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처음 소개된 짜장면
 하루에 700만 그릇이 팔린다는 ‘국민음식’ 짜장면은 개항기 인천에서 처음 태동했다. 1883년 인천 개항과 더불어 중국 산둥(山東)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삶은 국수에 된장과 야채를 얹어 비벼먹는 고향의 음식 ‘자쟝  (炸醬麵)’을 소개하면서부터 우리나라 짜장면의 역사가 비롯된 것이다. 이렇게 처음 소개된 짜장면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즐기는 짜장면과는 크게 다른 음식이었다. 전문가들은 초기의 짜장면은 산둥식 된장을 사용했기 때문에 빛깔은 갈색을 띠고 있었고,

간단한 야채를 사용하는 것 외에 돼지고기나 다양한 재료들이 사용되지 않은 간단한 음식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의 가정에서 흔히 즐기는 비빔국수와 유사한 면요리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짜장면은 화교들이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에서 출발했지만, 고달픈 부두노동일에 종사하던 중국인 노동자들이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음식으로 애용했던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음식’에서 ‘귀화한 한국음식’으로
 짜장면은 된장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도 점차 인기를 끌게 되었고, 청요리가 각광받던 일제강점기에는 중화요리점의 메뉴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당시 중화요리점은 밀실에서 음식을 먹으며 담화를 나눌 수 있어 사교와 접대의 주요 무대가 되곤 했는데, 이런 중화요리점의 메뉴에 짜장면이 등장하면서 짜장면은 고기와 다양한 재료가 첨가된 고급 면요리로 변모하게 되었다. 짜장면에 반찬으로 단무지가 곁들여지게 된 것도 이 시기의 일로 여겨지고 있다. 오늘날 화교들에게 구전되는 선조의 회고담 속에 고급요리 혹은 고급요리의 후식으로 짜장면이 향유되었다고 언급되는 것은 바로 그 시대 고급화된 짜장면에 대한 기억이라 생각된다.

 1945년 해방 후의 사회·경제적 상황은 짜장면이라는 음식문화에 중대한 영향을 끼쳐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한국식 짜장면이 탄생하게 되었다. 서양에서 도입된 캐러멜이 첨가되어 달콤하고 검은 빛이 나는 춘장(春醬)이 보급되면서 중국 산둥의 면요리가 한국식 짜장면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1960~1970년대 쌀 부족에 따른 한국 정부의 혼·분식 장려정책과 값싼 밀가루 가격, 배달문화의 확산 덕분에 짜장면은 더욱 인기 있는 외식메뉴가 되었다. 짜장면은 산업 현장의 근로자들에게 빠르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되었고, 뜻 깊은 날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중요한 외식 메뉴가 되었다. 짜장면이 많은 이들에게 “산업화 시대의 전투식량”으로, “추억의 음식”으로 평가되고 기억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화춘, 그리고 짜장면
 짜장면의 역사와 관련해 빼 놓을 수 없는 곳이 인천 중구에 소재한 ‘구(舊) 공화춘(共和春)’ 건물(1906년경 건축된 중국식 벽돌건물)이다. 선린동 38번지에 위치한 이 건물은 2006년 문화재청에서 등록문화재 287호로 등록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공화춘은 1905년경 산둥 출신의 화교 우희광(于希光, 1886~1949)이 숙식을 함께 제공하는 객잔(客棧) ‘산둥회관’을 개업한 데서 비롯되었다. 산둥회관의 위치는 현재 공화춘 건물과는 다른 곳이었는데, 1912년을 전후한 시기에 신해혁명(辛亥革命)으로 중국에 들어선 중화민국 탄생을 반기는 뜻으로 ‘共和春(공화국의 봄)’이라 상호를 변경하고 중화요리점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공화춘은 1917년 이후에 현재의 위치로 이전해 1983년 폐업할 때까지 대를 이어가며 경인지방의 유명 중화요리점으로 그 전통을 유지했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지닌 공화춘이기에 여기가 처음 짜장면을 만들어 팔았던 ‘원조 짜장면집’이라는 일각의 추측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누구도 그 사실관계를 정확히 증빙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짜장면이 이미 19세기 말에 도입되었고 1912년 이후 공화춘이 중화요리업에 뛰어든 점을 감안하면, 공화춘과 짜장면 탄생의 역사를 직접 연관 짓기는 어렵다. 다만, 인천에서 가장 유명하고 일찍 개업한 중화요리점이었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공화춘에서 짜장면을 메뉴에 처음 올렸을 가능성만은 열어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짜장면박물관, 공화춘에서 문을 열다
 2012년 4월 28일 개관한 짜장면박물관은 개항기 인천에서 탄생해 이제는 “한국 100대 민족문화 상징”의 반열에 오른 한국식 짜장면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인천광역시 중구에서 건립한 박물관이다. 등록문화재인 ‘구 공화춘’ 건물을 보수하고 내부에 전시시설을 마련한 짜장면박물관에는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우희광기념홀), 유물수장고, 학예실, 아카이브 등 박물관으로서의 기능과 관람객 편의를 위한 공간이 두루 갖추어져 있다.

 박물관의 주 출입계단을 통해 연결된 2층의 전시도입부 “화교역사와 짜장면”에서는 1883년 개항 이후 인천 화교사의 연표를 통해 짜장면 탄생과 변천의 역사적 배경을 보여주고 있다. 인천 화교의 호구책과 거주허가 신청서, 화교들의 이발도구인 삭도 등 인천화교 사회의 변천상을 보여주는 유물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짜장면의 탄생”이라는 주제의 1전시실은 짜장면이 처음 탄생한 개항기 인천항의 부두 풍경을 재현한 전시실이다. 여기에는 인천항에서 부두노동을 하던 중국인 노동자들이 지게를 내려놓고 산둥식 ‘자쟝 ’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장면이 모형을 통해 연출되어 있다. 이렇게 전시주제와 관련된 특정한 시대를 재현한 공간에 유물과 모형, 해설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짜장면박물관의 독특한 전시연출 기법이다.

 2전시실은 짜장면이 음식점의 메뉴에 등장한 1930년대 공화춘의 접객실을 재현한 공간이다. 공화춘에서 수습된 유물을 그대로 활용해 접객실 내부를 재현한 전시실에는 짜장면을 즐기는 다양한 인물 모형과 유물이 전시되어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짜장면의 새로운 발전 단계를 보여주고 있다.

 3전시실은 짜장면의 전성기인 1970년대 중국음식점 풍경을 재현한 공간이다. 달콤한 맛을 내는 춘장의 보급, 정부의 밀가루 소비 장려정책, 산업화에 따른 외식문화의 확산에 힘입어 이 시기 짜장면은 국민음식의 반열에 올랐다. 졸업식 후 가족과 함께 짜장면을 즐기는 ‘아련한 추억 속의 장면’을 배경으로 짜장면 가격의 변천, 혼·분식 장려운동, 짜장면의 면발 등 짜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다양한 연출매체를 통해 정리되어 있다.

 4전시실은 오늘날 우리 문화 속에 깊이 스며 있는 짜장면의 모습과 그 의미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살펴보는 공간이다. 여기에서는 면의 종류, 배달통과 배달문화의 변천, 맛있는 짜장면극장, 차이나타운의 생활 등 짜장면에서 비롯된 다양한 문화요소들을 영상, 유물, 전시자료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승강기를 통해 1층으로 내려오면 중앙계단 양쪽으로 1960년대 공화춘의 주방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 펼쳐진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공화춘 건물의 역사와 짜장면 조리법을 살펴볼 수 있고, 수타주방과 칼판주방, 화덕주방 등 1960년대 공화춘 주방에서 요리사들이 짜장면을 조리하는 광경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섞임과 나눔’의 메시지
 짜장면박물관은 공교롭게도 짜장면이 탄생한 지 130년, 공화춘이 음식점 영업을 시작한 지 100년 되는 해에 개관하게 되었다. 우연한 결과이지만, 짜장면의 긴 여정을 돌아보는 박물관이 탄생하는데 이 정도 세월의 더께가 필요했을 법도 하다.

 짜장면박물관에서는 짜장면을 맛볼 수 없지만, 짜장면이라는 음식에 투영된 역사와 문화의 여러 단상을 체감할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음식 가운데 하나인 짜장면의 긴 여정을 통해 우리는 동·서양을 망라한 여러 요소가 융합되어 새로운 결과를 빚어내고 확산되는 문화사의 한 장면을 목도할 수 있다.  ‘섞임과 나눔’, 짜장면이 기나긴 여정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