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메오 카스텔루치(Romeo Castellucci)의 <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얼굴의 컨셉에 대하여(On the Concept of Face, regarding the Son of God)>가‘페스티벌 봄’의 개막작으로 올라갔다. 60여분 가량의 퍼포먼스로 진행된 이 작품은 시각적 감각을 강렬히 자극하는 점에서‘시각예술’에 가깝게 이해되기도 한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뒷벽에 거대하게 자리한, 르네상스 화가 안토넬로 다 메시나(Antonello da Messina, 1430~1479)의 예수의 초상 이미지 외에도, 확실히 작품은 매 장면의 순간마다 구도와 색감, 심지어 배우의 행위까지 한 폭의 회화처럼 풍부한 감성을 자극하는 앙상블을 보여준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및 그의 팀의 주요 인물들이 회화 및 조각 등을 공부한 이들이란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확실히 주로 배우의 모사에 의한, 서사 이어가기에 의해 어떤 정서를 전달하는‘전통적인’ 연극 작품과는 달리, 감성과 이성을 자극하는 무수한 정보를 단숨에 표현하는 특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따라서 그것은 충격의 효과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카스텔루치의 <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얼굴의 컨셉에 대하여>는 웅장하며 질감이 뛰어난 비주얼을 통해 우리의‘눈’을 한층 섬세하며 예민한 자극의 세계로 안내한다. 마치 사진, 영상, 컴퓨터 등의 매체의 발달에 따라 시각적 감각의 확장을 이룬 오늘날의 우리의‘눈’에 다가가 말을 걸려는 듯이 말이다.

더럽혀진 공간 속에 떠오르는 질문과 세 가지 액션

 작품은 세 장면으로 이뤄져 있다. 늙은 아버지의 대변 묻은 기저귀를 갈며 아버지를 돌보는 아들의 드라마, 무대 뒷벽의 예수의 초상 이미지에 수류탄을 던지는 아이들(전문 배우가 아닌, 우리나라의 5세에서 7세 정도의 일반 어린이들이 출연한다. 이미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공연된 바 있는 이 작품은 늘 해당 장소의 어린이들을 기용한다고 한다), 예수의 초상이 훼손되며 거기에서‘You are my Shepherd’(당신은 나의 목자)란 문장이 드러나는 장면들이다. 문장에는‘not’이란 단어가 함께 희미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세 장면에서 반복되며 공통적으로 읽혀지는 코드는‘절대적 가치체계의 붕괴’이다. 사실 이 작품은 예수의 초상이 훼손된다든지 등의 이유로 기독교를 정신적 문화적 베이스로 갖고 있는 유럽 등지에서‘신성 모독’ 등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다. 하지만 몇몇의 문제적 요소 외에도 세 장면의 상황은 모두 (굳이 종교와 연결 짓지 않더라도) 절대적 가치체계의 붕괴를 연상케 하며 이를 통해 드라마적 긴장을 만들어낸다. 아버지와 아들 세대의 역전된 관계,‘신의 아들’을 향해 수류탄으로 도발하는 어린이들, 예수의 초상의 훼손 및 허물어진 뒤에 나타나는 모호한 문장의 의미 등은 한결같이 관객의 예상 혹은 상식을 배반하며 관객을 혼란과 질문의 고통 속에 밀어 넣는다.

 아버지와 아들의 첫 장면은 TV와 소파, 테이블, 침대로 이뤄진 화이트 톤의 깨끗하며 세련된 장소에서 이뤄진다. 나이트가운을 입고 TV를 시청하는 노인과 테이블에서 서류작업을 하는, 흰 와이셔츠를 깔끔히 차려입은 아들의, 중산층 가정의 모던하며 세련돼 보이는 일상. 하지만 곧 이 곳은 아버지의 대변으로 채워지게 된다. 노인은 치매 상태로 보이며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은 듯 설사를 하고 아들은 정성껏 기저귀를 갈아대지만, 대변은 기저귀 밖으로 줄줄 흘러내린다. 무대가 대변 묻은 기저귀들과 휴지, 타월 등 대변의 자국들로 뒤덮여질수록, 마치‘늙음’의 의미는 현명함이나 성숙함, 권위 등의 가치를 잃어버리며‘늙는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란 질문이 던져지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이 예의바르며 영리해 보이는 아들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퇴락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노년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작품에서 노인은 인생의 종착지에 이르러 비로소 스스로가 누구인지란 성찰을 시작한, 존재로서 갓 태어난 존재로 보인다(그런 점에서 노인의 기저귀는 의미심장하다).

 로메오 카스텔루치는 아들과 아버지의 장면 이후의, 어린이들, 예수의 초상 장면에서도 노인을 퇴장시키지 않는다. 암전 후에 다른 상황으로 장면이 이미 넘어갔음에도, 작품은 똥물이 담긴 통을 손에 든 채 홀로 침대에 앉아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노인을 무대 한켠에 동시에 배치하고 있다. 스스로를 정면에서 바라보는 존재를 보여주는 듯, 노인은 작품의 마지막에 똥물이 담긴 통을 꽉 움켜쥔 채 등을 바로 펴고 결연히 발걸음을 옮겨 예수의 초상을 향한다.

 <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얼굴의 컨셉에 대하여>는 노인의 결연한 발걸음 외에도 무대 뒷벽의 예수의 초상을 향한 또 다른, 인물들의 액션을 보여준다. 아버지를 돌보던 아들은 통제 불능의 상황에 이르자 아버지를 뒤로 한 채 예수의 초상에 다가가 예수의 입술에 키스한다. 위안과 위로를 바라는 듯한 아들의 액션과는 달리, 두 번째 장면에서 예닐곱 명의 어린이들은 책가방에 가득 들어있는 수류탄을 예수의 초상을 향해 던지고 일렬로 앉아 한참 동안 초상을 바라본다. 어린이들은 가만히 폭탄이 터지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다.

 고통과 절망에 잠긴 아들의 키스는 다소 에로틱하게, 또한 어린이들의 심각한 장난은 순진하며 짐짓 유머스럽게 다가온다.‘신의 아들’의 향한 세 가지 액션의 뉘앙스 결연함, 에로틱, 위험하며 순진한 유머 등이 더해질수록 무대 뒤편에 걸린 예수의,‘신’의 아들이란 의미는 점점 희미해지며‘누군가’의 아들 혹은 어느 숭고한 젊은 청년의 초상처럼 되어가는 듯하다. 확실히 예수의 초상은 르네상스 화가‘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정밀하며 사실적인 기법에 의해 인간적 측면이 강조되어 있으며, 특히 공연에선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영상 기술에 의한 뚜렷한 음영 효과로 보다 풍부한 감성을 담은 표정으로 존재한다.

절망과 경쾌함의 사이에서

 공연은 예수의 초상이 조금씩 벗겨지며‘You are my Shepherd’(당신은 나의 목자)란 단어가 불타오르는 것이 마지막 상황이다. 이 장면은 특히 예수의 내면의 고백처럼 다가와 한층 충격적이다.‘당신은 나의 목자’란 문장은 그 의미와는 정반대의, 분노와 회환을 전달하듯 활활 불타고 있으며, 게다가‘not’이 희미하게 함께 드러나며 마치 예수가‘당신은 나의 목자가 아니다’라고 신을 향해 말하며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듯한 효과를 자아낸다. 아마‘그래서 그는 누구인가’란 질문은 끝내 객석에 되돌려지는 것으로 보인다. 공연 내내 관객을 응시하던 그의 풍부한 표정의 눈동자와 함께 말이다.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얼굴의 컨셉에 대하여>는 뛰어난 구도와 다양한 색채의 질감을 가진 비주얼을 통해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거대한 초상의 이미지와 그 앞에서 펼쳐지는 심플한 액션 및 단순한 상황은 비교적 보편적인 코드와 시각적 쾌를 통해 무대 위에 효과적으로 몰입시킨다. 노인을 존재로서 갓 태어난 존재로 느끼게 하는‘성찰의 순간’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듯한 예수와 교묘히 엇물리기도 한다. 따라서 예수의 분노는 절망과 정체보다는 새로운 인식의 경쾌하며 빛나는 순간을 마련한다. 다만 공연은 특히 기독교 베이스의 유럽의 정신적, 문화적 가치를 정서적으로 완전히 이해한다면, 보다 다양한 감성적 자극에 의한 풍부한 경험을 남겼으리란 한 가닥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웅장하면서도 여유롭고 차분한 공연의 호흡은 정서적 빈자리를 또 다른, 관객의 호흡으로 채워가며 공연의 볼륨감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