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성(鄭寅星, 1911~1996)은 경남 양산에서 출생하여 한국근대의 초기 사진작가들이 그러했듯이 거의 독학으로 사진을 배워 부산을 주요 무대로 활동을 했던 작가이다. 그는 부산대학교와 동아대학교에서 사진학 강의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에 사진평론을 게재하면서 사진이론을 펼치기도 하였다.

1930년대부터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진 그는 부산의 사진문화, 예술계 발전에 크게 공헌한 사진작가로 평가되고 있지만, 그의 주 활동이 부산을 근간으로 하였기 때문인지 몰라도 일반인에게까지 많이 알려진 사진작가라고는 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하긴 현재에도 일반인에게 사진작가들의 면면이 많이 알려져 있고, 사진이라는 예술장르가 넓고 깊게 인식되어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직 우리 현실은 여타의 예술문화가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생활화되었다는 점은 여전히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은 오히려 사건의 기록으로서 혹은 역사의 시간을 한 장면으로 붙잡아 놓는다는 점에서는 다른 예술장르와는 다른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예술이라는 시각을 뒤로한 채로 본다면 말이다. 그래서 1940년대부터 촬영된 정인성의 사진은 한국 근현대사의 기록으로서 특히 부산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의 편린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해방 이전의 부산풍경과 우리들의 삶과 풍경들, 해방과 6․25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록들 그리고 고단했던 우리들의 일상에 카메라 렌즈를 들이댔던 그의 행위들은 굳이 예술가라는 허울뿐인 칭송으로 일관하기는 낯이 서질 않는다. 그렇다고 예술적인 측면에서 그가 당시에 활동했던 몇몇의 사진작가들과 비교해서 뒤진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진기가 출현한 시간을 본다면 오히려 사진을 예술이라는 잣대로 평가하고 해석하려는 것 자체가 과욕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정인성의 사진을 한국 아니 좁혀서 부산의 풍경과 일상들을 촘촘히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명쾌한 해석이 될지 모르겠다. 6․25전쟁이 발발하고 난 뒤, 수많은 피난민이 몰려들어 형성된 부산의 피난민촌에 대한 그의 기록은 참담한 인간의 삶의 모습을 잠시나마 시공간을 뛰어넘어 상상할 수 있게 한다. 특히 1952년 <수심, 용두산 공원>이라는 작품에서 쭈그려 앉은 여인의 얼굴과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엮은 천막이 이루는 동조는 사진 밖으로 감성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다. 1956년 <하단>이라는 사진에서는 그래도 우리의 삶은 고난으로만 점철되는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 기쁨이 충만한 삶일 것이라는 면도 보여준다.

 정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 <정인성, 부산사진의 여명>展이라는 제목처럼 한국사진 혹은 부산사진의 출발선에 있었던 정인성의 사진을 볼 수 있는 전시이다. 미술관에서는 그의 작품세계에서 드러나 있는 리얼리즘에 대한 집요한 탐구, 역광표현과 완벽한 구성을 통한 조형미의 추구 그리고 사물자체의 본질에 대한 관심 측면에서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한다. 그 하나는 사진형식에 대한 분석적인 태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로서의 태도이다. 폐허가 된 집 앞에서 앉아있는 여인네와 피난촌의 아이들 그리고 고단한 노동자들, 척박하고 고달픈 현실을 찍은 사진에서마저 드러나는 따뜻하고 넉넉한 느낌은 정인성의 사진이 차별화되는 지점이고 그의 사진이 시선을 끄는 이유라고 이 전시의 의의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들 시선은 사진을 지나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로 바라보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한 장의 사진에 붙잡힌 찰나의 시간 속에 일어난 사건과 풍경들이 우리의 시선을 그 찰나로 이끄는 강력한 동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