만 아니라 그 기반과 배경까지 재조명하고 있다.
메타볼리즘 그룹은 끊임없이 생성, 변화하고 대사와 증식을 반복해가는 유기체에서 건축과 도시가 가져야만 하는 모습을 찾아냈다. <메타볼리즘의 미래도시전>은 이 건축운동의 계보를 돌아보며 그들의 주요 컨셉을 알기 쉽게 보여주고 있다.
그중 하나가 건축 기본구성 단위인 캡슐 개념이다. 이것은 개인을 위한 최소한의 생활단위로, 이 개별적인 기초단위를 조합하여 집합주택을 구성한다는 발상이다. 마치 생체가 세포분열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캡슐을 증식시켜 인구증가에 따라 건축, 도시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도시로 노동인구가 유입된다는 사회적 조건과 생활 단위로서 개인이 부상한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 이 캡슐 개념이 구현된 단적인 일례가 구로카와 키쇼의 나카긴캡슐타워빌딩(中銀カプセルタワ?ビル)이다. 이 컨셉은 조립식 주택의 원형이 되어 이후 남극, 심해, 우주공간에서의 주거형태 대안으로 검토되었다.

또 다른 컨셉은 거대 구조체 지향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 상공을 향해 ‘성장’하는 건축물은 대도시 과밀화(이용할 수 있는 땅의 한계)라는 사회적 조건과 건축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높이제한 완화라는 법적, 정책적 조건이 전제된다. 거대 구조체 지향을 보여주고 있는 도시계획으로, 마루노우치(丸の?), 신쥬쿠(新宿), 시부야(?谷)를 대상으로 한 ‘공중도시’ 구상(이소자키 아라타, 실현되지 못함)과 DNA 이중나선 구조를 모방한 나선형(Helix) 설계(구로카와 키쇼, 실현되지 못함)가 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만들어진 컴퓨터그래픽 영상은 이 거대 도시계획의 ‘성장, 증식’이라는 컨셉을 알기 쉽게 보여주고 있다.
거대 구조체는 메타볼리즘의 또 다른 주요 개념인 ‘인공지반(人工地盤)’과 결합하여 여러 수상(水上)도시 계획을 만들어냈다. 단게 켄죠 연구실의 대규모 <도쿄계획 1960>(마루노우치-도쿄만-기사라즈(木更津)를 연결하는 도시계획안, 실현되지 못함)과    마찬가지로 도쿄만을 무대로 하여 해상과 공중에 대규모 도시를 꿈꾼 기쿠타케 키요노리의 <도쿄만계획 1961>(실현되지 못함)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또 메타볼리즘을 상징하는 단어가 ‘환경’이다. 이 환경의 의미는 오늘날 ‘환경보호’ 등의 맥락에서 이용되는 것으로, 단순히 자연환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메타볼리스트들은 1950년대부터 1960년대에 걸쳐 뉴욕 아트 신(art scene)에서 제창된 ‘환경’ 개념에 영향을 받았다. 일본에서도 1966년 여러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만든 ‘환경 모임(エンバイラメントの?)’이 <공간에서 환경으로>라는 주제로 복합예술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 전시에 건축가 이소자키 아라타가 참여했으며, 그 밖에도 화가, 조각가, 사진가, 사업 디자이너, 음악가, 미술비평가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런 복합예술성은 메타볼리즘이 대두되던 초기부터 지니고 있던 특징으로, ‘환경’ 개념과 함께 후술되는 오사카만국박람회(大阪万?博??)에서 결실을 맺게 된다.

1970년에 개최된 오사카만국박람회는 메타볼리즘의 집대성이었다. 이 가설적 축제공간은 도시계획의 실험적 모델로 취급되었으며, 전체 계획은 도쿄대학교 공학부의 단게 켄죠 연구소에서 담당했다. 단게 연구실이 1960년대에 수립한 거대 구조체 도시계획 아이디어가 도처에서 실현되었고, 기쿠타케 키요노리가 지은 타워와 구로카와 키쇼가 지은 캡슐이 전시공간으로 이용되었다. 또 행사 광장에서는 거대 로봇이 조명과 음악, 음향, 대도구, 영사장치 등을 제어하여 방문객을 둘러싼 환경이 계속 변화하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연출하기도 했다. 모리미술관 전시회장에서는 당시 오사카만국박람회 파빌리온박람회들의 전시관, 특설가건물으로 사용된 구조체 일부 또는 행사 광장에 흘렀던 현대음악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다.
메타볼리즘의 특징은 도시를 ‘유기체’로 보는 발상이다. 그러나 이는 자연회기 지향이라 볼 수 없으며(오히려 메타볼리즘 근대도시나 인공물, 과학기술발전에 대한 긍정을 이념 기반으로 삼고 있다), 사회나 국가를 유기체 모델로 생각하는 정치철학 전통과 관동대지진1923년 발생한 일본 관동지역 대지진 후 일본 건축계에서 분 ‘생명주의’ 바람과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고도성장과 본격적인 도시화가 가지고 온 사람, 물건, 정보의 빠른 흐름과 증대를 배경 으로, 고정적인 여건이 아닌 유동체·성장체로서 도시를 취급하는 것이 메타볼리즘의 발상이다.
메타볼리즘은 단순 조형상의 전위운동이 아니라 국가나 정치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이 정치성은 다양한 차원을 지니고 있다. 그들의 대규모 도시 구상은 미래의 이상적인 국토이미지로 이어지고, 국가정책이나 사회개혁운동 성격을 띤다. 이 운동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제2차 세계대전과 전쟁 중의 식민지 도시설계(단게 켄죠도 참여)도 ‘국책으로서의 도시·건축론’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도시·건축계획은 산업, 건설, 국토행정을 관장하는 관료조직과 대학 연구실이 일체가 되어야 실현할 수 있다. 역사의 큰 틀에서 생각해 보면, 전후 ‘폐허에서의 부흥’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와 함께 부흥했던 건축운동이었다. <메타볼리즘의 미래도시전>은 전쟁 중 식민지 도시계획과 전후 직후의 부흥계획 청사진, 영화 <24시간의 정사: 내 사랑 히로시마>(알랭 레네 감독, 1959) 첫머리에서 원폭기념진열관(단게 켄죠 설계, 현 히로시마평화기념자료관 본관)이 비춰지는 장면을 상영하면서 시작된다. 이 도입은 메타볼리즘의 전제가 되는 정신을 교묘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메타볼리즘은 처음으로 일본에서 시작해 세계 각지로 전파된 건축운동이기도 하다. 특히 1970년 이후 메타볼리스트들은 해외로 활동 무대를 넓혀갔다. ‘국가적’ 성질을 내포하면서도 일정한 보편성을 지니고 있어 국제적인 전개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 전시는 메타볼리스트들의 국제 활동에 대하여 한 섹션을 배분하여 소개하고 있다.
메타볼리즘을 표방하는 운동은 1970년대 중반 종언을 맞이했다. 아방가르드하고 독특한 건축 디자인이 점점 유행에서 벗어났던 것도 있지만, 원래 그들이 주장한 주의(主義)에도 일정 부분 물리적, 시대적 제약이 내재되어 있었다. 메타볼리스트들이 제창한 ‘끊임없이 신진대사를 반복하는 성장체로서의 도시, 건축’이라는 원칙은 권리적 차원에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하늘 위를 향해 수직 상승하는 탑상(塔上)도시, 국토를 둘러싼 해양 표면을 수평으로 확대해 가는 해상도시 등은 부분적으로 실현되었다지만, 무한히 성장하고 대사해 가는 유기체 컨셉은 일종의 유토피아 성격이 짙어 실현 불가능했다.

메타볼리즘은 그 자체로는 우주적이지만, 어떤 특정 시대를 전제하고 있다. 이 건축운동이 태어나고 지지를 받았던 것은 1960년대에서 1970년대의 일본 경제, 정치, 사회 상황과 그 근저에 있는 특유의 국민성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도 경제성장이었으며, 소득배증정책1)에서 일본열도개조론2)에 이르는 거시·미시적 확대성장주의, 공업발전의 추진력이 된 테크놀로지의 비약적인 진보, 이를 전제로 한 과학기술에 대한 희망과 미래, 진보와 성장이란 개념에 대한 신뢰이기도 했다. 근대를 지지하던 다양한 구조에 대하여 비판적인 검토가 가능하다면 좁은 의미에서의 메타볼리즘 역시 과거의 건축양식, 건축운동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2011년은 메타볼리즘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한 해였다. 야쓰카 하지메(八束はじめ)가 쓴 『메타볼리즘 넥서스(メタボリズム?ネクサス)』가 4월에, 렘 콜하스(Rem Koolhaas)와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가 같이 쓴 『프로젝트 저팬: 메타볼리즘이 말한다Project Japan: Metabolism Talks...』가 10월에 발간되었다. 또한 야쓰카 하지메가 중심이 되어 기획한 <메타볼리즘의 미래도시전>도 개최되고 있다. 이런 동향은 메타볼리즘 선언 이후 약 반세기가 지난 지금, 다시 그 위치와 현대적 의의를 묻고자 함이 아닐까.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 이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메타볼리즘을 재조명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만든다. 이는 ‘폐허에서 부흥’이라는 특수한 시대 국면에 놓인 도시, 건축계획 방법에 대한 재고이며, 도시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를 둘러싼 환경과의 관계성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메타볼리즘의 미래도시전>은 이 운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메타볼리즘 건축 컨셉과 방법, 기술 속에서 현대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자 함이리라. 

이미지 제공 _ 모리미술관
 

번역 _ 金恩序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