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분쟁
2012년 런던올림픽이 지났다. 큰 이목을 끌지는 못했지만, 남다른 시범종목 이벤트가 있었다. 요가이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요기^{요가수행자}들이 주경기장 앞에서 기묘한 몸부림을 선보였다. 요가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헌데 그 추진 주체가 이채롭다. 요가의 본고장 인도가 아닌 것이다. 인도는 도리어 반대하고 있다. 메달을 두고 경쟁하는 것은 요가의 본디 정신에 크게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요가의 올림픽 진출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전미요가협회는 물론 미국체육회도 전폭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시카고가 2016년 올림픽을 개최했더라면 수월하게 채택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요가대회가 열리고 있기도 하다. 올해는 32개국 대표 100여 명이 참가해 우열을 가렸다. 이들은 요가가 올림픽 종목이 되면 요가 중흥의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라 주장한다. 소수의 수행에 그칠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대중 스포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요가는 대성황이다. 현재 미국의 요가 인구는 2,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요가 월간지만 십여 개를 헤아리고, 학원 수강비와 비디오, 요가복, 요가매트 등 관련 산업은 5,700억 달러 규모이다. 요가 강사는 10만을 헤아려, 인도의 17만에 못지않다. 인구 비율로 따지자면 미국이 월등히 많다고도 하겠다. 기실 핫요가는 물론이요 하타 요가, 탄트라 요가, 아쉬탕가 요가 등 각종 요가의 명칭 또한 미국에서 고안된 것이다. 현재 미국의 특허청에 등록된 요가만 150여 개에 달하고, 요가원 상표는 2,000개를 넘는다. 그래서 수련법의 소유권을 다투는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맥요가(McYoga)의 거두로 비크람 초우드리(Bikram Choudhury)를 꼽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억만장자로, 핫요가 제국의 건설자이다. 저작권 분쟁의 중심에는 항상 그가 있다. 26개의 동작과 두 개의 호흡으로 구성된 1시간 30분의 표준적 수련법을 창안한 원조인 탓이다. 자세뿐 아니라 요가원의 온도(41도)와 습도까지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그래서 전 세계의 비크람 요가 학원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환경에서 동일한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논쟁은 “요가 투 더 피플(Yoga to the People)"이라는 요가 보급 운동으로 촉발되었다. 온도를 낮추고, 수강료는 1/3로 대폭 인하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덜 힘든 조건에서 요가를 보급하겠다는 취지다. 허나 비크람은 이들을 고소했고, 손해배상과 등록 말소를 요구했다. 핫요가는 반드시 자신이 정해둔 동작과 온도와 습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엄연한 지적 재산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실은 전미요가대회를 만들고, 요가의 올림픽 종목 채택 로비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 역시 비크람이다. ‘요가의 미국화’를 이끈 장본인이라 하겠다.

반문화에서 다문화로
비크람이 미국으로 건너와 LA에 첫 학원을 차린 것은 1974년이다. 당시 적지 않은 요기와 구루요가지도자가 미국을 찾았다. 1960년대를 뜨겁게 달구었던 68혁명과 반문화(counter-culture)의 영향 속에서 인도인들의 미국 진출이 활발해진 것이다.
당시 반문화의 추세는 크게 둘로 대별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 호치민(Ho Chi Minh, 1890~1969), 체 게바라(Che Guevara, 1928~1967)로 상징되는 제3세계 사회주의에 대한 열광이다. 미국뿐 아니라 소련의 ‘적색 제국주의’와도 척을 지는 비서구 영웅들이 68혁명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에 반해 서구의 물질만능주의에 반감을 품은 히피들은 개인의 영성을 고양하는 동방 종교에 감응했다. 전자는 세계의 혁명을, 후자는 개인의 혁명을 꿈꾸었던 셈이다. 전자의 흐름이 탈식민주의, 탈근대주의 등 대학에 기반을 둔 고급담론의 변화를 촉발한 반면에, 후자의 흐름은 시장과 접속하여 ‘뉴에이지’(New Age)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낳았다. 허브가 널리 보급된 것도, 불교와 요가가 인기를 끌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이다. 영성, 웰빙, 힐링 등 ‘대중문화의 종교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은 비틀즈(The Beatles)였다. 존 레논(John Lennon, 1940~1980)과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등은 직접 인도를 찾기도 했다. 만트라^{반복해 외우는 주문}와 구루 같은 어휘들이 유행하고, 호흡과 명상은 깨달음의 비법으로 널리 퍼졌다. 비틀즈가 스승으로 모셨던 마하라쉬(Maharishi Mahesh Yogi, 1917~2008)도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는 영국과 미국을 누비며 강연 여행을 다니느라 분주했고, 각종 잡지와 TV 토크쇼에서 그를 접할 수 있었다.
이는 1970년대 이후 탈 혁명, 탈정치 분위기와도 딱 들어맞았다. 저마다 내면과 자아를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아 개발’, ‘자기 관리’ 등 신자유주의의 수사학은 기실 뉴에이지운동의 후속물이기도 하다. 서구의 자본주의가 동방의 종교를 기민하게 소비하여 68혁명의 파고를 타고 넘은 것이다. 반문화의 거점이었던 캘리포니아는 이 다문화(multi-culture)로의 전환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더라도 전통 요가의 꼴은 유지되었다. 여전히 신성과의 합일에 도달하는 호흡과 명상이 강조되었다.
각종 자세를 취하는 것은 요가의 1/8에 그쳤다. 그 1/8의 동작이 요가의 모든 것으로 바뀐 것은 극히 최근이다. 몸을 가꾸는 데 방점이 찍힌 ‘미국식 요가’가 전면화된 것이다. 그 변화를 상징하는 이가 마돈나(Madonna)이다. 1998년 발표한 마돈나의 음반 《레이 오브 라이트Ray of Light》는 3개의 그레미상(Grammy Awards)을 수상하고, 2천만 장이 팔려나간 히트작이다. 이 음반에 실린 오리엔탈풍 노래에서 그녀는 산스크리트어를 암송한다. 힌두교와 불교에 심취했음을 알리고, 매일 요가를 수련한다고도 밝혔다. 요가가 MTV미국의 음악 전문 케이블 네트워크와 할리우드의 주류 문화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마돈나와 조우함으로써 요가는 이제 아름다움과 젊음을 가꾸는 비법이 되었다. 헬스클럽에서 에어로빅을 밀쳐내고 요가가 그 자리를 꿰차게 된다. 점차 명상은 줄고, 심박 수를 늘리고 땀을 흘리는 동작들이 강조된 것이다. 일종의 피트니스가 된 것이다.

 
New Age?
요가는 그 자체로 독특한 스펙터클을 연출하기도 한다. 공원과 해변에서 수천의 엉덩이가 하늘을 향해 일제히 치솟는 풍경을 심심찮게 목도할 수 있다. 야외 요가 수련이 일대 유행인 것이다. 이 새 천년의 현상에는 명품 요가 브랜드 룰루레몬(Lululemon)이 한몫 했다.  
룰루레몬이 창립한 해는 마돈나의 음반이 발표된 1998년이다. 현재 북미와 유럽, 아시아 각국에 14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다. 현 CEO 크리스틴 데이(Christine Day)는 스타벅스에서 20년간 경력을 쌓은 베테랑 경영자이다. 지난해 포춘(Fortun)이 실시한 ‘독자들이 선정한 올해의 CEO’로 등극하기도 했다. 스타벅스의 ‘커피로 여는 아침’의 이미지 마케팅을 옮겨와 ‘건강을 입는 옷’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굳혔다.
룰루레몬의 슬로건은 ‘세상을 평범함에서 구하고 위대함으로 이끈다’이다. ‘작은 진리를 매주 고객들에게 전하는 기업’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매주 홈페이지를 통해 ‘이 주의 어록’을 발표하고 있다. 대저 인도 현자들의 잠언들이다. 매점에서도 차별화는 이루어진다. 요가 강사로 꾸려진 직원들은 ‘선생님(Educator)’이라 불리며, 고객은 ‘내빈(guest)’이라고 한다. 요가로 맺어지는 일종의 ‘아쉬람’ ^{요가수행공동체}을 꾸린 셈이다. 수백, 수천이 모이는 야외 요가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하겠다. 그래서 대부분이 룰루레몬을 입고 참여한다. 에브릴 라빈(Avril Lavigne)도, 브룩 쉴즈(Brooke Shields)도, 케이트 윈슬릿(Kate Winslet)도 모두 룰루레몬을 입는다.
허나 이들이 순전히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며 ‘룰루레몬 중독자’(Lululemon Addict)를 자처하는지는 의문이다. 룰루레몬은 엉덩이와 몸매를 예쁘게 돋보이게 해주는 체형보정기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한 벌에 100불이 넘건만, 불티나게 팔리는 까닭이다. 룰루레몬을 입고 요가를 하는 늘씬한 몸매가 어느새 영성적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구별짓기’의 징표가 된 것이다. 이렇게 1960년대 반문화의 조류로 출발한 요가는 다문화의 한 요소가 되었다가 이제는 소비문화의 정점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히피가 여피가 되어갔듯, ‘뉴에이지’가 새 시대를 열어젖힌 것 같지는 않다. 과연 문화의 전파란 ‘토착화’를 거치기 마련이다. 이곳은 진정 미국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