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그러니까 2011년에 인디 씬 언저리에서 나름 진지하게 논의되었던 것 중에 ‘전형적 여성 싱어 송 라이터’에 대한 것이 있었다. 짧은 지면에 다 이야기하기는 벅차지만 당시 논의의 요점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전형적 여성 싱어 송 라이터’를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일상, 감성, 치유 등의 소재를 노래하는 여성 뮤지션’이라고 상상한다. 그중에서 ‘예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는 ‘여신’이란 칭호가 붙는다. 그러나 실제 그런 뮤지션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여자들은 모두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가? 그건 그저 그게 음악에 접근하는 가장 편하고 빠른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은 아닌가? 일부 팬들과 평론가들이 경멸조로 언급하는 ‘소녀 감성’이란 말은 사실 '남성' 뮤지션들에게서도 종종, 때로는 더 많이 발견되는 것 아닌가(예를 들면 10cm의 놀라운 인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트렌드에 따른 음악의 정서 변화를 성적 차이로 치환시켜 설명하는 것이 온당한가?
 지금 와서 그때 나눴던 이야기가 다시 생각나는 것은 랄라스윗(Lalasweet)의 첫 번째 정규음반인 《비터스윗(Bittersweet)》에 대한 본인들의 다음과 같은 말 때문이다. “이번 랄라스윗의 음악은 그간 홍대 씬을 막연하게 수식해온 ‘여성 듀오’, ‘여신’과 같은 수많은 이미지와 떼어놓고 들어주세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수년을 기다려온 아티스트로서의 음악에 대한 끝없는 고민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랄라스윗은 기타와 보컬을 맡은 김현아, 피아노를 담당한 박별이 2008년 3월에 결성한 듀오다. MBC 대학가요제에서 <나의 낡은 오렌지 나무>로 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2010년 4월에 EP음반 《랄라스윗》을 발표했다. 이후 《라이프(Life)》(2010)와 《카페: 나이트 앤 데이(Cafe: Night & Day)》(2011) 등의 편집 음반에 참여했는데, 이 음반들은 모두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등의 공연을 기획하는 기획사인 민트페이퍼의 주도로 제작되었다(이 편집 음반에 참여한 뮤지션들은 랄라스윗 외에도 10cm, 데이브레이크, 이아립, 가을방학, 조정치, 오지은, 노 리플라이 등이다). 인디 음악의 팬들에게 이런 정보들은 이 듀오가 속해 있는 어떤 음악적 생태계를 짐작할 수 있는 근거일 것이다. 단일한 태도나 정서로 묶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소녀 감성’이라거나 ‘연성화’ 같은 말로 요약하기 딱 좋은 그런 생태계 말이다. 실제로 랄라스윗의 EP음반에는 ‘소녀적 감성, 어쿠스틱 사운드의 사랑스런 두 여자’라는 홍보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신작에 대한 듀오의 코멘트로 미루어 이런 ‘딱지’에 이들이 가졌을 불편함을 짐작할 수 있다.
  

 듀오가 자신들의 음악에 붙은 ‘딱지’를 떼어내기 위해 택한 전략은 밴드 음악이다.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우린 지금 어디쯤에 있는 걸까>에서도 그 점은 잘 드러난다. 피아노와 목소리만으로 짧게 후렴구를 부르자마자 일렉트릭 기타를 앞세운 ‘풀 밴드’가 치고 들어오며, 뒤로 갈수록 감정의 파고가 높아진다. 이 전략은 성공적일까? 어느 정도는 그렇다. 카랑카랑한 로큰롤인 <태엽감기> 같은 곡은 듀오가 갖고 있는 또 다른 음악적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일 것이다. <블라인드 아이즈(Blind Eyes)>의 슬쩍 퇴폐적인 무드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반면 듀오가 동원한 ‘무거움’이 어떤 곡들을 좀 처지게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를테면 가벼운 산책처럼 통통거리며 시작하는 <쏘 쏘(So So)>는 후반부로 갈수록 늪을 걷는 것처럼 변한다. 변화에 대한 열망과 그 성과와는 별개로, 섬세한 가사와 멜로디로 짜인 이 음반에서   (‘히트곡’과는 다른 의미의) ‘결정적 순간’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 또한 조금 아쉽다. 우선은 본인들의 바람대로 ‘수년을 기다려온 아티스트로서의 음악에 대한 끝없는 고민의 과정’을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은 우선 그것으로 충분할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이건 전체적인 내용과는 큰 관련이 없지만, 나는 이 글에서 랄라스윗을 ‘여성 듀오’가 아니라 ‘듀오’라고 칭했다. 그게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