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 아!버지 아!버지.” 인천시립교향악단(이하 인천시향)의 315회 정기연주회가 있었던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금난새의 설명을 듣던 관객은 금난새의 권유에 따라 제창하다가 웃음으로 마무리 짓는다. 2부 무대를 장식할 드보르작(Antonin Dvo?ak, 1841~1904)의 <교향곡 제6번 D장조 Op.60Symphony No.6 in D Major Op.60>의 연주를 앞두고, 곡에 나오는 두 박자와 세 박자의 독특한 리듬을 금난새는 ‘아빠’와 ‘아버지’에 비유하여 재미있게 설명했다. 이것은 인천시향만이 가질 수 있는 모습이다. 최근 인천시향은 독특한 기획력과 연주자 섭외를 통해 연주회 전부터 이목을 끌었다. 막이 오르면 공연장은 다른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에서 볼 수 없는 재밌는 풍경이 펼쳐진다.
 이날 연주회 또한 선곡부터 독특했다. 10년 가까이 국내 오케스트라 무대를 점령했던 말러(Gustav Mahler, 1860~1911) 붐이 이제 서서히 브루크너(Anton Bruckner, 1824~1896)와 여타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날 무대에 올려진, 러시아 피아니즘의 적자인 라흐마니노프(Serge Rachmaninoff, 1873~1943)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 d단조 Op.30Piano Concerto No.3 in d minor Op.30>과 낭만파의 정서에 체코 특유의 음악적 감성을 가미한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6번>은 저변의 확대를 도모하는, ‘대안적 선곡’처럼 느껴졌다. 특히 2부의 무대를 장식한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6번>은 국내 공연장에서 연주를 접하기 힘든 레퍼토리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아냈던 선곡이었다. 
 연주자의 섭외 또한 독특했다. 최근 지방 교향악단마다 젊은 스타급 연주자 섭외는 팽팽한 열전을 방불케 한다. 관객은 일단 협연자의 지명도를 보고 무조건적으로 표를 구매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팬덤(fandom) 현상에 힘입어 비교적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곡을 선정하여 악단의 색채와 협연자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연주회를 감행하는 경우다. 그래서 애써 찾아간 지역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가 대부분 미완된 호흡과 아쉬움으로 남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인천시향은 이러한 현상에 거리를 둔 듯했다. 한국에서는 다소 그 이름이 생소한, 불가리아 태생의 피아니스트 게오르기 체르킨(Georgii Cherkin)을 초청했다. 팬덤 현상에 다소 거리를 둔 듯한  연주자 선정은 난해한 곡을 맛깔나게 요리할 ‘맞춤형 피아니스트’라는 느낌과 더불어 어떤 믿음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차별화된 선곡과 연주자 섭외에 비해 공연은 아쉬움 반, 희망 반을 남겼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위와 같은 곡목의 배열과 연주자 섭외에 해당되는 ‘온리 원’ 전략은 라흐마니노프 곡에서 독특한 해석과 연주를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6번> 연주는 ‘온리 원’의 전략에 ‘베스트 원’의 연주가 맞물리는 무대였다.

 금난새와 체르킨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에서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지켜야 하는 박자와 음정의 맞물림에서 정확성을 보여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끈끈함, 즉 협연자라는 개체와 오케스트라라는 전체와의 보이지 않는 조화였다. 1악장 카덴차(cadenza)악곡이나 악장이 끝나기 직전에 독주자나 독창자가 연주하는 기교적이고 화려한 부분 이후, 2악장을 지나 3악장의 안정된 모습에 이르기까지 금난새와 체르킨을 지켜보는 시간은 길게만 느껴졌다.

 
 이에 판단의 기준으로 작용한 것은 필자의 눈도 아니고 다른 교향악단과의 비교도 아닌, 그들이 2부에서 보여준 드보르작 교향곡 연주였다. 1악장부터 금난새는 오케스트라가 뿜어내는 음표 위에 체코의 봄에서 느껴지는 평화롭고 차분한 색채를 입혔다. 유장(悠長)한 호흡으로 템포를 늦추어 잡은 채 지휘자와 단원은 단단한 호흡의 완결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악장과 3악장에서 목관·금관의 목가적인 선율을 깔끔히 처리하며 유려한 연주를 통해 투명한 유기체로 완성시켰다. 다만 귀에 거슬렸던 것은 연주 중간 금난새의 열정적인 비팅에 의해 지휘봉과 스코어가 부딪히며 내는 ‘촥촥’ 소리였다. 

 사실 2부에서 연주된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6번>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신세계 교향곡>과 달리 ‘익숙하지 않은 곡’이다. 이 ‘익숙하지 않다’는 말은 그 곡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그리고 성공적인 연주를 이끌어내기까지 단원들은 기존과 다른 연습과정과 혹독한 담금질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금난새의 재미난 해설과 관객을 사로잡는 입담, 새로운 레퍼토리 연주를 감내하는 단원들의 모험심에서 다소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대중은 물론 음악애호가들로부터도 난해하다는 이유로 외면 받는 한국 작곡가들의 창작곡 연주와 현대음악에 대한 소개와 연주에 관심을 가져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인천이라는 지역적 특성, 즉 한국과 중국, 일본의 허브 역할을 하는 도시의 이점을 문화적으로 살려 아시아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젊은 클래식 연주자 초청형식의 연주회와 소개의 장도 생각해볼 일이다. 인천시향이 보여준 기획력과 차별화된 무대에 감각적 진폭이 더해져 생산적인 차별성을 끌어안는 무대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