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금요일 오후 2시 46분경, 일본 열도의 동북부 지방 먼 바다에서 매그니튜드 규모 9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관측사상 일본 최대의 지진이며, 세계 관측사상으로는 네, 다섯 번째로 큰 지진이다. 이 지진으로 말미암아 사망과 행방불명자를 합해 약 이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낳았고, 피해액을 환산하면 16조 9천억 엔(円) 이상이라 한다. 원래 일본은 인간의 몸이 느끼는 진도 1이상의 유감지진이 연간 1,000~1,500여 회, 즉 매일 3~5회가 발생하며, 또 대지진이라고 말해지는 매그니튜드 7 이상의 지진이 1년에 1회 꼴로 나타나는 지진대국이고, 세계 활화산의 약 7퍼센트가 존재하는 화산대국이다.
한편 이 3.11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은 약 하루 만에 태평양으로 퍼져나가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칠레, 에콰도르에서 각각 최대 2미터가 넘는 쓰나미로 나타났다. 일본 열도 이외의 쓰나미 피해로 인한 사망자는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1인, 인도네시아에서 1인이었고, 칠레에서는 가옥 수십 채가 파손되었다.
현재, 3.11 동일본대지진은 거대지진과 거대한 쓰나미에 의한 자연재해를 넘어, 후쿠 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라는 인재와 결합된 미증유의 ‘복합재난’으로 정리되어가고 있다. 일본 사회의 불안은 매년 연말에 선정을 하는 ‘2011년도 일본 유행어 후보’ 60개 중에 무려 37개가 3.11 동일본대지진과 관련한 것이었다는 사실에서 잘 나타난다.1)
한편 일본에서는 이러한 재난처럼 어두운 뉴스 이외에 스포츠 면에서 밝은 소식이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그 하나는 작년 6월 독일에서 열린 여자월드컵에서 일본여자대표팀이 우승컵을 차지한 것이었다. 당시 일본여자축구팀이 세계 순위 4위였다고는 하지만, 8강에서 우승후보 독일을, 4강에서 스웨덴을 이긴 것은 사건으로 기록될 만했다. 그런데 일본여자대표팀 ‘나데시코 재팬(なでしこ ジャパン)’은 결국 결승에서 12년 동안 세계 1위였던 미국과 맞붙어 연장전까지 2대 2의 무승부, 그리고 극적인 승부차기 끝에 3대 1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또 한 가지는 바로 일본프로야구의 구단 니혼햄 파이터즈(日本ハムファイタ一ズ)의 투수 다르빗슈 유(ダルビッシュ 有) 선수가 경이적인 1점대 자책점을 기록하면서 미국 메이저 리그의 텍사스 레인저스(Texas Rangers)에 6년 계약으로 6,000만 달러(약 657억 원)의 몸값으로 진출한 것이다. 이 밖에도 라쿠텐 골든이글스(樂天ゴ一 ルデンイ一グルス)의 이와쿠마 히사시(岩 久志)와 소프트뱅크 호크스(ソフトバンクホ一クス)의 와다 쓰요시(和田毅) 같은 각 팀의 에이스급 투수가 메이저 리그 진출을 달성하였지만 다르빗슈 유의 경우와는 사뭇 다른 취급을 받았다. 그만큼 다르빗슈의 몸값은 메이저 리그에 진출한 역대 일본 야구선수 중 사상 최고액으로 기록되었다.
이상의 두 가지 스포츠에서의 밝은 소식이 절망과 실의에 빠져있던 일본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희망과 부흥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었는지는 상상하고 남음이 있다. 그중에도 특히 다르빗슈 유의 경우는 이번 3.11 동일본대지진의 피해 중심지였던 센다이시(仙臺)시에 위치한 도후쿠(東北)고등학교 출신이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그리고 그가 3.11 동일본대지진 이후 이른 시기에 거액인 5.000만 엔의 의연금을 지진피해 복구에 내놓았다는 점도 크게 부각되었다.
 그런데 다르빗슈 유는 3.11 동일본대지진의 직접적인 재해지인 도호쿠(東北) 지방 출신이 아니라, 오사카(大阪)부 하비키노(羽曳野)시에서 태어났다. 게다가 그는 이란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이란인으로 나중에 일본야구대표팀의 일원이 되면서 일본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하여 중학교 때부터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50개 이상의 고등학교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결국 그가 선택한 곳은 도호쿠고등학교였다. 다르빗슈가 이끄는 도호쿠고는 일본 고교야구의 전당 고시엔(甲子園)에 4회 출장했는데, 다르빗슈 2학년 때는 여름대회에서 준우승을 했고, 3학년 봄대회 때는 노히트노런을 기록하지만 전국제패는 달성하지 못했다. 2004년에는 일본프로야구 지명 드래프트에서 니혼햄 파이터즈로부터 단독 1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이 결정되는데, 미성년자이면서 파친코(パチンコ) 가게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사진 전문 주간지에 게재된 일로 고등학교로부터 정학 처분을 받아 제 날짜에 졸업을 하지 못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프로야구 선수시절엔 2005년에 5승 5패, 2006년도는 12승 5패로 리그 우승과 함께 일본시리즈 우승에 공헌하며 명실상부한 에이스가 된다. 2007년도는 15승 5패에 방어율 1.82의 성적으로 리그 우승에 공헌하고, 최다 탈삼진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리그 MVP에다 최고의 투수에게 수여하는 사와무라(澤村)상을 수상했다. 2008년도는 2년 연속 개막전 투수로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이후 베이징올림픽의 쿠바전과 3위 결정전인 미국전에서 패전 투수가 된다. 방어율 2년 연속 1점대, 계약갱신, 여배우와의 결혼식(2012년 이혼 성립) 등이 눈에 띈다. 2009년 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일본대표로 출전해 결승전에서 역투하고 우승을 맛본다. 이후 리그에서도 분발해 최우수 방어율과 최고 승률, 그리고 MVP를 수상한다. 2010년은 4년 연속 개막전 투수로 시작해 12승 8패의 성적을 거두고, 메이저 리그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지만 니혼햄 잔류를 선언한다. 2011년에는 5년 연속 개막전 투수로 출발해 4월에는 통산 1,000개의 탈삼진을 달성하고 방어율 1.44에 18승을 거두는 대활약을 한다. 그해 12월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교섭권을 발표하고, 정식으로는 금년 1월 18일에 정식 계약을 맺게 된 것이다.
이렇게 7년간의 일본프로야구 선수생활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다른 투수들에 비해 유달리 많은 탈삼진과 꿈의 1점대 방어율을 견지했다는 점에서 그는 상대팀으로부터 가장 경원시되는 선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활약에 보이는 다르빗슈의 심정은 그가 니혼햄 파이터즈의 고별회견(2012. 1. 24)에서 “나는 상대 타자와 대결하는 기분으로 싸우고 싶다. 그런데 상대로부터 ‘너의 공은 칠 수 없다’ 혹은 ‘그만 던져라’라는 말을 들으면 공정한 대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멋진 승부가 하고 싶다.”라는 말에 잘 나타나 있다.
다르빗슈의 말에서 드러나는 강한 도전 의식과 냉정한 승부의식은 그동안 일본인들이 잊고 있었던, 특히 3.11 동일본대지진으로 자신감을 상실하고 움츠러들고 있던 많은 일본인에게 큰 자극이 된 듯하다. 바로 이러한 점이 단순히 메이저 리그에 진출하는 역대 일본인 출신 메이저 리거 중 최고의 몸값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다르빗슈는 196센티미터의 키에 100킬로그램이라는 체구의 당당함도 갖고 있다. 이러한 점은 서양인의 체구에 주눅 들지 않는 안도감을 줄 것이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양은 일본에게 매우 복잡한 의미를 던져준다. 특히 미국이라는 존재는 일본 역사상 일본 본토가 침략을 당했다고 느끼게 한 거의 유일한 나라이다. 미국의 힘은 이번 3.11 동일본대지진에서도 일본 정부가 원전문제로 갈 팡질팡하고 있을 때 ‘도모다치(トモダチ) 작전’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발생한 일본의 재해 피해 복구 작업을 돕기 위한 미국 공군의 구호 활동 작전이라 하여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구조작전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그런 미국의 메이저 리그에 도전하는 서양인의 풍모를 지닌 잘생기고 위풍당당한 체구를 가진 다르빗슈는 일본의 순혈 사무라이가 아니라도 좋은 것이다.
일본인들이 다르빗슈에게 기대하는 바는 ‘도호쿠의 별’로서 도호쿠의 아픔을 달래줄, 일본의 자존심을 살려주면서 미국의 메이저 리거들과 당당히 맞서줄 그런 존재가 아닐까. 바로 여기에 다르빗슈 열풍의 배경이 있었던 것이 아닐는지. 다르빗슈는 얼마 전의 메이저 리그 개막전에서 선발 등판해 승리 투수가 되었다. 그에 대한 일본 열도의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