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설렘과 긴장의 상징, 구두
지하철에서 가끔 사람들의 구두를 관찰할 때가 있다. 경쾌한 운동화를 신은 사람들, 오직 편안함만을 생각한 야트막한 플랫슈즈를 신은 사람들도 많지만, 역시 눈길을 끄는 것은 신발에 한껏 힘을 준 멋쟁이들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에나멜 구두, 10센티미터가 넘는 하이힐, 온갖 화려한 액세서리가 촘촘히 박힌 알록달록한 구두들. 그 아름다운 구두들을 보면 신발 주인의 설렘과 긴장감을 눈치 챌 수 있다. 그 구두들은 단지 신발의 기능이나 장신구의 아름다움을 넘어, 한 여자의 분신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신데렐라가 남편감을 쟁취하는 과정의 매개가 왜 하필 구두였는지 이제야 알 것도 같다. 누군가의 발을 자세히 바라본 적이 있는가. 그 발의 사이즈는 물론, 발가락의 모양, 흉터의 위치, 두께와 질감까지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분명 그 사람은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일 것이다. 아무리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얼굴을 맞댈 일은 수없이 많지만, 누군가의 발을 관찰하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관계란 극도의 친밀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구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무엇인가. 나는 이상하게도 구두를 떠올리면 신데렐라의 구두보다도, <섹스 앤더 시티>에서 캐리가 유행시킨 모 브랜드의 화려한 구두보다도,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가 먼저 떠오른다. 빨간 구두에 대한 불타는 소유욕 때문에, 그 구두를 신는 순간 영원히 미친 사람처럼 춤을 춰야 하는 형벌을 받는 고아 소녀 카렌.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들 중에서 유난히 커다란 충격으로 남은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내게는 「빨간 구두」나 「라푼젤」이나 「여우누이 이야기」가 그랬다. 해피엔딩의 주인공이 아니라 버려지고, 짓밟히고, 망가져버린, 한때는 너무도 아름답고 매력적이었던 소녀들. 신데렐라의 구두는 마침내 자신의 꿈을 성취해낸 성공의 상징이었지만, 빨간 구두는 ‘지나친 욕망은 곧 참혹한 형벌을 불러온다’는 무서운 교훈을 환기시키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데 원본 동화들을 읽어보면 문제가 이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신데렐라의 구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진정한 결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수의 과오를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주인공의 처절한 복수의 칼날을 숨기고 있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해피엔딩처럼 ‘모두가 행복해지는, 윈윈 게임’이 아니다. 특히 독일 민담 버전 속 신데렐라는 언니들을 향해 통쾌하지만 소름끼치는 복수를 감행한다. 그 치열한 복수의 비밀도 바로 ‘황금구두’에 스며 있다. 카렌의 ‘빨간 구두’도 단순히 아름다운 물건을 향한 인간의 불타는 소유욕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외롭고 가난하게 자랐던 고아 소녀 카렌에게 빨간 구두는 ‘나도 아름다워질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기도 했다. 카렌은 빨간 구두를 바라보며 지금까지 그녀가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기쁨, 가질 수 없다고 믿었기에 꿈조차 꾸지 못했던 행복을 상상했던 것이 아닐까.

2. 신데렐라의 금빛 구두, 그 풍요로운 상징의 그물
신데렐라의 구두는 재 투성이 하녀 같은 생활을 했던 그녀에게 우선 ‘변신’의 기회를 준다. 왕자와 춤을 추는 동안 그녀는 마치 지금까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있는 듯 행복해 한다. 왕자의 입장에서 구두는 그녀의 ‘정체성’의 상징이었다. 구두는 그냥 떨어진 것이 아니라, 혹은 신데렐라가 일부러 떨어뜨린 것이 아니라, 왕자가 궁전계단 위에 발라놓은 역청 때문에 벗겨진 것이다. 구두는 이제 ‘그녀가 누구인가’를 알아볼 수 있는 신분증명서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계모와 그 딸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왕자의 신하들이 온 나라 처녀들을 상대로 구두의 임자를 찾게 되고, 마침내 신데렐라의 집에 당도한다. 계모의 큰딸이 엄지발가락을 구두에 넣지도 못한 채 어쩔 줄 모르자, 계모는 딸에게 서슬 퍼런 식칼을 주면서 명령한다.
“자, 발가락을 잘라라! 여왕이 되면, 걸어 다닐 일이 없을 테니까.”
계모는 신데렐라에게만 엄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친딸에게조차 이토록 잔인한 엄마였던 것이다. 그녀는 왕비가 될 수 있다면 신체를 훼손하는 고통쯤이야 참을 수 있다는 식의 가혹한 교육방침으로 딸에게 엄청난 희생을 요구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반항 한 마디 없이 엄마의 말을 순순히 듣는 큰 딸의 반응이다. 큰 딸은 자기 발가락을 스스로 덥석 잘라내고, 무서운 아픔을 감춘 채 그 커다란 발을 신데렐라의 금빛 구두 속에 구겨 넣는다. 왕자는 그녀가 구두의 주인이라고 믿고는 큰딸을 데리고 왕궁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왕자가 신데렐라 어머니의 무덤가를 지나갈 때, 개암나무 덤불 속에서 두 마리 흰 비둘기가 외친다.
"돌아보고 살펴봐라, 돌아보고 살펴봐라.
구두 안에 피가 흐르는구나.
구두는 그녀에게 너무 작구나.
진짜 신부가 그대를 기다리네."

흰 비둘기는 신데렐라가 슬플 때마다 찾아가 울던 어머니의 무덤 앞을 지키고 있던, 말하자면 신데렐라의 수호천사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비둘기는 목격자이자 증언자가 되어 ‘구두 안에 흐르는 피’라는 끔찍한 진실을 왕자에게 환기시킨다. 왕자는 그제야 구두 안에서 피가 새어나오는 엽기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말을 돌려 신데렐라의 집으로 돌아가 ‘다른 딸은 없느냐’고 물어본다. 둘째딸이 나와 구두를 신어보려 하자, 이번에는 발뒤꿈치가 너무 커서 들어가지 않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계모가 칼을 건네주며 속삭인다.
“뒤꿈치를 조금만 자르렴. 네가 여왕이 되면 결코 걸어 다니지는 않을 거야.”
작은 딸은 뒤꿈치를 ‘조금’ 잘라냈고,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 발을 간신히 구두에 밀어 넣는다. 또 다시 흰 비둘기가 나타나 왕자의 어리석음을 질타하고, 왕자는 화가 잔뜩 나서 신데렐라의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 ‘다른 딸은 없느냐’는 왕자의 질문에 부모는 한마음 한 뜻으로 신데렐라의 존재를 부정한다. 계모에게 완전히 포섭 당한 듯한 아버지는 말한다.
“없어요. 죽은 전처의 소생인 더러운 신데렐라뿐입니다. 그 애는 왕자님의 신붓감이 못 돼요.”
계모는 더욱 강력한 어조로 신데렐라의 존재를 부정한다.
“오, 안 돼요! 그 애는 너무 더러워요. 그 애를 보여줄 순 없어요.”
금지 당할수록 더욱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그 ‘더러운 소녀’를 향해 왕자의 마음은 열리고, 신데렐라는 실로 오랜만에 손과 얼굴을 깨끗이 닦은 후 왕자 앞으로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간다. 금빛 구두는 물론 신데렐라의 작은 발에 꼭 들어맞았다. 구두를 신고 신데렐라가 산뜻하게 일어섰을 때, 왕자는 그제야 자신과 함께 춤추다가 열두 시만 되면 도망가던 신데렐라의 얼굴을 알아본다. 신데렐라를 궁전으로 데려가는 행렬에서, 두 마리의 흰 비둘기는 신데렐라의 양 어깨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마침내 거리낌 없이 신데렐라의 호위병 노릇을 할 수 있게 된 흰 비둘기들은 ‘디데이’를 신데렐라의 결혼식 날로 잡는다. 복수의 그날이 마침내 다가온 것이다. 신데렐라의 양 어깨에 앉았던 비둘기들은 한 마리는 큰언니의 눈알을, 다른 한 마리는 작은언니의 눈알을 하나씩 쪼아버린다. 신데렐라를 핍박하고, 신데렐라의 신랑감을 빼앗으려 했던 두 여자는 평생 앞 못 보는 장님으로 살게 된 것이다.
신데렐라의 구두는 이 이야기 속에서 여러 번 그 상징적 의미를 갈아입는다. 첫째, 신데렐라의 구두는 더 아름다운 여자가 되기 위한 그녀의 열망을 반영한 ‘상승’의 의지를 드러낸다. 둘째, 왕자에게 더욱 매혹적인 존재로 돋보이기 위한 신데렐라의 구두는 ‘관능’과 ‘유혹’의 의미로 빛난다. 셋째, 구두는 ‘내가 아닌 것’을 분별해내기 위한 정체성의 표지가 된다. 구두가 꼭 맞는다는 것은 신데렐라의 ‘원본성’을 증명하는 것이 되고, 구두가 맞지 않는 언니들의 발은 구두라는 ‘정체성’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타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넷째, 마침내 구두는 처절한 원한과 복수의 상징이 된다. 구두에 스민 언니들의 붉은 피는 결국 ‘복수의 대상’을 향한 원한의 전주곡이었다. 자신을 괴롭힌 언니들까지 용서한 ‘착하고 순진한’ 신데렐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가공해 낸 비현실적 현모양처의 이미지였던 것이다. 

3.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 질투를 징벌하라
질투의 발화점은 어디쯤일까. 이 세상에는 내가 가질 수 없는 존재, 내가 닿을 수 없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순간. 우리는 최초의 절망을 배운다. 영원히 가질 수 없는 대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 현재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축복 받은 이들이다. 자신이 가질 수 없는 세계에 대한 극복 불가능한 질투. 그것은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을 화병과 위장병에 시달리게 한 인류가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인 것 같다. 인간의 질투심을 누구보다도 실감 넘치게 표현한 작가 중 하나가 바로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이다. 열악한 가정환경 속에서 힘겹게 자란 안데르센은 끊임없이 타인이 가진 것들을 부러워하며, 더 높이, 더 빨리 세상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길을 꿈꿨다. 하지만 그에게는 질투보다도 뛰어난 재능이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끝없는 질투를 이야기의 원동력으로 삼을 줄 아는 재능이었다. 그는 나보다 뛰어난 타인을 향한 불타는 질투를 아름다운 이야기의 불꽃으로 승화시킬 줄 알았다. 질투의 불꽃으로 생을 탕진해버리는 비극적인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자신이 해결할 수 없었던 뿌리 깊은 운명에 대한 증오를 해소했던 것이 아닐까. 안데르센이 만들어낸 질투의 비극 중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빨간 구두 이야기다.
빨간 구두 이야기의 주인공 카렌은 원래 가진 것 없는 고아소녀였다. 힘들게 남의 집 일을 해주며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카렌의 성실함을 알게 된 한 노부인은 카렌을 거두어준다. 이때부터 카렌의 인생은 뒤바뀐다. 아무 것도 가질 수 없어 차라리 아무 것도 부러워하지 않은 채 살아가던 카렌. 그녀는 부러워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일 수밖에 없는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이제 무언가를 가질 수 있게 되고, 욕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부인은 카렌이 더 이상 결핍을 느끼지 않도록 많은 것들을 해주지만, 카렌은 어느 순간부터 ‘부족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제 나도 무언가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카렌은 ‘만족하는 법’이 아니라 ‘더 많이 욕망하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카렌의 열망은 한 귀족 소녀의 아름다운 빨간 구두를 향하기 시작한 순간 절정에 달한다. 쇼윈도우에 전시된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이미 남이 소유하고 있는 ‘살 수 없는 물건’에 관심을 가지게 된 순간, 카렌은 이전보다 오히려 더 불행해진다. 우여곡절 끝에 그 귀족 소녀의 빨간 구두를 손에 넣게 된 카렌은 뛸 듯이 기뻐하며 구두를 신어보지만,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미친 사람처럼 춤을 추게 되는 저주에 걸려버린다.

“넌 춤을 추어야 한단다. 그 빨간 구두를 신고 계속 춤추어야 해. 얼굴빛이 새하얘지고 살가죽이 뼈에 붙어 해골로 변할 때까지 집집마다 다니면서 춤을 추어야 하지. 그러다가 잘난 체하고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이 사는 집을 지날 때면 문을 두드려야 한단다. 그 아이들이 싫어도 춤을 추어야 하는 네 운명을 보며 무서움을 느끼도록 말이야. 자, 계속 춤을 추어라. 춤을!”

-안데르센, 「빨간 구두」 중에서

그렇게 카렌의 원치 않는 춤의 여행은 계속된다. “구두는 들판과 초원을 지나 쐐기풀과 찔레 덤불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라는 문장에서 볼 수 있듯, 이제 욕망의 주어는 카렌이 아니라 구두가 되어버린다. 아름다운 구두를 욕망했던 카렌은 이제 바로 그 구두에 의해 완벽하게 조종당하게 된 것이다. 발에서 타는 듯한 아픔을 느끼면서도 계속 미친 듯이 춤을 추며, 먹을 수도, 잘 수도, 쉴 수도 없는 고통에 시달리던 카렌. 빨간 구두의 저주는 카렌의 간절한 애원이나 절실한 기도로도 결코 풀리지 않았다. 카렌은 드디어 이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는 희생제물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그녀는 어느 날 도저히 ‘원치 않는 춤’의 고통을 견딜 수 없어 한 남자에게 자신의 두 발을 잘라달라고 부탁한다. 그제야 빨간 구두의 무서운 저주는 풀리게 된다. 사람들이 카렌의 운명을 보며 ‘무서움’을 느끼게 만들겠다는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된 것 같다.
어른이 되어서야 나는 카렌의 질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카렌을 향한 가혹한 징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아름다운 구두 한 켤레를 원한 것이, 그토록 무서운 저주를 감수할 만큼의 형벌인 것일까. 물론 그것이 ‘남의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카렌은 어쩌면 단지 빨간 구두가 아니라 빨간 구두를 가진 주인의 운명을 질투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은 결코 처음부터 가질 수 없는 그 아름다운 소녀의 ‘귀족적인 삶’이야말로 빨간 구두에 투영된 질투심의 본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서 가장 슬픈 장면은 카렌이 두 발을 잃고 다시 예전의 가난한 삶으로 돌아가 주변의 아이들에게 “분수에 넘치는 것은 아예 꿈꾸지 말라”고 조언하는 장면이었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발에 맞지 않는 구두’를 원한 이 두 개의 동화 속 여인들은 모두 발이 잘리는 끔찍한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1915~1980는 질투로 인해 무너지는 인간의 영혼을 소름끼치게 잘 묘사했다. 그는 ‘질투하는 사람’이 가장 괴로운 것은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이겨낼 수 없다는 점임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질투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는 네 번 괴로워하는 셈이다. 질투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질투한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을 비난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내 질투가 그 사람을 아프게 할까 봐 괴로워하며, 통속적인 것의 노예가 된 자신에 대해 괴로워한다. 나는 자신이 배타적인, 공격적인, 미치광이 같은, 상투적인 사람이라는 데 대해 괴로워하는 것이다.”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중에서

무언가를 욕망하고, 남의 것을 질투하는 것이 ‘아픔의 기원’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또 다른 삶을 꿈꾸게 하고, 또 다른 나로 바뀔 수 있는 희망의 화력 또한 이 ‘질투’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이제 이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질투의 무서움’보다는 ‘징벌의 무서움’을 생각하게 된다. 옛이야기는 가끔 이렇게 ‘과도한 교훈’으로 인해 독자를 ‘삐딱한 상상’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물론 ‘남의 것’을 탐한 카렌의 지나친 질투는 스스로에게도 해로운 욕망이다. 하지만 ‘나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야말로 때로는 예술과 혁명의 원동력이 되지 않는가. 분에 넘치는 대상이 ‘재화’인 경우에는 물론 끔찍한 결과가 기다릴 때가 훨씬 많지만. 나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분에 넘치는 꿈’을 꾸는 것을 결코 말리고 싶지 않다. 무언가를 ‘가질 수 있는 자유’는 필연적으로 제한되어야 하지만, 무언가를 ‘꿈꿀 수 있는 자유’만큼은 무한의 자원으로 남겨두고 싶다.