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세계화·정보화·지식기반·다문화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 여건 마련을 명분으로 지난 50년 한국 교육사에서 5년에서 10년을 평균으로 하던 교육 과정 개정이 2007년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 개정 과정을 거치며 주기의 단축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교육 목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적용 가능성 모색 시간의 불충분과 교육의 일관된 방향성 결여 등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 또한 높다.
한국 미술 교육의 역사에 미술이 공식적인 교과 명칭인 ‘도화(圖畵)’로 등장하게 되는 시기는 갑오경장 다음 해인 1895년 새로운 교육제도에 대한 국가의 법령이 제정되면서부터였다. 당시 공포된 법령은 소학교를 심상과(尋常科)와 고등과(高等科)로 둘로 나누고, 전자의 과정에 수신·읽기·작문·습자·산술·체조 과목을 포함시켰으며, 체조 대신 지리·역사·도화·외국어 중 한 과목 혹은 그 이상을 가르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 과정으로 편입되면서 특정인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던 미술은 취미와 교양의 차원을 넘어서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후 미술은 특수한 정치적 상황을 경유하며 우리 교육의 역사 일반이 그러했듯 하나의 교과목으로 격변의 전개 과정을 거쳐 왔다.
<한국 근현대 미술자료展>은 1912년 문부성 발행의 『고등소학 신정화첩(新定畵帖)』, 일제강점기 칼라 인쇄로 제작된 교육용 괘도, 1950년대 문교부와 미술교재연구회의 『초등미술』 및 『공작』 교재, 1960년대의 표준미술 교과서, 그리고 1970년대 교육대학교의 발간 자료를 비롯하여 일본의 미술교과서 5점을 포함한 총 69점의 자료를 통해 우리 미술교육의 가쁜 동선을 재구성해 보여준다.
근현대 한국 사회의 격변의 동선은 문부성에서 조선총독부를 거쳐 문교부와 미술교재연구회로 거듭 변경되어 온 미술교과서의 발행 주체와 소학교, 보통학교, 국민학교를 거쳐 초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변화되어 온 학교 명칭과 수업 연한을 통해 추적이 가능하다. 또한 교육 전반의 큰 틀을 공유하는 미술교육이 다룬 내용은 강점과 해방, 한국전쟁과 분단 그리고 산업사회로의 이행기의 미술교육 자료를 통해 당대가 요청하는 시대의 이념을 확인케 한다. 

전시자료 중에서 특히 항아리, 컵, 원뿔, 원통, 구(球) 등의 음영(陰影)을 표현하는 방법이 실려 있는 1926년 조선총독부 발행의 『보통학교 도화첩』은 박수근(朴壽根, 1914~1965), 이중섭(李仲燮, 1916~1956)을 비롯하여 비슷한 연배의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들의 보통학교 재학시절 교과서로 채택된 것들이라는 점에서 당시 예술 생산의 사회적, 역사적 제 조건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런가하면 1960년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교육헌장 시리즈에 적힌 구호 “능률과 실질”, “경애와 신의”, “상부상조”, “협동정신”은 교육용 괘도 발간 당시 교육이 궁극적으로 고양시키고자 했던 가치를 확인케 한다. 또한 학생용 미술교과서와 비교 전시된 1967년의 『미술중학교용3 교사용지도서』에는 수업 지도 내용과 교육 가이드가 수록되어 당시 미술교육 지침에 대한 명료한 이해를 돕는다. 이밖에도 1960년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김청강 저술의 조악한 인쇄본 대학 교재 『한국 미술사』에는 한국전쟁 이후 사회적 혼란기 우리 교육 여건이 봉착했던 어려움과 그럼에도 우리 미술 교육의 절박함이 묻어난다.
거듭되는 교육 과정의 개정과 이로 인해 한국 교육 전반의 난제로 지향성과 정체성의 결여와 모호함이 논의되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한국 근현대 미술자료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 그리고 해방 이후 당대의 사회적 가치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불연속의 역사에 전개해 온 한국미술 교육의 면면을 통해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나간 시대의 빛바랜 자료 69점이 아니라 동시대 미술 교육 전반의 현안일 것이다. 

이미지 제공_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