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인천 페스티벌>이 열린 장소는 인천 중구에 있는 신포시장 한복판이다. 지명에서 살짝 느껴지듯이 이곳은 개항장의 중심이었고 각국조계지가 있던 곳이며 인천시청이 현재 구월동으로 옮기기 전까지 인천의 중심이었던 인천의 구도심, 또는 원도심이라고 불리는 곳 중의 하나이다. 1970~1980년대 인천의 청년문화를 꽃피웠던, 예전의 화려한 기억으로만 존재했던 이곳에 작년부터 청춘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청춘들이 놀 수 있는 공간과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신포살롱’이라는 약간은 구닥다리 같은 이름을 내세우고 말이다.  <좋아요 인천 페스티벌>도 이들을 빼놓고서는 얘기를 시작할 수조차 없기에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풀고자 한다.

신포살롱은 인천의 청년들이 모여 만든 문화공간이자 청년문화 공동체이다. 출발은 인천의 청년실업 해소와 신포시장 상권의 활성화를 내세운 소셜커머스 사업을 하는 마을기업 영씽크였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익히 보아왔던 보통의 전개과정이다. 그런데 이 마을기업에 있는 청춘들이 진짜 마을기업(?)스러운 일들을 마구마구 벌이기 시작했다. 우선 신포시장 한 귀퉁이에 있는 100㎡ 남짓한 크기의 2층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만 단출하게 놓여 있는, 어떤 종류의 상업행위도 이뤄지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신포살롱이라는 열린 문화공간을 열었다. 신포살롱은 어린이부터 전문예술인까지 누구든지 원하면 자신의 작품을 전시 또는 공연할 수 있고 또 누구라도 언제든지 자유롭게 신포살롱을 찾아 작품을 볼 수도, 토론할 수도, 그냥 쉴 수도 있다. 누구도 제지할 사람이 없다. 그래서 이름도 서로 문화예술을 공유하고 토론하던 공간인 서양의 '살롱' 문화를 염두에 두고 붙였다. 절대 술은 팔지 않으며. 조명도 밝고 룸도 없다. '마담'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대표 유명상 씨(29세)는 인천의 젊은 또래 친구들이 매력 있는 신포동을 외면하고 즐길 거리를 찾아 서울로 빠져나가는 현실이 안타까워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신포동 만남의 쉼터에서 청년들이 놀 수 있는 거리공연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신포시장에 있는 가게들과 협력하여 소셜커머스를 통해서 청춘들을 끌어들이는 일과 청춘들이 놀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 동네 가게에서 여는 다양한 형태의 할로윈파티 ‘신포동 야단났네’를 벌이는가 하면, “터 잡고 사는 마을, 동네, 지역 바로 모두가 놀이터이자 배움터”라는 모토로 지역에서 스스로 생산하는 레알 청춘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청년들이 모여 매달 한 번씩 레알 청춘 대학을 진행하고, 프리마켓과 공연 등이 어우러지는 ‘이야기보따리 장터’ 또한 월 1회씩 동네에서 열고 있다. 또한 일본, 부산, 대구, 전주, 인천 등 지역에서 각자의 모습들로 즐겁게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 <즐거우니까 청춘이다-멘탈복귀콘서트>를 계획하는 등 이름만 들어도 신나고 즐거운 판을 벌이고 있다.

 이런 흥들이 모이고 쌓여서 인천에서 좀 더 즐겁게 놀 수 있는 판을 만들기 위한 좋아요 인천 페스티벌이 만들어 진 것이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이런 일들을 해본 적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축제 판을 만들었다. 그것은 오로지 인천에서 나고 자란 인천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청춘들이 인천을 사랑하는 마음과, 인천에서 청춘을 불태우며 짜릿하게 놀 수 있는 판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이 처음이라는 낯섬과 어색함, 서투름과 모자람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그래서인지 <좋아요 인천 페스티벌>은 약간 어설프지만 젊음의 열기와 패기, 그리고 인천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홍보물만 보더라도 정성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보드게임 블루마블에서 차용한 듯한 형식의 신포동 거리 일대 명소 소개와 맛 집, 멋 집 소개는 기본에다가 처음 온 사람들을 배려한 유용한 팁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도보관광코스 추천 등 하나하나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들인 공이 느껴졌다. 축제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정성이 보인다. 신포동 거리 일대의 문화공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내용의 공연과 행사들을 배치했다.

신포동 문화의 거리에서는 이웃에 있는 작가들이 직접 제작한 다양한 공예품과 재미난 체험들이 있는 이야기보따리 장터가 열렸고, 대형트럭이 멋진 무대로 변신한 문화의 거리 메인무대에서는 인천소재 대학 밴드와 다문화 다국적 노래단 ‘몽땅’, 그리고 탑밴드 출신 쉬크 등 프로 밴드들의 공연과 흥겨운 DJ 파티가, 길거리에서는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악조건 속에서도 싫은 내색 하나 없이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어 준 한복놀이단 친구들의 길거리 퍼포먼스가, 신포동 소극장 ‘떼아뜨르 다락’에서는 예술대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의 통통 튀고 상큼한 그러나 진정성과 열의가 느껴지는 뮤지컬 갈라쇼가, 음악클럽 글래스톤 베리에서는 열광적인 공연이, 만남의 쉼터에서는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청소년들의 힙합과 랩 공연이,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에서는 레알 청춘 영화제 일본애니메이션 영화 <컬러풀(カラフル)>의 상영과 H동에서는 i-신포니에타의 클래식 콘서트가, 거기에 공정여행 플레이플래닛과 함께하는 개항장 및 신포동 축제 현장 도보탐험과 지역 상인들이 제공한 푸짐한 상품을 가지고 진행하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까지 정말이지 빈틈없이 꽉 채우고 거침없이 질주해 버린다.

 비가 흩날리는 우중충한 날씨에도 끝까지 축제장을 지켰던 대다수의 청춘들과 소수의 마음만 청춘인 관객들이 서로 함께 어울려 신나는 야외 DJ 파티로 막을 내렸다.

 솔직히 재래시장과 청춘은 왠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다. 평소에도 젊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신포시장 한복판에서 차도를 막고 백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디제잉을 하며 춤을 추는 모습을 누가 상상해 봤을까? 이것저것 재느라고 애당초 생각조차 금기시하지 않았을까? 그들이 잘 놀 수 있는 축제를 스스로 만든다고 했을 때 누가 귀 기울여 줬을까?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즐거우니까 청춘’이라며 ‘팍팍한 이 세상에서 우린 즐겁게 살아간다’는 이 청춘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인천을, 신포동을 바꿀 수 있다’는 청춘들의 주동적인 의식은 어떤 권위와 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구경꾼으로 방관자로 묻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참여하여 그들만의 독자적인 문화와 행동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인천을, 신포동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힘들이 구심력이 되어 청춘들을 점점 더 많이 끌어 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더 큰 구심력을 만들어 낼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청춘들이 부럽다. 하지만 부러워하니까 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좋은 것이 있으면 그냥 부러워하는 거다. 애써 감출 필요도 스스로를 속일 필요도 없다. 그들의 좋은 에너지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래서 억지로 꼽사리라도 껴서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공존하는 신포동의 매력을 살려 서울의 홍대거리나 인사동 같은 인천의 문화거리를 만들고 싶다는 그들, 남들이 “인천 후진 동네잖아!” 라고 말하면 “좋아요 인천!”이라고 당당히 외치고 싶다는 그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인천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인천의 1세대”라 외치는 ‘인천 레알 청춘’들의 좌충우돌을 우리는 기꺼운 마음으로 죽 즐겁게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 아니 이왕이면 인천을, 신포동을 스스로를 응원하는 그들 속에서 춤이라도 춰봤으면 좋겠다.

 인천에서는 매년 100여 개가 넘는 축제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축제만큼 앞으로가 기대되고 흥분되는 축제는 단연코 없다. 이렇듯 내가 사는 지역을 기반으로 아주 소박한 희망에서부터 시작하는 작지만 소중한 지역축제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