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문화부가 후원하고 타이베이 국제서적전람회 기금회가 주관하는 <2013 타이베이 국제 서적 전람회(TIBE, 2013.1.30~2.4)>; 이하 'TIBE') 가 얼마 전에 막을 내렸다. 올해로 21회째를 맞은 이 전람회는 아시아 문화출판의 성대한 잔치로, 올해는 국내•외 737개 출판사가 2,112개 부스를 통해 6일간 각국의 출판현황과 독서추세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우선, ‘테마 전시구(展示區; 전시관)’를 간략히 소개하면  ‘국제관’에는 프랑스관, 미국관, 독일관, 호주관, 일본관, 홍콩관, 한국관, 핀란드관, 페루관, 터키관, 체코관, 덴마크관, 뉴질랜드관 등이 마련되어 각 나라의 특색 있는 출판물이 전시되었다. 또 ‘타이완 출판테마관’에서는 한 해 동안의 좋은 책을 회고하는 ‘전람회상 테마관’과 감상실과 낭독실을 갖춘 ‘디지털관’, ‘영화관’이 설치되어 보는 독서에서 탈피해 직접 손으로 만지며 읽는 체험을 할 수 있게 배치했으며, ‘애니메이션 테마관’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대가를 초청하여 강연을 진행했다. 그리고 다년간 전람회의 관심을 모았던 ‘코스프레(Cosplay) 대회’도 열렸는데, 이번 대회는 일본에서 열릴 ‘세계 코스프레 대회’의 타이완 예선전으로 더욱 많은 관심을 끌었다. 또한 20만 책의 판매부수를 가진 일본 베스트셀러 『심야식당』을 주축으로 한 ‘미식(美食) 애니메이션 테마관’과 타이완의 독창적인 애니메이션 작품을 전시한 ‘애니메이션 타이완 전시구’가 마련되어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호응을 끌어내었다. 여기에 ‘어린이 책 전시구’와 ‘문구 전시구’에서는 움직이는 아동그림책과 인형쇼 등을 준비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했다. 나날이 주목 받고 있는 디지털출판 분야는 올해도 예외 없이 각국의 출판물들이 전시되었는데, 아시아 각국의 업자들이 참여하여 기술을 비롯해 내용과 규격, 시장과 판매 형식 등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을 진행했다. 또 작년에 이어 ‘화문(華文) 출판과 영상매체 전시구’를 마련하여 문화 창의 산업의 원천인 출판업을 영상매체와 결합시켜 진일보한 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었다.

전람회를 주최한 타이베이문화부와 TIBE기금회에 의하면, 2013년 타이베이 서적 전람회의 가장 큰 특징은 국제교류가 예년보다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이라고 한다. 참가국도 70개 국으로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지역도 아프리카, 남미,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각지로 확대되었고 발트해 국가인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도 처음으로 참가했다. 올해의 주빈국인 벨기에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출판사와 편집인이 대거 참가했으며, 판권회의를 통한 판권교역이 대폭적으로 증가하여 서적 전람회가 명실상부한 문화교류와 민간외교의 무대임을 입증하였다.

또한 이번 서적 전람회는 타이완 출판시장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기회였다고 한다. 세계 화문(華文)시장에서 타이완은 중국에 비해 언론과 출판의 완전한 자유가 보장된 곳인데, 다양하고 수준 높은 화문서적의 출판과 유통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전람회에서는 아시아권과 세계 화문시장을 겨냥한 전시와 편집인 좌담회의 개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입지적 조건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다음으로 이번 전람회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의 엄숙한 출판물에 비해 가볍고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輕)소설이나 만화, 애니메이션 분야가 많이 전시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타이완에서 창작한 애니메이션의 상영과 소개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의 시선도 집중시켰는데, 전통적인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한 애니메이션이 올해의 주류적 경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불어 올해는 특히 출판문화에 대한 국제적인 교류와 이해뿐만 아니라 서적 전람회의 또 다른 목적인 독서경험과 독서의 즐거움을 홍보하고 나누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각종 사회단체와 연계하여 자원이 빈약한 낙후된 지역 어린이 280명을 초청하여 전람회 참관 기회를 제공하고 서적구매를 할 수 있는 티켓을 제공하여 독서의 즐거움을 타이완 곳곳으로 확대하고자 하였다. TIBE 집행장은 앞으로도 이러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여 독서활동의 확대와 독서경험을 나누는 기회를 늘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외에도 우수한 북 디자인(Book design)을 뽑는 황금나비상과 타이완 출판업계의 추세를 잘 보여주는 서적에 수여하는 전람회상을 마련, 출판인을 격려함과 동시에 출판업계의 성장을 촉구하는 기회도 만들었다. 황금나비상은 전반적인 도서의 미술, 장정 디자인에 대해 수여하는 상으로, 한 해 동안 출판된 서적 중 우수한 디자인에 대해 문자책 종류와 그림을 포함한 문자책 종류로 나누어 각각 금상, 은상, 동상과 5개의 명예상을 수여하였다. 그 동안 황금나비상을 받은 디자인이 다른 국제적인 대회의 출판 디자인상도 받는 등, 20여 년간을 거치며 쌓은 타이완 출판문화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전람회상은 한 해 동안의 출판추세를 잘 드러내면서 창의성을 가진 서적에 수여하는 상인데, 소설류와 비소설류로 나누어 수상을 한다. 이는 번역 서적이 범람하는 타이완의 현실에서 자국 작가의 독창성을 격려하는 의미가 크다 하겠다. 동시에 이러한 상을 만들고 줌으로써 독서활동을 확산시키는 전람회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각국 출판문화의 상호이해, 편집인 교류, 판권교역 등 국제교류의 시각에서 <2013 타이베이 서적 전람회>를 본다면 한국과 타이완은 질적, 양적인 교류가 상당히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한국관의 규모도 역대 전람회보다 넓어진 데다 50여 명의 전문 출판인이 참가했으며, 판권 교역의 실적 또한 대폭 증가했다. 그리고 이것을 기회로 삼아 올해 6월19일부터 23일까지로 예정된 <서울 국제 북 페어(SIBF 2013)>도 소개되었다.
또한 최근 타이완의 저명 출판사인 ‘맥전(麥田)’에서는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번역•출간했다. 이를 계기로 공지영 작가를 초청해 여러 차례의 강연, 좌담회와 기자 간담회, 인터뷰가 타이완에서 이루어졌고, 현지의 영향력 있는 잡지 등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함에 따라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었다. 특히 두 권의 소설에서 보여준 지도층의 비리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그리고 사형제 존폐 문제 등 공지영 소설의 사회성이 큰 주목을 받았는데, 마침 타이완에서 발생한 특정 사건과 맞물려 사회적으로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공지영 작가가 발언한 소설가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사회 정의에 대한 추구 등으로 말미암아 타이완에서는 소설의 주류적 내용에 대한 반성과 작가의 사회적 책임이 의제로 떠올랐고, 이에 대한 반성과 관심을 촉발시켰다. 이에 따라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거니와 타이완 당대 문학에 대한 토론의 기회도 만들어졌다. 타이완의 문학잡지인 『연합문학(聯合文學)』은 4월 ‘한국당대문학특집’을 마련하여 오늘날 한국문학의 경향과 추세에 대한 소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최근 한국소설문학에 대한 타이완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출판사는 앞으로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 『뿌리 깊은 나무』 등을 번역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도 재작년에 출판되었으며, 그 전에 번역된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 한국문학작품의 번역과 출판이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90년대 이후 대중문화인 ‘한류’의 강력한 영향력에 비해 한국문학에 대한 타이완인의 관심은 거의 찾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의 이러한 추세는 문학작품뿐 아니라 한국 교양서적의 번역과 출판으로 이어지는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이미 케이팝(K-Pop)이나 드라마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하게 확산되고 있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비교적 큰 규모와 영향력을 갖춘 출판사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한류로 인한 한국어 학습 붐으로 인해 한국어가 고등학교의 제2외국어로 채택되는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한국문학과 문화에 관심을 갖는 독자층도 꾸준히 형성되고 있다고 보인다.
양국의 유사한 역사 경험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양국이 동질적인 문제와 고민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타이완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문화교류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하며, 특히 문학작품과 교양서적을 통해 대중문화의 소비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좀 더 진지한 한국의 모습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이번 서적 전람회를 통해 타이완 사회에 확산되었으면 한다.
필자가 <2013 타이베이 국제 서적 전람회>를 참관하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중국과의 문화적 교류가 날로 밀접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전람회 사상 최초로 간체자 서적을 전시하는 ‘간체관’을 설치하여 5만 권의 중국 서적을 전시하는 등 중국의 출판 현황에 대한 이해와 양안 간의 출판인 교류에 새 장을 열었다. 양안 간 민간차원의 문화교류는 그 동안 끊이지 않고 지속되어 왔고 중국문학작품 역시 타이완에서 출간되어 왔지만, 최근 이에 그치지 않고 중국에서도 타이완문학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의 타이완 문학작품의 출간은 작년의 경우 유명작가들에 한정되었다면, 올해는 최근뿐 아니라 이전의 창작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이 열기는 2008년부터 시작되었는데, 당시 외성인(外省人) 작가들에 국한되었던 것이 지금은 타이완 본토 출신인 본성인(本省人) 작가와 신세대 작가에게까지 확대되었다.

작년의 경우 타이완 작가의 중국왕래는 더욱 빈번하게 이루어졌는데, 베이징과 상하이뿐 아니라 시안(西安), 광쩌우(廣州), 난징(南京) 등에 머물고 있는 타이완 작가들도 다수 있으며, 양안의 당대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학술토론회도 갈수록 빈번하게 개최되고 있다.
타이완 문학의 중국 진출은 서로 다른 문화배경과 30년 이상 빨리 진행된 타이완의 도시화가 이루어낸 글쓰기 풍격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령 중국 작가들이 줄거리 위주의 서사에 치중하고 있을 때, 타이완 작가들은 형식과 기교에서 훨씬 앞서 있고 문학성과 예술성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면은 그 동안 중국으로의 진출에서 두 가지 난점을 초래해 왔는데, 하나는 이를 소비할 수 있는 독자의 자질과 수준이며, 다른 하나는 출판사 혹은 편집인의 소양 문제이다. 이로 인해 더욱 많은 양질의 타이완 문학작품이 소개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어 왔지만, 이번 서적 전람회를 통한 교류로 타이완 출판문화와 환경에 대한 인식은 물론, 작가와 작품의 상호 소개로써 양안 민중들이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을 가졌음을 인식하고, 공통적인 문화 공유자로서 친밀감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