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전쟁과 관련이 매우 깊은 지역이다. 전근대에는 강화도를 중심으로 전쟁과 항전이 일어났고, 근대 이후에는 인천해역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몽골의 침략을 피하여 고려가 강화도로 수도를 옮겨 항전을 한 이래, 16세기 말 17세기 전반에는 강화도가 일본과 청의 침략을 피하여 재기할 수 있는 피난처로 인식되어 그에 맞는 국방체제가 갖추어졌다. 그렇지만 200여 년의 평화 속에서 방어체제가 이완된 사이 프랑스와 미국의 함대가 강화도를 공격해 왔고, 그 지점을 놓치지 않고 일본이 포함외교를 모방하여 강화도 불평등조약을 통해 개항을 강제했다. 개항 후 동아시아 판도의 변화를 초래한 청•일•러의 전쟁은 인천해역의 청일 풍도해전과 러일 제물포해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950년 월미도를 통해 들어온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의 분수령이었다. 최근의 서해교전, 연평해전, 천안함 사건은 오랜 염원에도 불구하고 인천해역을 ‘평화의 바다’가 아닌 ‘분쟁의 바다’로 만들고 있다.

『세계사를 바꾼 인천의 전쟁』은 인천을 무대로 일어난 이러한 ‘세계사적’ 전쟁의 내용을 장을 구분하여 체계적으로 잘 정리하고 있다. 역사적 내용을 소개할 뿐 아니라 여러 학자들의 상반된 견해도 중계형식으로 읽기 좋게 정리해주고, 또 지역전문가들과 함께 현장답사를 통해 생동감을 높이고 오류도 바로 잡고 있다. 최초로 인천지역 전쟁사의 체계를 갖춘 단행본이라 하겠다. 이번 학기 ‘인천지역사’ 강의를 전쟁을 테마로 진행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2011년 ‘세계의 전장 인천, 평화를 말하다!’라는 경인일보의 연중 연재를 일일이 챙기지 못한 아쉬움을 체계 잡힌 이 한 권의 단행본으로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2001년 『격동한세기 인천이야기』(2008년 증보)가 경인일보 특별취재팀에 의해 신문에 연재된 후 단행본으로 발간되었을 때, 그것은 인천지역을 무대로 하여 한국근현대사 100년을 종횡으로 세워 동시대 인천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의미를 지녔다고 생각했다. 이번 800여 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 ‘인천지역을 무대로 한 한국의 전쟁’을 전문가의 기고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취재에 나선 것은 이전처럼 주제를 역사문제가 아닌 ‘지역문제’라고 인식한 때문으로 생각된다.

『세계사를 바꾼 인천의 전쟁』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가? “인천의 800년 전쟁 역사는 역설적이게도, 인천의 평화가 한반도 전체로 이어지고, 그것은 더 나아가 평화를 관통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계시한다”고 결론지었지만, 과연 평화는 어떻게 오는 것인가? 인천지역에서 일어난 전쟁이 세계사의 판도를 바꿀 만큼 큰 영향을 끼쳤다는 표제어를 역사의 현장이 된 ‘지역’에 대한 자부심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국가사나 세계사의 관점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장소의 의미, 주민의 삶이 더 중요해진다. 전쟁을 일으킨 책임자도 아니면서 전쟁의 참화를 온몸으로 받아 삶의 뿌리를 송두리째 빼앗긴 지역의 백성, 지역의 주민들을 중심으로 역사를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역주민이 소외된 전쟁의 역사는 전쟁의 평화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지역공동체의 체험과 기억을 앞세워, 세계사, 국가사에서 소외된 지역주민을 주체로 하여 기록하는 전쟁의 역사야말로 강력한 반전(反戰)의 기지가 될 것이다.

병자호란 때 청과 조국 사이를 넘나들며 귀속처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안추원, 6•25전쟁에서 남한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포로가 된 박종은, 수많은 안추원과 박종은을 통해 주민의 삶과 희생을 드러내는 작업이 요구된다는 점을 이 책의 에필로그는 자각하고 있다. 인천해역의 평화를 기원하는 ‘방법으로서의 지역사’를 모색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