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코리아타운은 이민자의 거주지에서 초국가적 경제 공간으로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초국가적 행위자들은 상업 및 부동산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코리아타운은 차이나타운이나 리틀 도쿄와 같은 전통적인 이민자 거주지와 다르다. 그곳들은 “미국에서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사회적, 문화적 차별을 통해 형성된 반면,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타운은 강하면서도 특별한 정체성을 가진 활기찬 경제 공간”이라고 한다. 음악, 영화, 전통 의상 등의 최신 대중문화의 경험 그리고 코리아타운의 오락시설로, 현재 한국에 대해 유례없는 문화적 친근감이 형성된 것은 분명하다. 전통적인 것이든 현재 유행하는 것이든 한국에서 잘 알려진 요리와 음료 등은 코리아타운 식당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다.

 하이밍 리우(Haiming Liu)와 리안리안 린(Lianlian Lin)의 기사 「음식, 요리 아이덴티티, 그리고 초국가적 문화Food, Culinary Identity, and Transnational Culture」에서 저자들은 음식은 중국계 미국인을 경험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썼다. 레스토랑 사업은 1965년 이후에 건너온 이민자의 사회적 배경, 생활방식, 그리고 민족정체성을 반영한다. 음식과 레스토랑을 통해 초국가적 문화가 중국계 미국인 사회에 깊이 배어든 것이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음식은 재미교포 사회에서 발견되는 초국가적 문화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한국전쟁 동안 미군에 의해 한국 대중에 커피가 보급되면서 커피는 빠르게 한국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커피숍과 스타벅스 같은 커피 체인점은 서울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이 커피숍을 자주 가는 것은 좋은 커피를 즐기기 위해서 일수도 있겠지만, 커피숍은 업무를 수행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만나는 장소로 문화적인 의미가 있다. 한국과의 강한 유대 관계를 통해, 코리아타운에서도 비슷한 커피숍 문화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코리아타운의 커피숍 문화가 한국인의 초국가적 정체성을 조성하는 것일까?

 코리아타운의 커피숍은 재미교포가 한국에 대해 상상으로나마 친밀감을 가지며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문화적인 역할을 한다. 커피숍은 교포 1세에게는 한국인의 일상생활을 추억하게 하며, 미국에서 태어난 2세에겐 한국에서의 삶은 어떨까를 생각하게 하고 소속감을 갖게 해준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이후 재미교포들은 코리아타운을 빠르게 재건했다. “많은 한국인들이 오래된 기업, 식당, 사무용 건물, 교회 등을 사들임에 따라 한국인의 존재는 더 강해졌고, 서서히 백인 중심의 기관들을 대체했다.”고 한다. “코리아타운의 경제는 규모가 큰 미국 경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특히 한국의 국제적인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기 쉽다”는 것이 특징이다. 1980년대 미국의 경기 침체 동안 코리아타운은 길거리 상점과 중소기업의 증가와 함께 빠르게 성장했다. 한편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와 한국 통화가치 절하로 여행객이 눈에 띄게 감소하여, 여행사, 호텔, 식당들의 수입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 한국경제가 회복하면서, 한국의 기업들이 서울 중심에서부터 로스앤젤레스까지 전통적인 한국문화에 현대적인 기업의 기본원리를 주입하면서 초국가적인 결합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들은 유리로 둘러싸인 큰 쇼핑몰을 건설했고, 대형 모니터들은 코리아타운의 가장 번화한 교차로를 따라 코스모화장품, 아모레 화장품 그리고 기아자동차와 같이 다양한 한국기업 상품들을 광고했다. 최근에 스타벅스와 유사한 한국의 커피회사 할리스(Hollys)커피가 코리아타운 6번가에 체인점을 열어 고구마라떼와 같이 한국 사람들이 즐기는 것을 교포들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은 다양한 차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커피는 한국의 음식문화에 중요한 부분이다. 커피는 백여 년 전 한국에 소개되었는데, 정기적으로 커피를 마신 최초의 사람은 고종(高宗, 재위 1852~1919)이었다. 고종은 러시아대사관에 피신해 있을 때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다. 이때 한국은 외세의 영향으로 불안할 때였는데, 고종은 독일 태생의 손탁(Sontag)이라는 여성이 서울에 최초의 커피숍을 여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 커피숍은 상류층에 인기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는 서울 시내에 일본식 찻집이 많이 있었는데, 지식인과 예술인들은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한국전쟁 동안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의 식량 배급을 통해 가루로 된 인스턴트 커피를 구하기 쉽자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다. 1970년대, 새롭게 획득된 커피에 대한 한국인들의 입맛은 미국의 제너럴푸즈(General Foods, Inc)사의 기술을 도입하여, “맥스웰 하우스 커피”를 위한 국내 커피 가공 공장이 설립하도록 했다. 한국에서 인스턴트 커피는 그 광고에 당대 인기 연예인이 등장하고, 또 그 커피가 종종 낭만적이고 매력적인 것으로 그려진다는 점이 매우 독특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르러 한국 사람들은 신선한 원두커피를 즐기기 시작했고, 커피를 마실 때 보다 더 정교한 방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1999년 스타벅스가 1호점을 열었을 때 한국의 커피 문화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를 겪는다.

 커피 소비의 진화는 한국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사회에서 레스토랑은 만남의 장소로 사교의 기능을 해왔다. 커피숍도 유사한 기능을 한다. 공공장소에서의 만남은 한국의 (물리적인) 장소의 부족 때문이다. “서울의 아파트는 미국의 것에 비해 작기 때문에, 많은 한국 사람들이 카페에서 사교 활동을 하고 비즈니스를 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커피숍은 많은 테이블로 공간을 채우고, 야외 테라스 혹은 모던 바처럼 꾸미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음료는 비싼 편으로 하우스커피가 8달러 정도이다. 주문을 받고, 음료를 가져다 줄 때를 제외하곤 웨이터들은 손님과 접촉하지 않는다. 하지만 손님은 테이블에 있는 전자벨을 눌러 그들을 부를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커피에 대한 할증료를 지불하면서 앉는 장소를 “임대”하는 것이다. 비싼 것을 잘 알지만, 한국 사람들은 기꺼이 커피숍에 ‘장소’ 혹은 ‘문화적 경험’에 대한 값을 지불한다.

 옐로우 하우스 카페(Yellow House Caf'e)는 코리아타운에 있는 많은 커피숍 중 하나이다. 그곳의 웨이터 라울(Raul)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는 커피숍의 정의는 정원의 오아시스라고 설명했다.

 “옐로우 하우스 카페는 사람들이 코리아타운의 혼잡함에서 탈출하게 하는 장소이다. 커피숍이 중심 거리에서 떨어져 있어 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대부분의 코리아타운 커피숍 웨이터들처럼 그도 한국어가 유창하여 한국어로 주문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외관상 한국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손님이 오는 경우에는 영어를 잘 하는 웨이터를 보내 주문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코리아타운 커피숍의 실내 디자인은 서울에 있는 커피숍을 연상케 한다. 찌개용 뚝배기는 커피 가루가 채워진 재떨이로 사용된다. 커피숍 간판들은 번역되지 않고 한국어로 씌어있다. 음악은 일반적으로 한국의 최신가요를 틀어둔다. 옐로우 하우스 카페는 손님들이 즐길 수 있도록 큰 화면에 한국의 최신 뮤직비디오와 텔레비전 쇼를 보여준다. 한국에 있는 커피숍과 마찬가지로, 옐로우 하우스 카페 역시 테이블 위에 전자벨을 두어 손님들이 편하게 웨이터를 부를 수 있게 했다.

 옐로우 하우스 카페에는 다양한 음료와 음식 메뉴가 있다. 음료로는 커피, 라떼, 한국의 전통차, 스무디뿐 아니라 팥빙수도 있다. 또한 음식으로는 떡볶이, 김치볶음밥, 만두 등 분식류의 음식을 판매한다. 불고기 퀘사딜라와 같은 퓨전 요리 역시 가능하다. 메뉴는 한국어로 적혀 있고, 각 품목마다 영어로 번역을 해 두었다.

 코리아타운에서는 사람들이 커피숍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일반적인 광경이다. 스타벅스나 커피빈(The Coffee Bean and Tea Leaf)과 같은 커피체인점을 쉽게 이용할 수 있음에도 재미교포들은 코리아타운의 한국식 커피숍을 선택한다. “코리아타운의 커피숍은 재미교포들이 거의 독점적으로 이용한다. 그들은 낮에는 업무를 수행하고 밤에는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분위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곳을 이용한다”고 한다.

 많은 재미교포는 공동체에 대한 상상의 감정과 고향과 초국가적 연결고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러한 커피숍을 선호한다. 케빈 박(Kevin Park)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즈Los Angeles Times> 기사에서 "테이블이 더 좋고, 서비스가 더 우수하다. 뭐든 스타벅스보다 낫다. 서울처럼 말이다.”라고 지적한다. 코리아타운의 커피숍은 재미교포가 한국과 문화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하나의 수단이다.

 라울 씨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은 한국 식료품을 사고 한국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코리아타운에 온다. 커피숍이라는 개념은 서양적이지만, 한국 사람들은 이 문화를 채택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 공간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커 피숍과 같다.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 역할을 한다.”고 한다.

 재미교포 2세들은 코리아타운의 커피숍이 공동체의식과 편안함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지나 강(Gina Kang)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재미교포 1세, 2세들 모두 이곳을 즐기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2세들은 아저씨들이 다니는 술집을 피하고, 1세들은 2세들이 다니는 술집을 피한다. 반면 커피숍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나는 한국의 카페를 가 본 적이 없지만 이곳이 그곳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리아타운의 커피숍은 외국인에게 현대의 한국 문화를 알리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미나 장(Mina Jang)은 커피숍이 재미교포들이 모이는 장소이기는 하지만 결코 배타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외국인 친구들을 이곳에 데려오면 정말 좋아한다. 나는 한국의 일부를 가지고 있으나, 커피숍에 오는 것은 나의 문화를 공유하는 방법과 같다. 사람들이 나보고 북한에서 왔니 한국에서 왔니 물으면 불만스럽다. 이곳에 옴으로써 나는 이것이 나의 문화라고 그들에게 말할 수 있다. 한국적인 것은 멋지다."

 옐로우 하우스 카페를 찾는 손님과 직원들의 생각은 코리아타운의 커피숍을 자주 찾는 재미교포들의 생각을 반영한다. 고객들이 처음에는 커피를 즐기러 오지만, 한국문화에 대한 초국가적인 실천들을 따르고 받아들인다. 웨이터들은 한국의 커피숍에서는 익숙한 한국적인 고객서비스 규범을 따른다. 그리고 교포 2세에게 커피숍은 그들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국에서의 낭만적인 체류 경험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