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말 기존의 서울시청사를 새롭게 리모델링하여 개관한 서울도서관이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개관 후 약 50일이 지난 지금도 하루 평균 만 명 내외가 방문하고 있다고 하니 나라의 대표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의 하루 평균 이용자가 2,700명임을 생각하면 시민의 호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러한 서울도서관의 성공적 개관의 요인으로 가장 핵심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뛰어난 접근성이다. 인구 이동이 많은 도심에 자리하고 있으며,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통해 매우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공공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판단된다. 이는 소장자료의 질과 양 및 도서관 역사에 있어 최고를 자랑하는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의 대중교통을 통한 이용이 결코 쉽지 않음을 고려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하지만 서울도서관 개관은 이 같은 시민의 뜨거운 호응과 더불어 다소 차원을 달리하여 그 의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가장 중심적 공간이 도서관 개관을 통해 비로소 시민에게 되돌려졌다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서울도서관은 2008년까지 서울시청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을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2년의 공사기간과 당시 돈 약 45만 원의 공사비가 소요되어 1926년 준공된 이 건물은 식민지 조선의 수도 경성의 모든 행정을 총괄하는 경성부청이었다. 즉 1926년부터 2008년까지 82년간 이곳은 시민이 아닌 관리, 즉 공무원들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1926년 이전에는 어떠했을까. 조선시대 이곳은 각종 무기를 제조하던 군기시(軍器侍)가 자리하고 있었다. 군기시는 1884년 폐지되었는데, 이후 이곳은 궁궐의 수비나 호위를 담당하던 숙위소(宿衛所)/숙영소(宿營所)로 사용되었다. 군대가 사용하던 이곳은 1910년대 들어 언론기관이 새로운 주인으로 등장한다. 1910년대 식민지 조선의 유일한 중앙일간지이자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경성일보>/<매일신보^{><매일신보>는 <경성일보> 편집국 산하에 있었음}가 이곳에 자리한다. <경성일보>/<매일신보>는 1923년 25만 원을 받고 이곳을 경성부에 양도하게 되는데, 한일강제병합 직후 식민지 언론정책을 총괄하는 관제언론이 이곳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무기제조 관청에서 군대 주둔지로, 관제언론, 부청/시청사로 사용된 이곳은 지배자들을 위한 곳이었거나 행정의 중심지였다. 수도 한복판에 위치한 이곳이 21세기 들어 도서관이라는 문화공간의 모습으로 비로소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서울도서관 개관은 바로 시민이 비로소 이 장소의 주인이 되었다는 점에 그 최대 의의가 있다.

 행정의 중심지에서 도서관으로 탈바꿈한 이곳은 한국 근대소설사와도 깊은 연관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이는 이곳이 경성부청으로 사용되기 이전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한말 최대의 항일민족지였던 <대한매일신보>의 후신이며 오늘날 <서울신문>의 전신이기도 한 <매일신보>는 1910년대 유일한 한국어 일간지였으며, 장편소설이 게재될 수 있었던 유일한 매체였다. 흔히 ‘이수일과 심순애’로 알려져 있는 『장한몽』(1913), 『몽테 크리스토 백작』과 『레미제라블』의 번안작인 『해왕성』(1916~1917), 『애사』(1918~1919) 등 번안소설과 이광수의 『무정』(1917) 등이 1910년대 <매일신보>에 게재되어 낙양의 지가를 올린 작품들이다. 특히 한국 근대소설사가 거둔 최대 성과의 하나인 이광수의 『무정』이 바로 이곳에서 발표되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서울도서관이 자리한 이곳이 한국 근대문학사에 있어 매우 특별한 공간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오늘날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녀 삼각관계도 바로 이곳에서 시작되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식민지 시대 최대의 베스트셀러였던 『장한몽』에서 비로소 ‘김중배-심순애-이수일’이라는 삼각관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서울도서관의 또 다른 특징이자 의의는 개방성/개방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처음 도서관에 들어갈 때부터 다른 공공도서관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출입증이나 좌석표를 발부받지 않아도 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른 도서관 입구는 대개 지하철 개찰구와 같이 되어 있어 출입증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뒤에야 입관이 가능하다. 또한 국립중앙도서관은 이러한 시설 외에도 개인 짐은 필기구나 노트북 등을 제외하고는 일체 소지하고 입장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하지만 서울도서관은 출입증 확인이나 개인소지품 불허 등의 제약 없이 단순히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물론 서울도서관에도 회원증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료의 대출과 정보검색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일 뿐 도서관 이용 자체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러한 출입증 제도는 이 도서관에 독서실과 같은 개별 열람과 학습이 가능한 열람실이 없다는 사실과도 연결된다고 생각된다. 좌석의 사석화 문제가 늘 말썽이 되는 열람실을 아예 설치하지 않음으로써 누구나 편하게 방문하여 자료와 정보를 이용한다는 도서관 본연의 목적에 보다 충실하고자 한 시도인 것이다. 이 같은 서울도서관의 개방성은 대부분의 공공도서관들이 취업이나 자격증 취득 등을 위한 독서실로 전락한 현실에서 더욱 뚜렷하게 부각된다.

 또한 서울도서관에서는 탁 트인 시각적 개방감을 맛볼 수 있다. 서울도서관은 서울광장을 바로 앞에 두고 있다. 1897년 대한제국의 선포와 함께 조성된 서울시청 앞 광장은 시청에 앞서 2004년 서울광장으로 시민들에게 되돌려졌다. 도서관 외관은 행정관청으로 지어진 건물인 탓에 무겁고 중후한 느낌을 주지만, 열람실 창을 통해 비치는 광경은 도심 한복판임에도 시원한 개방감을 맛보게 해준다. 이 같은 느낌은 관내 공간이 기능과 용도별로 명확히 구획되어 있지 않은 점과 맞물려 훨씬 크게 다가온다. 이는 어린이 코너가 따로 벽과 문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1층과 2층이 내부 계단과 거대한 서가로 연결된 점에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소음으로 인한 이용자들의 민원 요소도 될 수 있지만, 도서관이 단절되고 닫힌 공간이 아닌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더구나 고층빌딩이 즐비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맛보는 이런 시원스런 개방감은 보다 그 의미가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서울도서관의 개방성은 단지 공간적인 특성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서울도서관은 일반이용자뿐만 아니라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도 열린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접근이 편리한 1층에 장애인열람실을 따로 설치한 점과 열람실 내부 시설이 장애인들을 위해 매우 세심하게 배려된 것이 돋보인다. 점자도서와 촉각도서 등 1,100여 종의 자료와 독서확대기, 점자키보드 등, 외에도 대면낭독실과 수화영상실이라는 공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대면낭독실은 시각장애인들도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인데 자원봉사자들이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있다. 수화영상실은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곳으로 수화로 책을 읽어주는 영상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개관 초기이고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인지 이용자는 아직 많지 않지만 장애들인도 편하게 책을 읽고 정보를 얻을 수 있게 꼼꼼히 배려한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근대건축물이자 기존의 행정관청을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여 서울의 대표도서관으로 개관한 서울도서관은 여러 면에서 의미 깊은 공간이다. 근대건축물 특유의 중후한 모습이 곳곳에 보존되어 있으면서 밝고 산뜻하게 꾸며진 내부 공간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서울도서관은 근대건축물의 보존과 현대적이고 보편적인 활용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어린이들로 인한 소음문제는 따로 공간을 구획하는 것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어린이들이 공공장소에서의 예의/예절을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발상을 전환하여 해결책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했다. 채워야 할 나머지 절반은 모두의 지혜를 모은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