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신체 그리고 탁월한 운동 능력을 보여준 이들은 지역과 시대를 구분하지 않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초인류로, 국가와 민족의 영웅으로, 때로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로 불렸다. 그렇다면 지난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아시아계 글로벌 스포츠 스타에 대한 아시아 사회의 열광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스포츠의 세계화와 상업화가 나날이 가속화되고 전면화되는 가운데, 국경과 민족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로벌 스포츠 스타의 등장을 통해 한국 사회, 그리고 현대 아시아 사회를 이해하는 기회를 마련해보고자 한다. 

셀러브리티로서 아시아계 글로벌 스타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아시아계 글로벌 스포츠 스타, 그리고 그들에 대한 사회의 열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단순히 운동선수 혹은 영웅이 아닌 셀러브리티(celebrity)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셀러브리티의 산업적 측면과 문화적 영역을 동시에 고려해보고자 한다.
셀러브리티로서 글로벌 스포츠 스타는 방송 시장과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긴밀하게 결합되고, 그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생산, 그리고 유통이 이루어진다. 즉, 스포츠 셀러브리티를 이용한 스포츠 용품, 신발, 그리고 광고 시장의 확장이 이루어지고, 그들의 사생활에 대한 가십이 방송에서 흘러넘친다. 하나의 미디어 상품으로 스포츠 셀러브리티는 스포츠의 상업화 그리고 홍보 산업(publicity industry)의 확장으로 인해 현대 사회에서 그 중요성과 영향이 더해진다. 
동시에 스포츠 셀러브리티는 대중의 여가 활동의 중심일 뿐 아니라, 많은 팬들과 팬덤을 이끄는 아이돌이며, 동시에 특정한 시기와 사회의 가치관 및 정서를 반영하는 롤 모델이기도 하다. 그들은 대중에게 직접적이며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중의 영웅으로 특정한 사회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개인이기도 하다. 즉, 스포츠 셀러브리티는 사회의 가치와 대중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 시대적 산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스포츠 셀러브리티로서 아시아계 글로벌 스타는 하나의 문화 산업이자 문화의 아이콘으로 작동한다. IMF 경제 위기 때 미국에서 활약한 박찬호와 박세리가 한국 내 미국 스포츠 리그의 인기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경제 위기를 극복할 시대의 희망으로 여겨진 것은 셀러브리티의 전형적인 예이다. 스포츠 셀러브리티는 문화상품으로 관리되는 동시에 대중에 의하여 탄생되기도 하고, 동시에 사회와 개인의 욕구와 기대를 만족시키는 역동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글로컬라이제이션 현상으로 아시아계 글로벌 스타
이른바 나이키(NIke)-미국프로농구(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 , 이하 NBA)-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의 삼위일체를 통해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 스포츠가 전 세계로 확장된 것과 비교할 때, 199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화된 아시아계 글로벌 스타의 등장은 일종의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이란 개념은 세계화를 통해 획일화-단일화가 되는 것을 상정하기보다, 지역적인 특성 및 필요에 의하여 다양화-전유되는 현상에 초점을 둔다.
미국 스포츠 리그가 1990년대부터 아시아 출신 운동선수를 자국 리그에 고용한 것은 그들의 활약을 통하여 미국 스포츠의 세계화, 특히 아시아 시장 확장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 볼 수 있다. 선수들의 출신 국가 혹은 민족을 통한 미국 스포츠 시장의 확장은 일종의 민족주의 마케팅인 셈이다. 1990년대 초기의 아시아 출신 선수뿐 아니라, 최근의 중국과 타이완에서 제레미 린(Jeremy Lin) 열풍 그리고 일본에서 다르빗슈 유(ダルビッシュ 有)의 인기를 볼 때 이러한 민족주의 마케팅은 특히 아시아 국가에서 효과적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컬라이제이션으로의 아시아계 글로벌 스타의 등장을 단순히 문화제국주의의 결과 혹은 미국 문화의 일방향적 확장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 글로컬이라는 단어가 이미 함의하듯이 로컬, 즉 아시아 시장, 팬, 그리고 소비자의 반응 및 역할 역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1990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아시아계 글로벌 스타 현상은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 및 미디어 시장 및 소비 능력의 확장 그리고, 미국 내 아시아계의 영향력 증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한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전략은 아시아에서 NBA 그리고 미국 메이저 리그(Major League Baseball, 이하 MLB)와 같은 미국 스포츠 리그가 아니라 아시아계 선수를 중심으로 한 팬들을 육성하면서 아시아 내 스포츠 팬덤이 다양해지고 또한 그 지속성 역시 불확정적이다. 박찬호와 왕 민(王建民)과 같은 선수를 중심으로 한 한국과 타이완에서의 MLB 인기는 두 선수의 활약이 적어지면서 많이 위축되었고, 그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근대문명으로서의 스포츠와 미국이라는 환상
이른바 세계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활약하는 미국 스포츠 리그(축구를 제외한)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스포츠 스타에 대한 아시아 사회의 열광은 당연한 것일까? 미국 스포츠 리그에 대한 아시아 사회의 열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19세기 말부터 서양에서 전파된 축구, 야구, 그리고 농구와 같은 스포츠는 단순히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근대문명의 하나로 아시아에 도입되었다. 즉, 축구와 야구에 참여하는 것은 근대문명을 받아들이는 것이었고, 근대 스포츠의 기술은 근대화 혹은 서구화의 척도였다. 일본 식민 지배 하에서 축구 혹은 야구를 통해 일본인과 조선인이 경쟁하는 것은 단지 식민/피식민의 대결일 뿐 아니라 어느 쪽이 더 근대화를 이루었는지를 겨루는 것이기도 했다. 근대문명으로 스포츠가 도입된 초기 때부터 미국은 아시아에서 서구의 대표이자 근대화 그리고 문명화의 상징이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그리고 냉전과 탈냉전을 거치면서 아시아에서 미국의 위상 및 영향력은 계속 증가하였고, 미국은 아시아에서 일종의 대타자(the Other)이자 욕망의 궁극적 대상이 되었다.
근대화, 서구화 혹은 선진화의 척도인 스포츠, 그리고 욕망의 대상인 미국 혹은 아메리카의 연합은 현재 아시아계 글로벌 스타에 대한 아시아의 열광, 그리고 각 아시아 국가들의 민족주의적 욕망을 설명해주는 하나이 역사적 근거일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자 했던 아시아 사회의 역사적 흔적이자 상흔과도 같지 않을까?
아시아에서 아시아계 글로벌 스타들은 각 나라를 대표해서 미국 스포츠 선수 혹은 전 세계 스포츠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즉, 그들의 활약 및 승리는 각 국가의 승리 그리고 성공을 대표한다. 동시에 아시아계 스타는 다른 아시아와 경쟁하고, 그래서 누가 아시아의 최고인가를 증명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MLB에서 동양인이 거둔 한 시즌 최다승을 놓고 일본 선수 노모 히데오(野茂英雄)의 기록을 한국 선수 박찬호가 넘어설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타이완 선수 왕 민 선수가 갱신할 때 각 나라에서 보여준 흥분의 근원은 미국이라는 욕망의 대상으로부터 아시아 최고로 인정 혹은 증명 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진지한 삶(Serious Life)의 영역으로 스포츠 그리고 스포츠 스타
국가가 후원하는 엘리트 스포츠 중심의 정책, 그리고 스포츠가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된 과거 등의 배경은 한국 사회에서 스포츠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많이 부족한 원인으로 작동한다.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현재 스포츠는 케이블 및 위성 텔레비전 등 방송 매체와 홍보 산업의 중심이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즐거워하는 일상의 주요한 영역이 되었다. 특히 최근의 아시아계 글로벌 스타의 등장과 아시아의 열광은 스포츠의 상업화 및 세계화 과정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화와 민족주의가 복잡하게 작동 중인 현대 아시아 사회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번 특집호가 준비한 아시아계 글로벌 스타에 대한 다양한 분석은 현재 아시아에서 로컬화-지역화-세계화 과정이 동시에, 그리고 복합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