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하면 당신은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아직도 투표율 꼴찌, 스트레스 최고의 도시, 부도 위기, 역외 소비율 최고의 도시만이 떠오르는가? 여기, 인천에서 나고 자라며 지역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자신들을 진정한 ‘인천의 1세대’라 당당히 외치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 바로 <좋아요 인천 플레이 신포 페스티벌>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기획한 50여명의 청년 기획단의 주축, ‘신포살롱’과 ‘청년플러스’이다.

 지난 5월 25~26일 주말의 신포동 문화의 거리는 유난히 시끌벅적했다. <좋아요 인천 플레이 신포 페스티벌>이 곳곳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이 축제는 인천문화재단과 신포상가연합회가 후원을 하고, 신포살롱과 청년플러스가 함께 기획하였다. 이들은 ‘인천에서 신나게 한번 놀아보자!’를 모토로, 인디밴드부터 힙합 그룹, 지역 관현악단, 다문화 합창단, 마술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초청하여 축제의 판을 벌렸다. 메인무대에는 ‘기타킹’ 정영호, 커피와 알코올, 야마가타 트위스터, 몽땅, 가천오케스트라, 유자사운드 등이 올랐다. 이외에도 개항장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아이신포니에타 공연이 열렸고, 다락소극장에서는 ‘좋아요 인천 힙합 페스티벌’이 펼쳐졌다. 메인무대 주변에서는 지역 내 인천대, 인하대, 부천대의 학생 동아리들이 특별 부스로 참가하는 프리마켓이 열렸고, 당일 기획단은 직접 발로 뛰며 제작한 ‘신포여지도’를 시민들에게 배포하였다.

 이처럼 인천에서도 충분히 신나게 놀 수 있다는 것을 축제의 기획단들은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였다. 청년들을 중심으로 주변 상인과 주민, 예술가, 일반 관객들 모두가 어우러질 수 있는 신명 나는 마을잔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번 축제의 중심에 서 있는 신포살롱의 유명상 대표를 만나 축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 1.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 신포살롱은 저를 포함한 인천이라는 지역에서 자란 청년들이 이곳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을 만들고자 만들게 된 곳이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유 마담’이라 불리며 다양한 축제 및 문화기획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 2. 3년차에 들어선 신포살롱에는 그동안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

 - 2011년 ‘인천청년문화공동체’ 마을기업으로 활동하다 현재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계속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청년플러스가 상위개념으로 생기면서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부분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초창기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점차 ‘청년문화’에 포커스를 두게 된 점이다. 2011년에는 단발성의 공연들을 많이 기획하였는데, 10년 뒤를 생각해 보니 신포살롱이 없다면 이어질 수 없는 한계점들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이 청년들이 나중에라도 좀 더 함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청년문화’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인천의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 3. 처음 <좋아요 인천 페스티벌>을 기획한 의도는 무엇이었나?

 - 2012년에는 <인천레알청춘페스티벌>로 함께 할 친구들도 모아서 재단의 시민문화활동지원사업에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점차 우리끼리만 하는 것보다 청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성을 고민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청년들이 생각하는 인천의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고민의 결과로 2012년에 1회 <좋아요 인천 페스티벌>이 열리게 되었다. 이전에 느꼈던 신포살롱의 미래에 대해서도 이 축제를 통해서 그런 한계점들을 넘어서는 어떤 가능성들을 보게 되었다. 실제 이를 통해 버스토리나 지역조직에 활동하는 사람들도, 중간조직들에 일하는 친구들도 생겨났다. 결과론적으로는 이것이 ‘지역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 4. 올해의 축제를 준비하면서의 특이사항이 있었다면?

 - 작년에는 하루 동안 진행했던 축제를 올해는 2일로 늘리니,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웃음). 하지만 만든 사람 스스로가 즐거운 것이 축제라고 생각한다. 축제하면 보통 공연의 느낌이 굉장히 강한데, 예를 들어 <펜타포트락페스티벌>처럼 올해 라인업이 누구니까 봐야지 하는 생각보다, 올해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걸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들을 했던 과정들이 의미 있었다고 본다. 축제가 끝나고 나서도 “이런 건 아쉬웠다, 내년에 이거 하면 좋겠다” 등 우리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올해는 <플레이 신포>와 <좋아요 인천>이 합쳐진 것인데, 신포상가연합회 측에서도 작년에는 관람자의 입장에서 일부 후원을 해줬다면, 올해에는 자발적으로 먼저 연락을 해주었고 함께 판을 만들어 나갔다.

* 5.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 특별히 어디를 벤치마킹 한다기보다는, 서로 모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끝없이 고민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나온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걸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다. 축제라는 것 자체가 원래 일탈의 경험과 일상 속 비일상을 만들어내는 일 아닌가. 요새 청년들을 보면 종종 시도에 앞서 뒤의 결과를 먼저 고민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창의적 활동을 마음껏 하기 위해서는 이런 제약을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 여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런 축제가 많은 청년들에게 출입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천 지역에서만 풀어내기에는 한계점들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전국적인 하나의 흐름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6. 타 지역과의 교류도 있나?

 - 젊은 청년들이 자유롭게 놀판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은 어느 지역에나 있고, 그걸 풀어헤칠 수 있는 판들이 만들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부산은 이미 오히려 더 활발하게 하고 있다. 정읍에서도 이런 걸 원하는 청년들도 있고, 이를 하나의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축제 형식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씨커즈(http://theseekers.asia/)라는 해외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타 지역의 친구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공정여행사, 사람책도서관, 나와 같은 문화기획 등 방식은 다르지만 지역 내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것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결국 우리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작년부터 교류를 시작하였고, 서로의 행사에 참여하고 있고 매달 정기적인 모임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7. 2013년의 남은 계획은 무엇인가?

 - 신포살롱의 올해 공식적인 축제는 끝났고, 비공식적인 행사들은 고려중에 있다. 당장은 전국의 타 지역에 2~3주 머물면서 휴식도 취하고, 같이 함께할 수 있는 방향도 고민해 볼 생각이다. 인천 지역에서만 풀어내기에는 한계점들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전국적인 하나의 흐름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일상을 경험하고 자신의 삶속에서 에너지를 얻고, 지역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8. 신포살롱은 00이다?

 - 신포살롱은 ‘축제’이다. 참여하는 친구들이 다른 고민들을 하기 이전에 즐겁게 지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한 비일상을 경험하고 자신의 삶속에서 에너지를 얻고, 지역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10년 뒤에도 더 좋은 지역을 향해 떠날 수 있겠지만, 추억이 있다면 자신이 살았던 인천 지역을 그저 베드타운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성과로써 의미 부여를 하면 많은 혼란이 생기기도 한다...실제로도 청년들을 자유롭게 풀어줬을 때 가장 성과가 좋게 나타나기도 한다.”

* 9.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축제를 성과의 결과로만 바라보면 안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년들이 없다고 하는데 사실 이런 판 자체를 안 만들어 준 건 아닐까? 그리고 이런 생태계를 먼저 만들어 주는 것이 내가 할 몫이라고 본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성과로써 의미 부여를 하면 많은 혼란이 생기기도 한다.

 점점 커지고 잘 되면 커질 수밖에 없는 기대와 짐은 기획자 몇몇이 지어야 하는 몫이지, 참여하는 청년들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청년들을 자유롭게 풀어줬을 때 가장 성과가 좋게 나타나기도 한다. 야마가타트윅스터팀도 우연히 지나가다 벽을 넘는 친구들을 보고 캐스팅하게 되었는데, 당일 굉장한 임팩트를 가져왔다.

 예전에는 10년 뒤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축제를 통해 사람이 남는다는 것을 느꼈다. 10년 뒤에도 청년들이 축제를 만들고, 이런 문화를 생산하여 추억을 남기면, 여기에 잠시 살았던 것이 아니라 참여했던 자로 누군가에게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을 경험했던 청년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추억을 공유하고, 10년 뒤에도 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축제 내내 ‘인천에도 이런 게 있어?’라며 한껏 들떠 있는 목소리들을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었다. 한쪽 구석에선 땅따먹기를 딸아이에게 가르쳐주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도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대단하면서도 대단하지 않았던 축제가 어쩌면 <좋아요 인천 플레이 신포 페스티벌>이다. 일상 속에서 추억을 만들고, 공유하고, 기억하는 것. 청년들이 하고자 했던 일은 거창한 ‘원도심 활성화’라는 말처럼 복잡하지 않고 소소하다. 그저 즐거운 놀거리를 만들고 싶을 뿐이다. 어른들이 할 수 없는 한 지점을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역할은 충분하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이들로 인해 놀랍게도 인천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청년들의 “좋아요 인천!” 외침이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