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3일 중국에서 밸런타인데이를 겨냥한 영화 <러브(愛)>가 개봉했다. 이미 로맨스 영화의 정석이 되어버린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2003)를 표방한 듯, 영화 <러브>는 그 포스터와 이야기 구성 방식까지 닮았다. 영화 시작부터 등장인물들은 남남으로 서로 우연히 마주치며, 결국 이들은 모두 나름의 관계 속에서 마주하게 된다. 가장 친한 친구가 자신의 남자 친구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후,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샤오니(小霓)궈 차이졔(郭采潔) 분, 돈과 사랑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팡러우이(方柔伊)슈치(舒淇) 분, 샤오예(小葉)자오웨이(趙薇) 분와 우연히 엮이게 된 타이완의 부호 마크자오요우팅(趙又廷) 분 등 결국 샤오니는 사랑과 우정 모두를, 다른 이들은 모두 사랑을 선택하면서, “내가 원하는 건 오직 ‘사랑’”이라는 대사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처럼 <러브>는 이미 너무나도 익숙한 서사 구조와 뻔한 결말로 인해 다른 로맨스 영화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러브>의 주요 줄거리 이외에 다른 부분을 살펴보면 의외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 최대의 영화사 화이형제미디어그룹(華誼兄弟傳媒集團)과 타이완의 홍도우(紅豆)제작사가 합작했고, 중국과 타이완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 영화의 배경이 베이징(北京)과 타이베이(臺北)라는 사실은 중국(대륙)의 영화 소비 시장이 얼마나 커졌는가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이 영화는 중국과 타이완에서 모두 큰 성공을 거둔 첫 번째 중국어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개봉한 지 첫 주 만에 중국에서는 1억 위안(元)이 넘는 수익을 올렸고, 타이완에서는 1억 380만 위안(TWD)의 수익을 올렸다.

 주목할 점은 이렇게 큰 환영을 받은 영화의 장르가 트렌디 로맨스라는 점이다. 사실 국내에 소개 및 개봉되는 중국영화들 대부분이 역사적 배경에 액션이 가미된 혹은 무협영화인데 반해, 중국영화 시장의 범위는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쉬즈 더 원(非誠勿 1, 2)>(2008, 2010), <모든 도시는 열애 중(全城熱戀)>(2010), 중국 최초의 트렌디 드라마였던 <사랑, 시작했으면 끝까지(將愛情進行到底)>(1998)의 후속편으로 나온 동명의 영화(2011), 개봉한 지 일주일 만에 약 2억 위안의 수익을 올렸던 <실연 33일(失戀33天)>(2011) 등을 통해 특히 20~30대의 젊은 층을 주요 관객으로 하고, 패션, 문화, 예술을 아우를 수 있는 트렌디 영화의 성장이 괄목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의 트렌디 영화에서 베이징은 연인들이 즐겁게 쇼핑과 문화생활을 즐기고, 낮과 밤 모두 화려함을 잃지 않는 완벽한 대도시의 모습으로 소비되어 왔는데, <러브>에서의 베이징은 겉으로는 퉁명스럽지만 실제로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도리를 아는’ 사람들이 사는 장소로 묘사되고 있다. 타이완 혹은 타지의 부호들은 오직 베이징의 부동산에만 관심이 있고,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사합원의 골목이 불편하기만 하지만, 결국 속정 깊은 경찰과 “태양 아래 초원” 같은 샤오예를 만나 서로에 대해 알아가게 되면, 마크와 같은 ‘사랑 불구자’도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베이징의 이미지 변화와 쇄신의 노력은 2011년 11월 2일에 베이징시가 “애국(愛國), 창조(創新), 포용(包容), 후덕(厚德)”이라고 공표한 ‘베이징 정신’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러브>는 단순히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 사회 현실을 기록한 작품이라는 <러브> 제작자이자 화이형제미디어그룹의 총재 왕중레이(王中磊)의 말은 타당한 면이 있다. 물론 이 현실은 환상과 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러브>는 2월 14일 뉴욕, 로스앤젤레스, 토론토에서도 개봉되었고, 아시아판 <러브 액츄얼리>로 불리며 큰 흥행 수익을 올렸다. 이를 통해 유추해 볼 때 이 한 편의 트렌디 영화의 영향력과 파급력은 생각보다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