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측정된 한국의 '다문화수용성지수'는 100점 만점에 51.2점. 우리 국민이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문화 공존'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18개국의 74%와 비교해보면 아직도 우리는 다른 생각, 다른 사람, 다른 가치와 함께 사는 데 거부감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문화 시대에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어떨까?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누며 이야기하다 보면 어색함도, 나와 다르다는 생각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요즘 전국 곳곳에 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문화음식점이 속속 생기고 있는 것은 이런 생각을 반영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홍대의 ‘오요리’부터 안산의 ‘아시안 누들 다문화음식점’, 전남 나주의 ‘코끼리’, 김제의 다문화 카페테리아 ‘다식’, 강원도 횡성군의 ‘다림촌’ 등.

 그렇다면 인천에는 어떤 다문화음식점들이 있을까? 만수동에 위치한 ‘다문화샤브’, 부평에 위치한 ‘시스터푸드’에 각각 다녀왔다. 두 군데 모두 단순히 이국적인 음식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결혼이주여성들의 자립과 정착을 돕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이주여성, 특히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국적과 나이에 관계없이 언어와 문화적 차이 등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경제적 활동에 어려움이 많다. 전체 결혼이주여성 가정 중 52%가 최저생계 수준의 빈곤상태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데도 이들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책은 미흡한 수준이어서 사실상 취업할 곳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자스민 의원의 경우 희귀한 케이스인 셈.

 대로변에 위치한 다문화샤브는 남동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태국 쌀국수 꾸에띠오, 베트남 튀김 만두 분짜, 태국식 닭볶음밥 카우만까이, 베트남쌀국수 포, 태국식 볶음쌀국수 팟타이, 중국식 매운 전골 훠궈 등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이주여성들의 손맛으로 맛볼 수 있다. 따뜻한 중국차, 물김치,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함께 나오는 김치, 직접 재배한 유기농 채소에 과일을 갈아 만든 소스를 뿌린 샐러드. 주문하기도 전에 인심이 후하다. 샤브샤브에는 유기농 채소가 푸짐하게 나오고, 소스도 직접 만들었다는 자랑이 빠지지 않는다. 자신 있게 추천하는 볶음국수 팟타야와 직접 빚었다는 베트남 만두 역시 맛있다. 김치만 빼면 동남아 어딘가로 여행 가서 만난 현지인 친구의 집에서 식사를 대접받는 느낌이다. 벽에는 이주여성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싸인, 각국의 문화를 상징하는 각종 상징물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다만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전달하려고 하다 보니 조악한 느낌마저 드는 계단과 간판, 각종 싸인물과 메뉴판 등 전체적인 디자인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였다. 다문화샤브는 자매가게로 다문화 국제 마켓인 ‘다양한 가게’도 운영 중이다. 식자재 등 생필품, 수공예품뿐만 아니라 직접 재배한 채소도 판매한다. 온라인(http://www.makers3.com/mall/index.php)에서도 주문할 수 있다.

 시스터푸드는 (사)인천여성의전화가 아이다마을( ‘아시아 이주여성 다문화 공동체 마을’의 약어) 활동을 하며 만난 아시아 여성들과 함께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문제를 해결해보고자 만든 협동조합형 식당이다. 자매애(Sisterhood)와 다정한 음식(Good food)으로 서로 돌보는 공동체를 꿈꾼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는 식당이기도 하다. 부평 4동 주택가의 골목길을 돌아 아담한 가게에 들어서면 먼저 컬러풀한 각종 식자재가 손님들을 반긴다. 에그 누들, 각종 쌀국수 등의 면류부터 반제품, 소스, 음료 등 한국에서 쉽게 살 수 없는 이국적인 식재료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은은한 조명과 원목의 가구, 각종 이색적인 소품이 어우러져 음식점보다는 카페 같은 분위기다. 통유리로 되어있어 누구나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인데, 주택가 한복판에서는 약간 튀는 느낌도 들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친근한 사이인 듯 아메리카노 3잔을 시키며 배달을 부탁하고 지나가는 동네 주민도 만날 수 있었다. 편하게 들어와 음식을 나눠먹으며 각국의 말로 수다를 떠는 이주여성들도 한 테이블을 차지했다. 번화가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 유명한 음식점도 아니어서 아직은 한산해보이지만 동네에서는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홀에서 일하는 분들도 아직은 정식 직원이 아니라 자원봉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다문화샤브에 비해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정식 가게보다는 사랑방 느낌에 가까웠다. 메뉴 역시 시스터쌀국수(4,000원), 스파게티(7,000원), 카레라이스(6,000원), 야채비빔국수(5,000원), 베트남커피(3,000원), 아메리카노(1,000원)으로 단출할 뿐더러 가격도 착하다. 곁들여 나온 김치는 직접 담갔다고 하는데, 카레라이스와 쌀국수 모두에 아주 잘 어울릴 뿐더러 매우 맛있었다. 쌀국수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먹는 것보다는 현지의 맛에 가까웠지만 일반적인 입맛의 한국인이 먹기에도 부담 없었다.

 아직 이주여성 스스로 자립해 창업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정부의 각 부서와 지자체, 기업 등에서 다문화가족지원사업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다문화샤브는 역시 남동구 지정 마을기업으로 초기 개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았고, 시스터푸드 역시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교보생명, 인천여성의전화, 아이다마을 주민 등 뜻을 같이한 여러 사람의 힘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열심히는 하고 있지만 두 곳 모두 아직 적자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지원 없이는 탄생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이고, 가게 운영 역시 직, 간접적인 지원 없이는 유지가 힘든 상태다. 게다가 음식점 이외 분야의 다문화 콘텐츠 관련 창업은 걸음마 수준이어서 ‘다문화’ 창업은 ‘음식점’이라는 도식화의 위험성마저 느껴진다. 사회적 차원에서 이주자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 경제적 차원까지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단계에 이른 점은 반갑지만, 트렌디한 정책 아이템의 하나로 다문화에 접근하는 것은 아닐까 때 이른 걱정이 앞선다.

 사실 가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난 후에도 찾아가기도 어렵고, 낯설기도 해서 방문 자체가 쉽지는 않았다. 이런 음식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도 직접 가보기까지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왠지 망설여지게 된다고나 할까. 막상 도착하고 나서도 일반 음식점에 들어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바로 이런 점이 현재 인천의 다문화음식점들이 극복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착한 곳’이니까, ‘다문화’니까, ‘이주 여성을 도와야 하니까’ 등의 이유를 붙이지 않고도 일반 시민들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문화라는 특성을 잘 살리되 맛에 대한 자신감과 음식의 질, 좋은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마음가짐도 중요해 보인다. 인천에 생긴 다문화음식점들이 당위에 대한 강박과 공공적 지원에서 벗어난 진정한 자립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