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닮은 섬 : 제주도와 류큐

 제주도와 류큐(琉球)1)는 마치 형제자매 같다. 1477년 제주도를 떠난 배가 난파를 겪고 표류하다 류큐의 최서단에 위치한 요나구니(與那國)섬에 이르렀다. 배에서 내린 세 명의 선원들은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3년간 섬에 머물렀고, 이후 1479년 야에야마(八重山), 미야코(宮古)를 거쳐 다시 조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세 명의 선원들이 보고 경험한 류큐인들의 생활상은 『조선왕조실록』의 「조선표착민의 야에야마 견문록」에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당시 류큐인들의 일상생활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로 남았다. 제주도와 류큐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독자적인 언어 등 고유의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제주도는 15세기까지 탐라국(耽羅國)이라는 이름의 독립국가였으며, 류큐 또한 청나라, 네덜란드, 프랑스,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은 독립국가였다. 하지만 1879년 일본 정부는 군대를 앞세우고 들어와 류큐왕국을 멸망시켰으며, 국왕을 도쿄(東京)로 납치하였다. 하지만 일본으로의 통치권 이양을 명기한 공식적인 조약과 협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류큐 병합은 도의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인정되지 않으며,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던 한일병합이 무효인 것처럼 류큐 병합도 무효이다. 류큐는 ‘본래 일본의 영토’가 아니라 일본 정부가 류큐왕국의 외교권, 무역권, 내정자치권을 강탈한 것이므로, 류큐인은 이를 되찾을 권리, 즉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 병합된 후 류큐인은 보다 심한 차별 대상이 되었으며 일본 기업이 류큐의 경제를 지배하게 되었다. 더욱이 태평양전쟁 때는 이른바 ‘버리는 수’가 되어 류큐 전체 인구 약 49만 명 가운데 약 15만 명의 류큐인이 목숨을 잃었다. 류큐인들은 일본군이 자행한 학살로 인해 집단적인 죽음을 맞이하였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러한 민족 말살의 기억을 교과서에서 언급하는 것을 아직도 회피하고 있다. 이는 류큐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단지 지나가버린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문제임을 의미한다.

 올해로 류큐의 시정권(施政權)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반환된 지 40년이 되었다. 이로써 류큐는 현재 형식상 오키나와(沖繩)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일본의 지방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류큐에만 적용된 특별법 제도로 인해 류큐에는 미군기지가 집중적으로 건설되었다.(류큐의 면적이 일본 국토 면적의 0.6%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미군전용기지의 74%가 류큐에 설립되어 있다) 오키나와현 성립의 근거가 되는 오키나와반환협정은 류큐 정부와 류큐인을 배제한 채 미국과 일본 정부의 밀약에 기초하여 체결되었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가 ‘반환’된 후 류큐의 법제도를 일본의 법제도에 일치시키고 방대한 개발자금을 쏟아 부어 사회기반시설을 정비하고 법제도의 우대조치를 실시했다. 이로 인해 일본 기업의 토지 매입, 지역기업의 매수·계열화, 환경파괴가 이루어졌으며, 다수의 지역기업이 시장경쟁에서 패배해 도산함으로써 실업자가 양산되었다. 관광산업, IT산업, 건설업 등은 성장하였지만 수익의 대부분이 본사가 있는 일본 본토로 되돌아가는 식민지경제가 형성되었다.

 제주도는 2006년에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이후 외교·국방·사법 이외의 고도의 자치권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강정마을에서의 격렬한 저항운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군기지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신(新)군사기지에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 이름을 붙이고 크루즈선의 기항 허가, 쇼핑센터와 해양스포츠공원 건설계획 등을 제시하면서 기지건설이 섬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까. 1995년 류큐에서 벌어진 미군의 류큐 소녀 폭행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진흥개발과 기지의 연계를 강화하는 식의 기지 유지 정책을 추진해왔다. 기지를 거부하면 진흥개발 지원도 동시에 삭감하고, 기지를 받아들여 진흥개발을 추구하는 지역에만 중점적으로 개발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류큐의 사회와 조직을 분열시켜 일본 정부에의 저항을 약화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는 곧 “분절하여 통합시키자”라는 식민지정책이 류큐에도 적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는 미군기지건설 반대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나고(鳴護)시에 1997년부터 2009년까지 400억 엔(円) 이상의 개발자금을 제공하였다. 하지만 나고시는 여전히 생활 보호(수혜)율 상위, 법인소득의 지체, 상점가의 쇠퇴, 높은 실업률, 시의 부채 증가와 같은 무수한 경제문제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로부터 거액의 개발자금이 투여된 지역은 나고시 이외에도 다수 존재하지만, 어떤 지역도 경제자립을 실현한 곳은 없다. 기지설립이 실제로 지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인 삼성, 대우가 제주도의 기지설립을 수주하고 있는 것처럼 류큐에서도 일본 기업들이 기지설립과 기지관련 공공사업에 진출해 있다. 이는 곧 실이익은 일본 본토에 돌아가고 류큐는 경제적인 착취 대상에 지나지 않음을 의미한다.

 제주도와 류큐 두 지역의 주요 산업은 관광업이다. 하지만 군사기지와 관광업은 양립할 수 없다. 미국에서 벌어진 9.11 테러(2001) 이후, 류큐의 관광객 수는 급감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테러리스트의 공격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여행을 취소하였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행에 대응한다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배치되어 있는 류큐의 섬들에도 올해 관광객 수는 감소하였다.

 제주도는 천연기념물인 산호와 멸종 위기에 있는 동식물이 존재하는 등 풍부한 자연의 혜택을 받아, 절대보전 지역,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유산, 경관보전지역, 문화재보전지역 등으로 지정된 곳이다.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류큐의 구스쿠(グスク)성에는 다양한 희귀 동식물이 있고, 나고시의 신기지건설 예정의 해역에는 듀공바다 포유류 등이 생식하고 있다. 기지건설로 파괴된 자연이 전처럼 복원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 내에서는 환경영향평가법 아래 보호되는 자연이, 미정부의 예속 하에 있는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파괴되어도 되는 존재로 너무도 쉽게 전락한다. 이는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각각 제주도와 류큐를 식민지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도서방위라는 섬의 위기

 일본 정부는 현재 자위대(自衛隊)일본이 1954년 일본의 치안유지를 위해 창설한 조직의 기지를 제주도인이 표착하였던 요나구니에 건설하려 하고 있다. 지역관청은 2009년 ‘요나구니에 육상 자위대 배치’를 희망하였다.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섬의 상황이 있었다. 첫째, 인구의 감소. 요나구니의 인구는 1950년에 6,158명에 달하였으나, 1990년에는 1,833명, 현재는 1,600명으로 점차 감소하였다. 둘째, 요나구니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방기. 지역관청은 2005, 2006년 섬의 사회경제문제(인구감소, 물가상승, 고용문제 등)를 해소하기 위한 타이완과의 교류·교역 실현을 추구하는 ‘국경교류특구’를 신청하였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기각하였다. 일본 정부는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킬 책임을 방기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지역에 자위대를 유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자위대가 배치된다면 지역의 인구는 증가할까. 요나구니처럼 국경 지역에 있는 쓰시마(對馬島)나 네무로(根室)에도 자위대가 배치되었지만, 두 지역 모두 인구감소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방위계획대강에서 중국에의 위협을 강조하며 도서방위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수백 명의 국경경비부대를 미야코나 이시가키(石垣)섬에, 약 백 명의 연안감시대를 요나구니에 배치하려 하고 있다. 미군기지가 류큐인에게 그러하였듯이, 요시구니의 자위대도 주민을 위한 존재가 아니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섬은 공격대상이 될 것이며, 바다에 둘러싸인 섬주민들은 전투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일본 본토와 영해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섬주민들에 막대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도서(島嶼)방위의 본질이다.

 2,000미터의 요나구니공항과 소나이(祖納)항은 자위대뿐만 아니라 미군에게도 이용된다. 요나구니는 자위대와 미군의 긴밀한 협력관계로 일본과 미국 군대에 동시에 지배당할 것이다. 이는 곧 어선 작업·다이빙 등의 제한과 그로 인한 어업·관광업에의 막대한 타격을 의미한다. 이와 동시에 타이완과 20년 이상 지속해온 교류·교역 활동에도 큰 지장을 받아 결국 자위대 의존의 경제가 형성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중국인과 타이완 관광객·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가 지금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류큐의 섬들에서는 타이완·중국과의 교류를 통한 경제발전의 선로가 국방이라는 명목 아래 폐쇄 당하는 차별정책이 실시되고 있다.

 자위대 배치는 요나구니의 민주주의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2009년에 열린 지역장 선거에서는 전체 유권자 1,208명 중 자위대 유치파 후보가 619표, 반대파 후보가 516표를 얻어 거의 대등한 세력 균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자위대원 약 100명과 그 가족들이 섬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유권자가 된다면, 결론은 이미 정해진 선거가 될 것이다. 동시에 자위대 유치에 반감을 가진 섬주민들이 섬을 떠남으로써 인구감소가 더욱 심화될 위험도 있다.

 제주도 근해는 중국의 석유수입을 위한 해상교통로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중국의 석유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제주도의 기지는 유사시에 공격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동일하게 미야코 제도와 야에야마 제도의 사이의 해역 또한 중국해군이 태평양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중요한 해로이다. 미일지위협정에 의하면 미군은 류큐 안의 항구, 공항, 자위대기지를 이용할 수 있다. 미국은 류큐의 섬들에 자위대 기지를 증설, 배치하여 이를 미군이 공동으로 사용하게 하고,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으로 중국이나 북한의 군사시설 확장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북한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커다란 위협이기 때문에 류큐도 자연히 그들의 공격대상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결국 일본과 미국은 직접적인 피해 대상에서 빠져나가는 대신 희생하게 되는 것은 류큐인인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 안에서의 제주도

 미국령 괌(Guam)의 전체 면적에서 미군기지는 약 30%를 차지한다. 섬의 기반도로인 마린드라이브(Marine Drive)가 안데르센(Andersen) 공군기지와 아프라(Apra)만 해군기지와 연결하기 위해 건설되었던 것처럼 괌의 사회기반시설은 기지의 가동을 최우선으로 하는 형태로 구축되어 왔다. 전력, 수도 등도 주거지보다 기지에 먼저 배분된다. 이와 동시에 미군이 사용한 폴리염화비페닐(PCB)이 기지로부터 바다·강에 배출되고 있으며, 제초제와 유기염소계 살충제(DDT)에 의한 수질오염과 토질오염이 심화되고, 다이옥신 오염농도가 상승하고, 미군의 유해폐기물 폐기가 이어지고 있다.

 괌에는 앞으로 탄도미사일방위부대가 설치됨과 동시에 탄도탄 요격 미사일, 패트리어트 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등이 배치될 것이다. 동시에 원자력항공모함이 기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해군기지가 있는 아프라만의 해저를 준설하면 대규모의 산호초가 파괴될 것이다. 폭탄이나 미사일의 발사 훈련은 현재 북마리아나(Northern Mariana) 제도의 파라롱 드 메디닐라(Farallon De Medinilla)섬에서 실행되고 있지만, 티니안(Tinian)섬이나 괌에도 새로운 실탄 발사 훈련장이 설치될 것이다.

 도서는 면적이 좁고 바다에 의해 폐쇄된 공간이기 때문에, 기지나 개발에 의한 환경 파괴가 심각해지고 사회가 혼란해질 우려가 크다. 괌의 기지 확장이 불러일으킬 영향은 아프라만 산호초 파괴, 소음 문제, 기지 내 경작지 이용금지, 희귀 동식물 파괴, 귀중한 역사유적과 문화재 파손, 주택과 공공서비스 부족, 환경과 문화 파괴에 따른 정체성 위기, 주민의 출입 금지 지역 확대로 인한 폐색감의 증가 등이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제주도도 예외는 될 수 없다.

 괌 동부의 도서 국가들도 미군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팔라우(Palau), 미크로네시아 연맹(Federated States of Micronesia), 마셜제도공화국(Marshall Islands)은 미국에서 독립함과 동시에 자유연합협정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미국은 미크로네시아 삼국에 재정수입의 반이 넘는 원조금을 제공하는 대신, 세 나라의 영해, 영공, 영토에 대한 군사권을 장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현재, 마셜제도공화국의 콰절런환초(Kwajalein Atoll)에는 미군의 탄도탄 요격 미사일의 실험기지가 설립되어 있다. 이지스함이 배치될 예정인 제주도와 미사일방위부대가 설치될 괌은 콰절런 기지와도 연동된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은 미크로네시아 삼국에 자유롭게 거대한 기지를 설립하고 군사훈련을 실행함으로써 섬들을 전장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미 해병대 약 4,200명이 류큐에서 괌으로 이동하고, 그 외의 3,500명이 하와이와 호주에 배치되는 것이 결정되었다. 태평양 연안의 미 영토인 하와이, 웨이크(Wake)섬, 존스톤(Johnstone)섬 등에는 미군기지, 연습장, 화학병기 처리장이 설립되어 있다. 제주도의 기지건설은 아시아 태평양의 미군기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제주도는 다른 곳에서 발생한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곧 섬주민들이 매우 불안하고 위험한 생활을 피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기지건설과 인종차별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군이 한국 내에 배치되며 유사시에는 한국군이 미군(한미연합사령부)의 지휘 아래 예속됨을 명시하고 있다. 미군이 제주도의 한국군기지를 이용함으로써 제주도에는 미군의 이지스함, 잠수함, 핵항공모함 등이 배치될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방위망을 구축하려 하는데, 대탄도 미사일, 이지스 시스템을 제주도, 류큐의 섬들, 일본, 괌에 설치하여 제 1포위망으로 하고, 팔라우, 미크로네시아 연방, 마셜제도공화국, 하와이, 호주에 있는 미사일요격기지와 미군기지를 제 2포위망으로 하려고 한다.

 역사와 문화적인 관계가 긴밀하게 얽혀있고 경제적로도 상호의존적인 동아시아의 한국, 북한, 중국, 일본이 하나로 뭉치는 것은 미국에 일종의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은 따라서 군사, 정치 개입을 통해 동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대립하게 함으로써, 아시아 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헤게모니를 유지,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도서의 기지건설이 미국, 한국과 일본의 ‘본토’에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일’일지 몰라도 섬주민에는 폭력장치일 뿐이다. 그것은 류큐를 70년 가까이 지배해온 미군의 야만적인 행위를 밝히는 것과 동일하다. 류큐는 한국전쟁, 베트남전, 이라크전 등에 미국이 참전할 때마다 미군에게 목숨을 잃은 이들에게 ‘악마의 섬’이라는 저주를 받았다. 일본 정부와 미디어가 친미·반중(中) 정책과 선언을 지속하여 류큐


#저자 약력
松島泰勝 1963년 일본 이시가키(石垣)생. 류코쿠(龍谷)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저서로 『류큐의 자치』 등. matusima@econ.ryukoku.ac.jp

#주석
1) 저자는 의식적으로 오키나와와 류큐를 구별하여 부르고 있다. 오키나와섬은 류큐 열도의 한 섬임.

번역 _ 李旼 도쿄대학교 정보학환학제정보학부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