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은 무엇일까? 속단은 금물이지만, 아마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의 <모나리자Mona Lisa>가 아닐까? 그렇다면 <모나리자>를 실제로 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한 가지 분명한 건, <모나리자>란 그림을 알고 있는 사람이 실제 그 작품 앞에 섰던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나리자>는 이 세상에 단 한 점 밖에 없지만 <모나리자>는 세계 어느 곳에나 있기 때문이고, <모나리자>를 실견한 사람은 적지만 ‘<모나리자>의 사진’을 본 사람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미술은 사진을 통해 유통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일찍이 앙드레 말로(Andre Malraux, 1901~1976)에 의해 “벽 없는 미술관”으로 설명되었다. 미술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은 사진으로 복제되어 책과 엽서, 신문 등으로 확산되고 소유된다. 미술이 복제된 미술작품의 사진으로 전파될수록 우리는 그 그림을 ‘알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인터넷은 더욱 쉽게 미술을 ‘알게’ 하고, 심지어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만들었다. 화소수와 모니터 크기로 환원된 미술작품은 원본의 물성이 아닌 하나의 이미지로 흡수되며, 예술작품의 아우라는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으로 삭제되어 하나의 지식이자 정보로서 우리에게 제공된다.

 많은 도서관, 기록 보관소, 미술관 등에서는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지속적인 디지털 데이터베이스 작업이 진행되어 왔다. 프랑스 국립도서관(Bibliotheque National de France) 사이트에서는 작가들의 친필 원고와 출판본 한 장 한 장을 볼 수 있으며, 미국 국립 기록보관소(US National Archives)에서는 온갖 기록과 자료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브리티시 뮤지엄(The British Museum)은 콜렉션 검색(Collection Database Search)을 통해 6만 점이 넘는 소장품의 이미지를 찾을 수 있다. 구글이 전 세계 150개 이상의 미술관의 3만 점이 넘는 소장품을 하나의 사이트에서 볼 수 있게 한 아트 프로젝트(Google Art Project) 역시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의 2/3 이상이 사용하는 강력한 검색 엔진 구글에서 미술작품들의 정보를 모아, 정리하고, 그것을 언제든지 최상의 화질로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은 수없이 파편화되어 유통되는 미술의 디지털 이미지를 ‘구글’의 이름으로 통합하려는 시도이다.

 이를 위해 구글 아트 프로젝트는 놀라운 세부 기능을 통해 실제 작품 앞에서 보는 것보다 더 작은 세부를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게 했다. 기존의 인터넷 작품 이미지와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사진’이라는 틀에 갇혀 그 한계를 드러냈던 작품 이미지를 ‘사진’만의 가능성으로 뒤바꾸고 있는 것이다. 실제 작품 앞에서 느낄 수 있는 아우라는 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줌 인(zoom in)의 효과로 대치된다. 그리고 기가바이트의 고해상도로 나타난 한스 홀바인(Hans Holbein, 1497~1543)이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생생한 붓질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사이버 뮤지엄 기능은 미술관의 내부는 물론이고 미술관 외부의 거리뷰를 제공한다. 이것은 실제 길을 걸어 미술관 문을 열고 들어가 어느 명화 앞에 서는 과정까지도 미술작품의 감상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인식한 발상이다. 더욱이 개인 계정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만으로 가상 갤러리를 만들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콜렉션을 감상할 수도 있다.

 미술은 사진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판화로, 카메라 발명 이후에는 사진으로 미술작품의 시간적 공간적 제한을 넘어서 보급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리고 현재 구글 아트 프로젝트는 분명 미술관에서 느낄 수 있는 시각과 촉각적 경험에 가장 근접한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이러한 특징이 원본 앞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상학적 체험을 완전히 대치할 수는 없지만, 미술작품에 대한 관심과 지식의 저변을 넒히는 데 더없이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도구적 개념으로서의 인터넷 미술관은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Google Books Library Project)와 동일선 상에 놓인다. 즉 정보의 개념으로 새롭게 구축된 미술에 대한 접근방식인 구글 아트 프로젝트는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미술작품 아카이브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와 같은 인터넷 공간의 특성에 부응하는 미술 정보의 수급방식이 나타난다.

 구글 아트 프로젝트와 유사한 방식으로, 한국에는 네이버 미술검색을 들 수 있는데, 유럽의 유명 미술관과 연합해 12만 점의 작품을 볼 수 있으며 7,000여 점의 한국미술 작품을 제공한다. 구글 아트 프로젝트에 비해 규모와 화질, 디테일은 현저히 떨어지나 자신의 뮤지엄을 구성할 수 있는 점이나 ‘오늘의 미술’이나 ‘미술지식사전’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 미술에 대한 문화적인 교양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전시회는 한 가지 테마를 두고 시대별, 화가별 작품들을 분류해 놓아 미술작품을 비교하고 이해하기 용이한 도구를 구축했고, 거기에 ‘오늘의 미술’ 기획은 다양한 카테고리의 화가와 작품을 주제로 한 해설을 보여준다.

 하지만 서양미술 작품에 비해 한국미술 작품 수의 비율이 너무 적고, 고해상도로 직접 촬영해 네이버만의 한국미술 데이타베이스를 구축하는 적극성이나 특성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의 미술관들도 속속 구글 아트 프로젝트와 연합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유명 검색 사이트가 한국미술에 관한 정보가 허술하다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유럽의 유명 미술관과의 연합도 중요하지만 우선 한국의 국립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과의 연합으로 생생한 이미지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사업이며, 정보의 차별화에 접근하는 일이다. 더욱이 유명 미술가 위주의 정보 제공은 미술계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흐름에 접근할 수 있는 회로 역할을 하는 것보다, 명성을 고착하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한편, 검색 엔진을 중심으로 미술에 관한 정보와 지식이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새롭게 나타난 미술관의 현장성과 접근성 역시 주목되는 부분이다. 즉 오리지널리티 없이 미술관의 벽을 넘어 끊임없는 참여와 변화를 유도하는 하이퍼텍스트적 작업은 디지털 정보화 시대 이후 미디어 아트가 지향하는 가장 큰 특징이다. 그중에서 오스트리아 린츠(Linz)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를 중심으로 한 페스티벌은 도시 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새로운 개념의 예술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지난 2월 도쿄(東京)에서는 <도쿄 그레이트 크리에이티비티 2012(Tokyo Great Creativity 2012-The Revolution of the Geniuses)>가 진행되었다. 아르스 와일드 카드(Ars Wild Card)라는 아이폰 앱을 내려받은 뒤, QR 코드를 촬영하면 프레임이 나타난다. 이 프레임을 통해 도쿄의 다양한 미디어 아트 사진을 자유롭게 찍어 소셜네트워킹에 보내면 실시간 <도쿄 그레이트 크리에이티비티>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도는 포털 사이트가 기존의 미술관 속 명화를 중심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과는 달리 미술관 밖의 자유롭고 다양하며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새로운 창작들을 아우른다. 즉 포털 사이트의 아트 프로젝트가 미술 제도권이 가진 물질적 위상을 공고히 하고 미술에 관한 메타 담론을 정보와 지식의 차원으로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작업이라면, 정보사회의 도래 이후 예술의 테크놀러지는 바로 이러한 제도의 벽을 파기하고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비물질적 예술 기반을 구성하는 것에 대한 많은 기대를 낳았다. 즉 과거의 미술에 대한 정보와 새로운 미술의 도래가 맞물리는 가운데 기술과 예술의 융합은 미술작품의 수용과 생산의 방식에 거대한 변화를 이루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기술 복제로 미술을 인식하는 오랜 방식은 변화하지 않지만, 그 예술작품이 가진 위상을 경험하고 저장하는 것이 용이해짐과 더불어 새로운 창작과 참여 역시 그 어느 때 보다 자유로워졌다.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이 지적한 대로 “예술작품의 기술적 복제 가능성은 예술을 대하는 대중의 태도를 변화시킨다.” 이 가운데 물적 한계를 넘어선 데이터베이스 미술관에서 우리는 미술의 역사가 이루어 놓은 시각 문화의 변화를 더욱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술, 즉 ‘내’가 참여할 수 있고,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미술을 자각한다. 디지털 시대 이후의 미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 즉 벽 없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술관의 보편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