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상상캠프는 우리가 가진 지식과 배움을 기쁘게 나누고 함께 성장하며 문제의식들을 공유하기 위해서 생겨난 ‘지역문화공동체’입니다. 조금 어렵죠? 이해를 돕기 위해 캠프의 역사를 소개하겠습니다. 시작은 자유예술캠프인데요. 자유예술캠프는 2009년 한예종 사태를 계기로 생겨난 대중학습축제입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학습, 탐구, 창작 활동들을 대학 밖에서 대중들과 함께 나누자는 운동으로 시작되어, 매 여름과 겨울, 서울의 유휴공간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강의가 열립니다. 이 운동은 곧이어 2010년 고려대 자유인문캠프로 그리고 2011년에는 부천 자유상상캠프로 각각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전개되었습니다.
그렇게 부천 지역에서 자유상상캠프라는 지식나눔 축제의 판을 벌리게 되었습니다. 작년 1월 2011겨울 자유상상캠프가 ‘도시를 상상하라’라는 슬로건으로 열리게 되었고, 이어 2011여름 자유상상캠프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위하여’가 7월에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4월 청년 지역문화 기획자 트레이닝 과정 1기에 참여한 청지기(청년 지역문화 기획자) 12명과 캠프기획팀 5명이 준비한 대망의 2012여름 자유상상캠프 ‘만들어진 도시, 깃들어갈 지역’이 열렸습니다.

도시, 지역, 청년
자유상상캠프의 세 가지 키워드입니다. 자유상상캠프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는 지역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로컬(local)의 반대말은 글로벌(global)이라지요. 부천은 도시고 수도권이지만 부천만의 특색을 가진 하나의 지역입니다. 그동안 부천과 같은 위성도시, 베드타운은 문화예술 판에서 소외되어 있었습니다. 서울에는 문화운동이 참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즐기러 서울로 가지요. 하지만 우리가 지내는 지역을 돌아보면 그저 자는 곳, 집일뿐입니다.
그 지역을 내가 사는 곳, 나의 삶의 터전으로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지요. 활동가들은 정작 나의 지역은 그냥 내버려두고 모두가 서울에 모여서 문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진짜배기 활동가라면 내가 사는 곳부터 살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한 문제의식이 자유상상캠프가 부천에 있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근데 이게 참 어렵습니다. 서울에서처럼 편하게 “캠프가 열렸습니다. 마음 있는 사람들 함께합시다”가 안 되는 거죠. 작년에 처음 자유상상캠프가 열렸을 때, 인기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강좌들은 폐강되고, 정성들여 준비한 시간은 외면당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지역에 말을 걸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부천에서는 부천을 찾을 수 있는, 부천만의 문화가 필요했던 것이었습니다. 더 조심스럽고, 예민한 감각을 가져야 했습니다. 먼저 부천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찾아가야 했습니다. 부천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의 캠프를 위해서 계속해서 이런저런 실험 중이지요. 더 자유로운 운영을 위해서 부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는 것을 중단하고, 직접 지역을 휘저으며 유휴공간을 찾고, 사람들을 설득시켜가는 중입니다.

내가 살아갈 문화 판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청년
올해에는 지역과의 연결을 넘어 청년들에게 말을 걸기 위해서 ‘청년 지역문화 기획자 트레이닝 과정 1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청년 커뮤니티 매개자라는 과정이 있었지만, 캠프 동안의 단기적인 만남이었기에 보다 가깝고 즐겁게, ‘자유상상캠프’답게 만나기 위해서 청년 지역문화 기획자 트레이닝 과정이 만들어졌습니다.

새로운 가치와 변화를 이끌어내는 창의적인 기획자로 성장할 기회라는 말로 청년들을 유혹했는데요, 그 결과 출신도 학력도 경험도 무척이나 다양한 청년 12명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청년들과 함께 맞이한 2012년 봄, 청지기들은 각자의 인생이야기도 풀어보고, 자신의 고민도 이야기하면서 캠프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4개월의 준비 끝에 드디어 7월, 2012여름 자유상상캠프 ‘만들어진 도시, 깃들어갈 지역’이 진행되었습니다.

만들어진 도시, 깃들어갈 지역
이 말은 ‘만들어진 전통’에서 시작된 것인데요. 내가 아닌 누군가가 주체가 되어 만들어진 도시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문화를 주입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깃들어갈 수 있는, 스밀 수 있는 그런 문화를 이루고자 하는 의미를 담은 제목입니다. 여기서 느껴지는 것이 자유상상캠프의 지역에 대한 태도입니다. 나의 고민이 없이, ‘기획’하여 만들어내는 것은 문화가 아니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문제의식, 내 고민에서 시작되어 함께 나눌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즐기는 것. 그것이 지역에 깃들어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유상상캠프의 프로그램은 레디(Ready), 점핑(Jumping), 투게더(Together) 이렇게 세 가지 섹션으로 진행됩니다. 레디는 지역에 이슈들을 모아 사람들과 함께 질문을 던지고 토론하는 포럼. 점핑은 그 질문들에 관한 지식과 질문을 나누고, 발전시키는 강의와 워크숍. 마지막으로 투게더는 플랫폼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레디와 점핑에서 던졌던 질문과 찾은 해답에 대한 구체적인 활동의 판이 열리게 됩니다.
이번 여름 캠프의 레디 섹션에는 청년자립포럼 ‘자립의 품격’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의 자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점핑에서는 5개의 강의와 워크숍을 준비했습니다. 메를로 퐁티(Merleau Ponty, 1908~1961)의 몸철학과 그것을 지역활동가의 태도와 연결시켜 강의한 조광제 선생님의 <지역활동가를 위한 몸철학>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해남에서 마음 내어 올라오신 박필수 선생님의 미황사 산사음학회 이야기와 문화도시연구소의 주대관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은 문화인류학 강의 <깃들과 묻어나는 마을공동체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서는 지역 활동이 또 하나의 폭력이 되지 않고 깃들어가기 위해서 활동가가 가져야 하는 태도와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사람과 사람이 만나기 위해서 필요한 소통과 협업에 대해서 워크숍으로 풀어내는 김미경 선생님의 <소통과 협업에 필요한 두 세 가지 것들>이 열렸습니다. 이 워크숍에서는 각자의 소통과 협업의 경험 속에서 협업에 필요한 몇 가지 요소들을 찾고 현실에서 활용할 방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전성실 선생님의 <나눔은 생활이다>에서는 나눔과 행복,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점핑에서는 지역에 대한 물음들을 구체화하고 경험자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투게더에서는 레디와 점핑에서 던진 이야기에 이어서 직접 움직이는 활동이 있었습니다. 자유상상캠프의 꽃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자립포럼과 이어지는 <일상다반사>와 <독수공방>은 청년살림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입니다. <일상다반사>에서는 자취생활에서 어려운 부분인 밥 문제를 혼자가 아니라 함께 풀어가는 방식으로 반찬계, 시장계를 찾았고, 그 준비를 하기 위해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쉐어하우스 <독수공방>에서는 독수공방(獨守空房, 혼자 지내는 방)을 벗어나 독수공방(篤秀公房, 도탑고 빼어난 우리들의 방)을 꾸리기 위해 우리들의 쉐어하우스를 상상하는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마을극장, 불금>에서는 캠프와 관계맺음 하는 사람들과 마을주민들을 초대해 이야기 나누고 맥주와 간식을 나눠 마시면서 영화를 즐기는 영화상영회를 진행하였습니다. 또 자유상상캠프의 소식들을 전달하는 웹진과 뉴스레터 <자유상상캠프 뉴스레터>를 통해 준비과정과 캠프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청기지 과정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진 <청년 지역문화 기획자 포럼 판케이크>와 도시에서 즐기는 캠핑인 <그레이 캠핑>을 마지막으로 캠프를 마무리했습니다.

문화의 연못에서 적소를 찾는 문화기획자
자유상상캠프 운동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멉니다. 부천은 크고, 사람은 많고,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하는 일도 많으니까요. 이번 캠프를 진행하면서 여전히 우리끼리의 판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캠프는 진행이 되었지만, 지역의 반응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은 것이지요. 지역이 진실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자유상상캠프와 닿을 수 있을지, 더 공부하고, 더 고민해야겠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도 깨알같이 움직여서 가끔은 절망적이고, 괴롭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해나갈 힘을 자유상상캠프에서 보았습니다. ‘행위’가 아닌 ‘사람’을 바라보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함께 하고자 하는 것. 자유상상캠프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고, 자유상상캠프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회고와 통찰을 통해서 새로움을 찾아갈 것입니다. 비록, 누군가의 눈에는 느려보일지 몰라도 지금 이곳에 이루어져야 할 일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잡고 가려고 일부러 천천히 가는 자유상상캠프의 모습이 앞으로도 고집스럽게 계속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