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유수의 출판사인 창비에서 2008년 출간되어 베스트셀러로 획기적인 기록을 세운 신경숙의 장편 『엄마를 부탁해』는 최근 우리 문단에서는 다소 예외적인 성공사례이다. 전문가들이 문학과 소설의 위기를 논의하던 중에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독자 대중의 광범위한 호응을 얻어내는 성취를 이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문학작품으로는 드물게 작년 4월 미국 유수의 출판사 크노프(Knopf)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한국문학 작품으로는 아마도 최초로 미국 독서시장에서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 출간 후 곧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 베스트셀러 리스트의 14위에 올랐고, 미국의 최대 서점인 아마존(Amazon)에서 판매순위 100위권에 진입했으며, 작년 연말 아마존에 의해 그해 최고의 소설 10권에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 독서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위력을 가진 오프라 윈프리 독서클럽(Oprah Winfrey's Book Club)의 도서목록에도 선정되었으며 양장본이 발간된 지 일 년만인 올해 4월에는 보급판도 출간되었다. 또한 2011년 맨 아시아 문학상(Man Asian Literary Prize)을 수상했고 현재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거나 준비 중이다.

 물론 외국에 번역, 소개된 우리 문학작품들은 『엄마를 부탁해』의 영역 출간 이전부터 어느 정도 대중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문열, 황석영을 비롯한 몇몇 작가들이 프랑스 독서시장에서 상당한 독자층을 확보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미국에서도 『엄마를 부탁해』의 역자인 김지영이 번역한 김영하의 작품들이 이미 상당수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더 많은 우리 작가들이 대중적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번역, 출판계에서는 이런 정황과 『엄마를 부탁해』의 성공에 주목해 앞으로 문학 분야에서도 ‘한류’가 세계를 휩쓸지 않을까 기대하며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10월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에서 개최한 국제출판포럼의 주제는 “글로벌 출판시장과 문학한류의 가능성”이었으며,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 지난 5월 “미국에서 통할 대표작가 15명”을 선정해 번역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필자는 전 세계는 물론이려니와 필자가 장기체류하고 있는 미국 독서시장의 동향에 대해서도 그 미래를 내다볼 만한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여러 정황으로 보아 문학 ‘한류’가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지난 몇 십 년 사이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룸으로써 세계적으로 전보다 훨씬 더 비중 있는 나라가 되었다는 배경이 있다.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제 자동차, 중장비, 전자제품 등이 쉽게 눈에 띄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전 세계로 ‘진출’해 있으며, 장단기 여행과 체류도 이삼십 년 전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훨씬 더 많이 눈에 띄게 되었으면서도 아시아 지역을 제외한다면 아직도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 혹은 남북 간에 위험한 대치 상태에 있는 나라 이상으로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미국에서도 가장 교양 있는 사람이 몰려 있다는 보스턴(Boston), 케임브리지(Cambridge) 지역에 살고 있는 필자조차 아직도 ‘남한에서 왔느냐, 북한에서 왔느냐’라든지 ‘한국에도 독자적인 언어나 문자가 있는지?’ 따위의 질문을 종종 받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사람들의 위와 같은 무지는 물론 자료의 부족에 기인한 것만은 아니다. 역사적 배경이야 어찌 되었든 2차 대전 후 한미 간의 긴밀한 관계로 인해 세계적으로 한국학이 미국만큼 발달한 나라도 드물다. 우리나라의 역사나 문화를 알려주는 뛰어난 문학작품도 이미 우수한 번역가들에 의해 상당수 번역, 출간되어 있다. 다만 소재나 주제 면에서 일반 대중의 접근이 용이한 작품이 많지는 않다고 할 수 있겠다. 교포 2세를 포함하여 미국 학생들을 상대로 우리 문학작품을 읽혀본 교수들의 공통된 경험은 학생들이 식민지, 군사독재 등의 억압적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체험이 담긴 그 내용의 무게를 버거워한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 조금은 관심이 있어서 강의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의 반응이 그러할진대 일반 대중의 관심이나 반응이 어떠할지는 불문가지이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한국 현대사의 어려웠던 시절을 다루기는 다루되 많은 사람들이 쉽게 자기 문제와 연결시킬 수 있는 부모-자식의 관계, 어머니의 희생 등을 통해 다룸으로써 독자의 접근을 쉽게 해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 작품의 주요 인물들은 이미 미국이나 서구와 그다지 차이가 없는, 더 이상 궁핍하거나 과거와 같은 극단적 억압이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작품의 배경이 ‘선진국’의 독자들도 공감할 만한 환경인 것이다.

 그러니까 『엄마를 부탁해』는 서구의 독자들에게 생소하다면 생소한 이야기를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들의 시각에서 풀어나갔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엄마를 부탁해』의 성공은 그것이 진지함과 통속성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기에 가능했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작품의 문학적 성과가 그 대중적 성공과는 별도로 논란의 대상이 되었고 작품의 성과를 높이 사는 평자들의 경우에도 작품에 그려진 어머니의 상이나 어머니와 자식 간의 관계의 제시가 다소 일면적이라는 비판을 곁들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정은 미국에서도 비슷하다. 이 작품의 통속성을 강도 높게 비판한 NPR^{미국 공영 라디오방송(National Public Radio)의 약어}이나 <뉴욕타임즈>의 평자들은 논외로 치더라도 이 작품의 문학적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평자들도 대체적으로 작품이 제시하는 어머니나 가족관계가 다소 일면적이라는 지적을 빼놓지 않고 있다. 그런 면은 아마존이나 구글북스(Google Books)에 올라간 수많은 독자서평에서도 느껴진다. 이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대부분이 이 작품을 모성과 가족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어머니의 희생에 감사를 표하는 것을 잊지 말자는 교훈을 담은, 어머니날 선물로 좋을 책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니까 다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편의상의 구분을 적용하자면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본격소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장르소설’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아마존에서 이 작품을 검색하면 모성이나 가족을 다룬 외국작품들 두 편을 함께 구매하라는 추천이 뜨는 것도 비슷한 시각을 반영한다.

 물론 다행히도 『엄마를 부탁해』는 통속과 멜로드라마의 수준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다. 많은 미국 독자들이 이 작품을 읽음으로써 한국사회와 문화에 대해 심층적인 지식을 얻게 되었다고 토로하는 데에는 정당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다행인 것은 우리의 문학작품이 외국에서 ‘파도’를 일으키고 성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가 단순히 한국이라는 ‘브랜드’나 한국의 문학작품이라는 ‘문화상품’을 더 많이 팔 수 있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 문학작품이 세계인들에게 널리 읽히고 사랑받기를 바라는 진정한 이유는 그 작품들을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를 더 잘 이해함으로써 양자 간의 간극이 좁아져서 더 나은 세상을 창조하는 데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라고 해서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문학 ‘한류’의 가능성을 둘러싼 최근의 논의에서 다소 우려할 만한 대목이 눈에 띄기도 한다. 가령 어떤 이들은 우리 작가들을 향해 작품을 창작할 때부터 “외국독자를 의식”해서 “가벼운 작품”을 쓰라거나 번역하기 좋은 문장을 구사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하는데, 이런 주문이 본말을 전도한 것임은 새삼스런 지적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성공에 안주해서 그 참 의미를 망각하고 삶의 근본 가치를 잊은 자식들의 반성이라는 『엄마를 부탁해』의 주제 중 하나와도 상반된다. 작가들더러 작가로서의 본분을 잊고 장사부터, 그것도 해외시장에서의 판매가능성부터 생각하라는 주문을 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엄마를 부탁해』의 미국 혹은 세계시장에서의 성공에 흥분한 나머지 문학의 본분을 망각한 듯한 태도의 또 다른 예는 문학 ‘한류’를 논의하면서 기왕에 이루어졌던 선구적인 번역, 소개나 비대중적인 번역, 소개 일반에 대해 상대적으로 폄하하는 경향이다. 그동안 많은 뜻있는 이들이 여러 나라에서 오로지 한국문학과 사회에 대한 애정과 존중, 그것을 널리 알리려는 사명감에서 대중적인 성공과 돈벌이가 보장되지 않는 번역, 출판을 감당해 왔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그 작품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지 못한 것은 대부분 번역이 나빠서도 출판사가 군소해서만도 아니고, 상당 부분 작품의 소재나 주제의 무거움과 관련이 있다. 무거운 소재도 친근하게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작품은 소개에서 아예 제쳐 놓는다면 우리 문화와 사회의 일면이나 겉면만을 알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신경을 못 썼던 대중적인 작품에 대한 지원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훌륭한 작품이면서도 대중성이 떨어지는 작품은 아예 번역, 소개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근시안적인 태도가 우리 번역, 출판계의 대세는 아니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