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大阪)시 니시나리(西成)구에 위치한 가마가사키(釜ヶ崎)는 면적이 약 1㎢도 되지 않는 협소한 구역이다. 도시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곳은 오랜 기간 다양한 시선을 받은 곳으로, 장기간 빈곤과 사회적 배제를 경험해온 동네이다.

 가마가사키의 노동 형태 및 거주 형태, 인구 구성은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지역과 다르다. 그 까닭에 그곳은 지금까지도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고, 시민들 역시 호기심을 갖고 그곳을 바라본다. 사람들은 ‘일용직 노동자 동네’, ‘폭동의 거리’, ‘노숙자 동네’ 등 그곳을 사회주변부로 인식한다. 근래에 들어서는 ‘생활보호에 의존하는 동네’라는 나약한 이미지 또한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가 밑도 끝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마가사키 권유하기(釜ヶ崎のススメ)』는 가마가사키에 대한 지나친 고정관념에 대항해 가마가사키의 현재와 일본의 도시, 그리고 사회에서의 복합적인 과제를 현장에서부터 파악하려 한 책이다.

 책 소개에 들어가기 전에, 가마가사키를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도대체 가마가사키는 어떤 동네일까? 한번 산책해 보자.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은 10층 정도의 건물이 몰려있는 모습이다. 크림색이나 적갈색 등으로 칠해진 벽, 타일 및 벽돌로 이루어진 벽, 그리고 판잣집 비슷한 것까지 건물들이 불쑥불쑥 솟아 올라와 있고, 그 사이에는 작은 목조 나가야(長屋)^{일본식 연립주택 또는 다세대주택} 같은 건물도 보인다. 그리고 빌딩의 벽면에는 작은 창문들이 수없이 나열되어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간이숙박소라 불리는 건물이다. 본래 한 방의 크기가 1.5평 정도인 작은 호텔로 일용직 노동자들이 살았는데, 근래에 이르러서는 고령화된 일용직 노동자에 더하여 노숙자, 전과자 등 사회 보장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 또한 수용하는 아파트로 전용(轉用)되고 있다.

 이 동네에는 현재 이만 명 정도의 사람이 살고 있다. 인구밀도 역시 주변 지역에 비해 매우 높다. 도로변에는 자전거가 들어차 있고, 이제 곧 다가올 여름에는 도로변이나 공원 등이 많은 사람들로 붐빌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풍경이 여타 지역과 확연하게 다른 점은 그 대부분이 고령의 남성뿐이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도시 안에 있어 건물도 근대화된 지역인데도, 이 동네의 모습은 사회적 배제 및 행정 시책에 의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이러한 모습은 ‘이곳에 밖에 존재하지 않는 도시의 표상’으로 학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에 더하여 2000년 이후 일본에서 노숙자 문제가 크게 부상하면서 가마가사키도 급격히 변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가 속해 있는 오사카시립대학교 도시연구프라자 동료 학자들 사이에서 가마가사키의 지금을 다시 이야기하는 책을 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변화가 빠른 가마가사키의 움직임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가마가사키는 역사적 측면에서 ‘일용직 노동자 동네’나 ‘노동운동의 거리’로 볼 수 있다. 이에 이 거리가 어떻게 생겨나고 사회로부터 어떤 시선을 받아왔는지를 살펴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 ‘간이숙박소 등의 거주지’라는 단면을 분석하는 것도 가능한데, 최근의 동향을 보면 생활보호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아파트화’의 움직임 또한 볼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노숙자 지원 역시 노숙자 본인들에 의한 운동뿐만 아니라, ‘종교의 역할’도 크게 작용했다. 구래의 노동운동이라는 바탕 위에 다양한 민간 조직에 의한 지원 활동이 전개되어 온 것이다. 행정, 경찰, 기업, 폭력단 등에 대한 대항을 극렬하게 만들었던 과격한 사회운동에서 좀 더 온건한 관민협동이 더해지는 형태로 변화했다. 또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시책 역시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요인들에 의해 가마가사키는 ‘노동자 거리’에서 ‘복지 거리’로 변모했다. 그리고 가마가사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세계도 큰 변화가 있었다.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죽음의 문제’에 다가서기 위한 움직임이 있다. 또 이곳은 교통의 편리함과 저렴한 숙박시설에 주목한 배낭여행객이 모이는 거리의 모습도 있다. 이곳에서는 ‘어린이’, ‘예술’, ‘마을 만들기’ 등 폭넓은 휴먼 서비스를 통한 복지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여러 가지 측면들을 한데에 응축시킨 것이 바로 『가마가사키 권유하기』이다.

 실은 이전에 이 책의 취지에 가까운 서적으로 가마가사키자료센터에서 출판한 『가마가사키-역사와 현재(釜ヶ崎一歷史と現在)』라는 책이 있었다. 20여 년 전에 출판된 이 책은 가마가사키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및 학자들의 ‘바이블’이다. 하지만 크게 변화한 가마가사키이기에 ‘지금이라 할 수 있는, 지금이라 쓸 수 있는, 지금이라 전달할 수 있는’ 가마가사키가 있으리라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 집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지금까지 가마가사키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알리는 것이었다. 가마가사키에서 볼 수 있는 ‘삶의 무게(生きづらさ, 사회적 배제, 장기 실업, 노숙화, 독거, 초고령화, 고독사 등)’에 관한 문제는 지금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으며, 점차 ‘타인의 문제’가 아닌 것이 되어가고 있다. ‘삶의 무게’에 관한 문제가 매우 심각한 가마가사키에서는 그에 대항하는 실천(사회운동, 마을 만들기, 관민협동을 위한 노력, 사회적 기업 등)이 다양하고 풍부하게 창출되어 왔다. 이 실천들이야말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지역들의 ‘가마가사키 현상’에 대한 처방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생각들을 『가마가사키 권유하기』라는 타이틀에 담았다. 총 20명에 이르는 집필자들은 학문의 질을 유지하면서 문장의 가독성과 휴대성에 힘을 쏟았다. 또한 독자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많은 양의 사진, 지도 및 일러스트를 사용했다. 현재의 사진은 물론, 가마가사키가 일용직 노동자로 활기가 넘치던 1960년대의 사진 등도 사용하여 당시의 가마가사키를 느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들이 빛을 본 것인지 『가마가사키 권유하기』는 학계라는 영역을 넘어, 일반 독자층에서도 읽혀지고 있는 듯하다. 학문적인 연구 성과를 현장(가마가사키)에 환원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회에 널리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의 출판이 현장과 더욱 돈독한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 가마가사키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을 조금이나마 수행하게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2011년 12월, 시장이 교체된 오사카시는 어려운 재정 상태를 타파하기 위해 가마가사키 대책에 대한 재고를 추진하고 있다. 가마가사키 거주자 세 명 중 한 명이 받는 생활보호비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수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회운동이 축적되는 가운데 탄생한 공적인 시책이 앞으로 점점 축소 및 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후반 이후의 가마가사키는 좋은 점에서도 나쁜 점에서도 공적 부조에 의존하는 체질이 되어 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민간단체는 공적인 책임을 추구하면서도 자립적인 운영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게 될 것이고, 주민들에 의한 자치가 앞으로 매우 중요해 질 것이다. 어느 쪽이든 ‘관’의 후퇴에 저항하는 새로운 ‘민’의 지혜가 가마가사키에서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 단계를 넘으면 또 새로운 가마가사키가 보이지 않을까. 필자는, 그것은 일본뿐만이 아니라, 세계에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마가사키 권유하기』를 통해 독자들이 그 새싹을 찾아내 준다면 아주 기쁜 일이다.

번역자의 말
2012년 2월, 오사카 남부의 중심가인 난바(難波)의 대형 서점에서는 <딥 싸우스(Deep South)>라는 이름으로 가마가사키 사진 전시가 진행되었다. 교토(京都)-오사카-고베(神戶)라는 간사이(關西)지방에 기반을 둔 라쿠호쿠(洛北)출판사, 그리고 쥰쿠도(ジュンク堂)서점의 협력하에 진행된 이 행사는 지역의 역사를 지역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며 재평가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들이 공유하고자 하는 지역의 역사란 무엇일까. 그 답은 위 글에 나와 있다고 생각한다. 가마가사키가 가지는 특별한, 그리고 매몰되었던 그 삶의 모습들은 세계 어느 지역에도 존재하는 공통의 모습이다. 예를 들면, 후쿠시마(福島) 원전 현장에 들어가는 일용직 노동자자 이 가마가사키에서 모집된다는 사실 또한, 가장 낮은 지역에서 가장 큰 사회의 모순을 보고, 그리고 그것을 모두의 것으로 공유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