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왜 이런 일을 하세요?”
 프로젝트 <통의동에서 통인동으로>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심지어 초등학교 교과서에서조차 미술관은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곳으로 규정된다. 멋진 건물 안에서 전시를 올리면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찾아드는 곳, 그곳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미술관이다. 그런데 미술관이 동네로 찾아가 같이 사진을 찍고 전시를 하면서 예술을 하자고 하니 다들 의아할 수밖에. 하지만 지금의 미술관은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장소에서 평생 학습기관, 엔터테인먼트의 장, 소통과 참여의 공간으로 그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대림미술관이 건축, 도시의 상징성을 탐구하는 프로젝트 그룹 스트릿톨로지(Streetology)와 재래시장 활성화 프로젝트 <통인시장의 발견>과 함께 프로젝트 <통의동에서 통인동으로>를 실행한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아직 ‘왜’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은 것 같다. 대답은 간단하다. 친해지고 싶어서. 대림미술관은 사진, 디자인, 패션의 카테고리 안에서 우리들의 삶과 너무 밀접한, 그래서 친근하고 친숙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곳이다. ‘예술은 어렵다’가 아니라 ‘예술은 우리 옆에 있다’에 대한 증명을 해주는 곳이라고 할까. 그럴려면 사람들과 친해져야 한다. 그 중에서도 우선순위를 꼽자면, 이웃과 먼저 친해져야 했다.

 
 프로젝트 <통의동에서 통인동으로>의 콘셉트는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동네로 가는 미술관’이었다. ‘사람들이 오는 곳’에서 ‘동네로 직접 찾아가 서로 친해지고 함께 이야기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콘셉트로 잡았다. 지역의 섬처럼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함께 발전해 나아가는 ‘함께 하는 문화예술기관’이 미술관이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미술관이랑 우리랑 뭔 관계가 있다고…”
 프로젝트의 시작은 대림미술관이 진행해 온 사진영상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부터다. 이를 근간으로 대림미술관은 2010년부터 지역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고, 프로젝트 <통의동에서 통인동으로>가 두 번째로 진행되었다. 이 프로젝트들은 단순히 사진을 ‘배우는’ 일로부터 삶 속에서 사진을 활용할 수 있게, 뷰 파인더를 매개로 우리가 사는 공간을 바라본 뒤 그곳의 가치를 새로 매겨볼 수 있게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미술관에서 사진을 배웠고, 동네 곳곳을 발로 밟으며 내가 사는 곳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그곳을 생각하며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들의 작품은 우리 동네 사람들과 외부인이 가장 잘 모이는 곳인 시장과 카페에서 전시되었다.

 
 기획팀이 프로젝트 초반 지역답사와 리서치를 위해 프로젝트 대상지 곳곳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날 때 했던 대화와  프로젝트가 끝날 때 나눴던 대화가 확실히 달랐다. “대림미술관? 있다는 건 들었는데… 미술관이랑 우리랑 무슨 관계가 있겠어?”에서 “대림미술관이 시장에 들어오니 우리도 참 좋네.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반응으로 바뀌었다.

“통의통에서 통인동으로?”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한 가지 불만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름이 왜 이렇게 길어?’라면서. 주민과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 프로젝트 이름 짓기다. 프로젝트의 대상지가 미술관이 위치한 통의동을 시작으로 통인, 사직, 누상, 누하, 옥인, 청운, 효자, 체부, 신교, 창성, 적선, 필운동이었음을 감안하고 이 지역을 소위 ‘서촌’이라고 불리는 것도 고려하면 프로젝트의 이름을 왜 ‘통의동에서 통인동으로’라고 지었는지 궁금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필자가 이렇게 서두를 길게 떼는 이유도 궁금할 것 같다.
 1,000여 명의 지역주민, 학생, 시장상인, 사진가, 건축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 프로젝트 <통의동에서 통인동으로>의 대상지는 서촌, 효자동 혹은 세종마을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동쪽에 경복궁이 자리하고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 윤동주(尹東柱, 1917~1945), 이상(李箱, 1910~1937)과 같은 역사 속 인물들이 살았고, 한옥과 100년이 넘는 골목이 존재하는, 그래서 옛 서울의 도시 문화와 모습들이 남아있는 역사적이면서 의미 있는 곳이기에 여러 이름들로 불리는 것이 당연하다 여길 수도 있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발견한 것은 각 지명마다 복잡한 사연과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이 절대적으로 어렵다는 게 공공예술의 특성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지역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지는 않더라도 그 어느 집단 하나도 이름 때문에 불편해지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소 길고 눈에 쏙 들어오지 않지만 그 누구도 불편하지 않게 ‘통의동에서 통인동으로’라고 이름 붙였다.
 이것이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방향이었다. 필자는 다양한 형태의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을 목격했다. 작가에겐 아름다운 작품 설치가 누군가의 장미 정원을 사라지게 하는 것도 보았다. 작가와 주최 측에겐 의미 있는 예술적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한순간의 이벤트로 끝나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말도 안 되는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지역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는 누구에게나 쓸모 있고,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면서, 한번쯤 나와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프로젝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름에서부터, 프로그램의 진행 그리고 결과까지. 그것이 프로젝트 <통의동에서 통인동으로>가 지향했던 바이고, 앞으로 대림미술관 지역연계 프로젝트가 가져가야 할 숙제이다. 그러니 독자들도 지속적으로 진행될 대림미술관의 지역연계 프로젝트를 눈여겨 봐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