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남(石南) 이경성(1919~2009) 타계 3주기에 즈음한 추모 형식의 〈李慶成, 그 사람>전이 2012년 인천문화예술 대표인물 조명사업의 일환으로 인천문화재단과 인천시립박물관의 공동 주최로 개최되었다. 사진•저서•기고문•〈사람〉 연작•인천 관련 글 등 200여 점의 자료를 통해 그의 삶의 궤적을 재구성한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그 사람, 美의 유목민’에서는 이경성의 삶의 발자취를 조명했고, 2부 '그 사람, 그리움의 궤적'에서는 종이에 먹과 펜으로 그린 그림 연작을 통해 그의 삶과 예술의 화두가 ‘사람’이었음을 소개했다. 3부 ‘그 사람, 인천에 이르는 두 갈래의 길’에서는 한국의 미와 한국의 근대를 재인식하게 한 장소였던 인천과 그의 만남을 다루었고, 4부 ‘그 사람, 관장 이경성’에서는 1945년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 박물관인 인천시립박물관의 개관 과정에서 초대 관장이었던 그의 핵심적인 역할과 인천 고적 조사의 업적 등을 기렸다.
1919년 인천 화평동에서 태어난 이경성은 일본 유학 시절 법학에서 미술사로 전공을 바꾼 뒤 박물관•미술관의 관장, 미술평론가, 대학교수, 미술사가, 도서관장, 문화행정가, 재단이사장, 화가 등 미술 분야의 광범위한 영역을 넘나들면서 각각의 분야에서 선구적 위상을 평가받아 왔다. 따라서 그의 삶과 업적은 특정 분야 혹은 직업적 정체성의 측면에서 제한적으로 접근되었을 경우,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번 전시가 총 4부로 나누어 인간, 화가, 미술사가, 미술행정가로서 그의 다각적인 면모를 다룬 것도 한국 미술계에서 그의 위상이 차지하는 이런 특수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는 도록에서 밝히고 있는 “평생 동안 갈등했던 ‘이상과 현실’ 내지 ‘충족과 상실’의 되풀이를 모티프로 하여, 이경성의 ‘현실’ 속 ‘그 사람’과 ‘이상’으로서의 ‘그 사람’의 길항 관계를 그의 유품과 작품들을 통해 조명하고, 현실과 이상을 화해시키려던 시도의 하나로서 이경성이 인천과 맺었던 관계의 양상을 살펴보고자”하는 기획 의도를 충분히 드러내는 데 형식과 내용에서 한계를 지녔던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형식적인 면에서 각각의 부분들은 기획 의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총합이 되기에 유기적이지 못했다. 한정된 공간 안에 펼쳐놓은 성격이 다른 방대한 자료들과 군데군데 붙여놓은 전시 설명, 그리고 화분으로 겨우 공간을 구분해 관객들이 포토 존으로 오인하기도 했던 허술하게 재현된 집필실 등은 그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관객들에게 그를 ‘그들’로 오해하게 할 만큼 산만한 것이었다. 또한 내용적인 면에서도 미술사학자이자 미술행정가로 활동하면서 “권력에 대한 예술의 저항, 예술과 제도의 화해, 예술 담론의 개시와 종결의 방법, 예술에 있어 삶의 리얼리티와 시대의 리얼리티의 역사성과 초월성”¹⁾ 등을 문제의식으로 삼았던 그의 선각자적 입장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에 턱없이 미흡한 것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적극적으로 조명되지는 않았지만 이경성의 존재를 상징하는 수식어는 ‘한국미술비평의 선구자’이다. 한국미술비평의 태동기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공간으로 이어진 시기이었다. 그가 미술평론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한 것은 한국미술비평이 평론 활동을 펼치던 윤희순(尹喜淳, 1902~1947)이 타계하고, 김용준(金瑢俊, 1904~1967), 김주경(金周經, 1902~1981), 길진섭(吉鎭燮, 1907~1975), 박문원(朴文遠, 1920~1973) 등이 월북하고, 한국미술비평계의 층위가 두터워지던 1960년 이전 남한 미술비평의 침체기이었다.²⁾ 그가 서울신문에 「미술비평의 과제」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한 것은 그가 창립회원으로 참여한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발족하던 1956년이었다.

 
미술 비평의 과제는 “첫째, ‘만들어진 것만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만들어야 할 것’도 문제 삼아야 한다. 둘째, ‘문제 삼아야 할 것’은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하겠지만 ‘문제 삼지 말아야 할 것’은 묵살하는 것이 좋다. 셋째, ‘어떻게 그려야 하는가’란 문제와 결부된 기술비평으로부터 ‘무엇을 그려야 하는가’란 문제가 현대미술에서 긴요하므로 미술평론가는 문명비평가가 되어야 한다.
 

한국 미술계의 선구자 혹은 개척자라는 이경성의 기존의 평가를 확인하기보다는 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확보하는 것, 현장과 이론을 넘나들었던 그의 담론과 실천에서 본격적으로 논할 부분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 그의 업적을 어떻게 추모할 것인가와 더불어 무엇을 기릴 것인가를 사유하는 것, 〈李慶成, 그 사람展> 이후 이경성의 타계 4주기에 앞서 미술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1950년대 이미 그가 언급한 미술비평의 과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